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21회 방송화면

tvN ‘응답하라 1994′ 21회 2013년 12월 28일 오후 8시 35분

다섯줄요약
쓰레기(정우)는 나정(고아라)에게 “아프니까 와달라”는 문자를 보내고, 나정은 곧장 쓰레기를 향해 달려간다. 칠봉이 다시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정은 칠봉과 만나 작별의 포옹을 한다. 나정이 떠난 자리 칠봉도 마지막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게 첫사랑을 보낸 칠봉, 환자와 의사 관계로 쓰레기와 재회하고 남자들의 방식으로 화해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재준오빠’의 정체가 공개됐다. 바로 쓰레기였다. 이상하게 나정이 집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칠봉이의 비밀도 밝혀졌다. 나정과 쓰레기 부부가 살고있는 집주인이 바로 칠봉이었던 것이다.리뷰
나정이의 남편, 김재준 씨의 정체는 결국 대다수의 예상대로 쓰레기였다. 반전은 없었다. 사랑의 패배자, 칠봉이는 깨끗하게 물러났다.

그런데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쓰레기는 결국 나정이의 사람이었으며, 나정이의 아빠엄마인 성동일과 이일화의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사람들이다. 이루어질 사람은 결국 이루어지게 되어있다는 인연의 진리는 ‘가족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는 말과도 엇비슷하게 들린다. 쓰레기가 얼굴에 깍두기를 던져도(?), 아끼던 난 화분을 망쳐도, 테이블로 발가락을 찧어도, 가슴에 대못을 박아도, 성동일이 가슴 깊은 곳에서는 오래전부터 쓰레기를 아들이자 사위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처음부터 가족이었으니까.

그러고보면 칠봉의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나정이 흔들렸던 적은 없었다. 칠봉의 따듯함에 흔들린 것은 이들을 지켜보는 우리었지, 나정의 마음은 시작부터 끝까지 쓰레기에게로 향해 있었다.그리고 매일 아침 식탁에서 마주했던 신촌하숙집 사람들은 첫 회 ‘응답하라 1994′가 보여주었던 낯설고 서먹서먹한 서울땅에서 기적처럼 만난 새로운 가족이었다. 2002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누구나 마음 한 구석 간절하게 염원했던 대한민국의 4강 진출 기적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토록 긴 시간 하나로 어울린 것은 정말이지 기적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기적이라는 이름의 가족이었기에 칠봉이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됐다. 칠봉이가 미국이라는 머나먼 땅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상처를 이들 속에서 치유했던 것, 아무렇지 않게 신촌하숙집에 통닭을 들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 쓰레기에게 다시 ‘형’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 그래서 2013년의 나정이 집들이에도 스스럼없이 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들 역시도 또 다른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으로 멋진 시간, 참으로 멋진 이들과 살아낸 기적의 신촌하숙집 사람들은 우리의 2013년도 그들의 1990년만큼 뜨겁게 만들었다.

수다포인트
-”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젤로 멋지다” 그래, 나정이도 알았던거야..그냥 취향이 아니었던..거..야..? 칠봉아, 이제 울지마..ㅠ_ㅠ
- 굳은 표정으로 형이라고 말하라는 쓰레기,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만의 사과라는 것 잘 알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겠어요?”라고 부드럽게 되묻는 칠봉이 편 들고싶쟈나.
- 제작진님들아, 토익점수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었냐고!!!!!!!!!요!!!!!!!! 칠봉이는 미국가서 카메론 디아즈 정도 만나는 걸로 해주세요. 그런데 왜…경상도 가스나 마니아인 것 같죠..ㅠㅠ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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