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를 ‘먹방’으로 유명하게 한 장면 중 하나인 영화 ‘황해’ 스틸

배우 하정우가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것에는 그의 연기력과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가 큰 몫을 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던 먹방(먹는 동영상)의 인기 역시도 한 몫을 했던 것은 틀림없다.

하정우는 그만큼 먹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그 어떤 배우들보다 맛있게 잘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새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이번에도 먹는 장면이 있느냐”라는 질문이 먼저 나올 정도다. 하정우의 먹방은 대상만 바꾸어 유행을 잇기도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의 먹방도 유행했었고, 이후로는 스타들의 먹는 장면을 포착한 화면에는 ‘먹방’이라는 자막이 필수첨부됐다.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은 배경이 하숙집인 탓에 유독 식탁신이 많이 등장한다. 빙그레 역으로 출연 중인 B1A4의 바로가 최근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음식이 너무나 맛있어 먹방하지 않으려해도 그러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 먹방의 유행,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우연적인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시청자 혹은 관객의 안목이 달라진 데서 비롯됐다. 물론 그 이전에 배우들의 연기방식에도 변화 혹은 성장이 있었다. 과거에는 브라운관, 스크린 할 것 없이 배우들의 연기톤이 지금의 연극무대에서 볼 수 있는 다소 과잉된 방식이었다. 1970~1980년대 혹은 가깝게는 1990년대의 우리나라 작품들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 각광받는 연기의 스타일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일상과 맞닿아있는 방식. 하나의 감정상태를 연기하기 위해 그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을 쪼개어 연기한다. 이것은 변화인 것은 확실하지만 성장이라고 무조건 단언할 수는 없다. 하정우의 소속사 판타지오에서 신인배우들을 지도하는 구기환 연기 트레이너 역시 “요즘은 그런 스타일의 연기를 선호하고 있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많다. 여러 방식의 연기들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2′ 속 바로의 먹방

현재의 대중이 이런 방식의 연기스타일을 선호하는 것은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이런 방식의 연기를 자주 봐왔고 또 익숙해진 탓이다. 또 그런 경험으로 인해 대중은 배우가 그 화면에서 보여주는 세세한 행동들을 관찰하고 포착해내기 시작한다. 먹방이 그 예다.

먹방이 여러 디테일한 동작 중에서도 크게 화제가 된 것에는 보다 단순한 이유도 있다. 바로 ‘먹는다’라는 동작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가장 본능적이었기에 관객의 시선을 잘 끌 수 있기도 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