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6, 17회 2014년 1월 4,5일, 토,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손여사(김자옥)는 은수(이지아)의 아버지를 만나 은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한다. 은수의 부모는 은수에게 준구(하석진)를 한 번만 용서하라고 설득하고 은수는 갈등한다. 광모(조한선)는 노골적으로 현수(엄지원)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다. 태희(김정난)의 도움으로 은수를 만난 슬기(김지영)는 집에 돌아와 태원(송창의)에게 외가에 다녀온 사실을 털어놓고, 태원은 마음이 아프다. 은수는 고민 끝에 준구를 용서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리뷰
두 번째 이혼을 고려하는 상황 앞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태도는 생각보다 냉혹했다. 은수(이지아)는 본인 역시도 두 번째로 실패하는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던 중에 가족들의 적극적인 설득에 결국 준구(하석진)의 속죄를 믿고 다시 결혼 생활을 이어가려 한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그 어느 때 보다 공을 들여 ‘두 번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다뤘다. 그리고 그 사회적 시선 속에 갇혀 선뜻 캐릭터의 성격 상 납득하기 힘든 선택을 하는 은수의 모습으로 ‘현실’을 되짚는다.언제나 따뜻하고 품어줄 것만 같던 은수의 부모와 가족, 그리고 언니의 친한 친구인 주하(서영희)까지도 은수의 두 번째 이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갖는다. 물론 이는 일견 현실적인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첫 번째 결혼에 대한 실패는 그저 한 번의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째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가족이기에 가장 솔직한 조언을 하고 비난도 서슴지 않는 현수(엄지원)처럼 그들은 은수가 두 번째 이혼을 선택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가장 솔직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은수에게 닥칠 현실적 시선에 대한 우려를 드러낼 뿐 그에 비해 은수의 심정적인 상처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따뜻한 듯 보였던 은수의 가족들은 은수가 받았을 상처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또 한 번 꺼내든 ‘이혼’이라는 카드를 만류하기에 바쁜 것이다. ‘인생 그럭저럭 사는 것’이라는 표현이나, ‘이해는 하지만 그런 집에서 산다는 것이 결국 모든 여자들의 꿈’이 아니냐는 대사는 오히려 은수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폭력처럼 보인다. 자신의 한 번 실수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은수의 실수는 가정법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준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따뜻한 가족’들 조차도 은수를 다시 설득해 내모는 방식을 통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혼’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들과 친구들을 통해 무섭도록 잔인하게 그려낸다. 물론 은수의 반복되는 실수와 태도에도 문제는 있지만, 가족들의 시선은 다소 불편한 방식으로 은수를 탓한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처럼 이혼에 대한 누구도 하지 않았던 현실적인 이야기를 내 놓았다. 어설프게 희망을 말하려 하지도, 쉽게 ‘이혼’에 대해 다루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좋은 방식이다. 뚜렷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째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결혼 생활의 위기에 대해서도 솔직했다.하지만 이를 둘러싼 인물들은 그 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은수도 현수도, 평소 그들이 구축해 온 태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선택을 하고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혼란스럽다. 은수에 대해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나보다’라는 모호한 표현이나, 현수에 대해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시종일관 드라마를 흐릿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혼’과 ‘결혼’이라는 주제 앞에서 과연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왜 이러한 캐릭터와 인물을 내세운 것일까. 이 드라마의 결론과는 별개로 항상 명쾌했던 김수현의 드라마에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혼돈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다 포인트
- “좀 쓸쓸해서”라고 말하는 슬기를 보는 순간 나는 헛웃음.
- 이혼녀에 대한 가족들의 시선마저 불편한 대한민국의 현실.
- 절절함에서 블랙 코미디가 되어가는 현수-광모-주하의 비현실적 동거기.
글. 민경진(TV리뷰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