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클럽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연희, 그녀의 변신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올 상반기 드라마 ‘구가의 서’ 초반, 비극의 여인 윤서화를 연기한 이연희는 연기인생에 있어 가장 많은 칭찬을 들었다. 어색한 몸짓, 서툰 대사처리 등으로 늘상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왔던 이연희는 윤서화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으로 시청자를 납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가의 서’를 그녀의 대표작으로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이 윤서화는 극 초반 잠깐 등장하는 배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가의 서’는 앞으로 이연희의 연기를 가르는 분명한 지점으로 읽히긴 할 것이다.자연스레 ‘구가의 서’ 이후 이연희의 행보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바로 홍지영 감독의 신작 영화 ‘결혼전야’(21일 개봉)다. 작은 규모의 영화지만, 지난 26일과 27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오른 이 영화에서 이연희는 연애 7년차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낯선 남자에게 흔들리는 오소미를 연기했다. 윤서화에 이어 오소미를 통해서도 이연희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윤서화나 오소미 모두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훌륭한 연기라고 극찬을 보낼 정도는 아니다. 그러다 분명 이연희는 달라졌고 나아졌다. 테크닉에서 여전히 서툰 지점들이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기에서 진심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결혼전야’ 속 이연희, 잔잔한 깊이감마저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신기한 것은 이연희가 예쁘기만한 스타에서 배우로 읽히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가 점점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연희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깨끗하고 청아한 마스크다. 과거에는 그것이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었다면, 이제 이연희의 마스크는 배우로 보여줄 것이 많은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얼굴로 다가온다. 또 그간 서툰 대사처리 탓에 드러나지 않았던 그녀의 음성 역시 새삼 다르게 들린다. 이연희의 저음이 깊이감 마저 느껴지는 독특한 목소리로 둔갑한 것이다.

이쯤되면 어떤 계기로 이연희가 변화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동시에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 다음 작품을 향한 조급증마저 생긴다. 다행히 이제 성장의 물꼬를 튼 그녀의 공백은 그리 길지 않다. ‘구가의 서’, ‘결혼전야’ 이후 이연희는 내달 첫 방송을 앞둔 MBC 새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로 돌아온다. ‘미스코리아’는 ‘파스타’와 ‘마이 프린세스’ 그리고 ‘골든타임’을 연출한 권석장 PD의 작품이다. 연기력 면에서 능숙했던 ‘파스타’의 공효진은 굳이 이야기할 것이 없겠지만, 연기력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스타 김태희가 권석장 PD와 만난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재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는 ‘비밀’로 배우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황정음 역시도 권석장 PD와 만난 ‘골든타임’이 성장의 시작점이었다 점에서 이연희와 권석장 PD의 만남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다.

이연희, 청룡영화제에서는 고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연희가 ‘미스코리아’ 속 연기하게 된 오지영이라는 캐릭터 역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드는 요인이다. 엘리베이터걸 출신으로 훗날 미스코리아가 되는 오지영은 목젖까지 드러내놓고 웃을 정도의 털털한 왈가닥 캐릭터. 이연희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를 지녔다. 변화를 증명하는 것은 최근 공개된 이 드라마 속 이연희의 스틸 사진이다. 나이트클럽에서 도발적 댄스를 선보이는 모습은 변신을 예고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연희는 지난 22일 열린 청룡영화제에서 그녀의 이미지와는 다른 섹시하면서도 고혹적 미모로 레드카펫 앞에 섰다. 자신감을 갖게 된 이연희가 눈치 빠른 이들만 알아챌 수 있도록 파격에 가까울 변신에 관한 힌트를 제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S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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