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지요. 나이를 먹을수록 정신적인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홍석천은 꿈꾼다.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의 탑게이로, 국내 방송인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그도 사실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최근 하나의 기류로 자리 잡은 ‘19금 코드’ 덕분에 방송 활동의 영역이 넓어지긴 했지만, 홍석천의 생각은 한결같다. 음지에 자리한 성적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는 것, 그리고 그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랑을 즐기는 것. 그런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커플은 누구인가요?”

1. 영화 ‘첨밀밀’(1997)의 소군(여명)-이요(장만옥) 커플

홍석천: 영화 ‘첨밀밀’을 보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두 사람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 때문이었지요. 개봉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귓전에 맴돌았던 ‘첨밀밀’의 OST ‘등려군’은 아직도 생생합니다.작품 설명: 1986년의 상해. 홍콩행 열차 속에서 소군과 이요는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낯선 홍콩의 거리에 떨어진 두 사람은 길잃은 유성처럼 서로 의지하고 사랑으로 빠진다. 그러나 소군에게는 홍콩에서 돈을 벌면 결혼하기로 한 소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었고, 이요에게는 돈을 벌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겠다는 야심한 꿈이 있었다. 1990년, 표의 애인이 된 이요는 소군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소군과 3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소군의 곁에는 소정이라는 아내가 있고, 이요의 곁에는 표가 있다. 세월을 거스른 듯 서로의 감정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도피를 계획하게 되는데….



2. KBS2 ‘가을동화’(2000)의 준서(송승헌)-은서(송혜교) 커플홍석천: 하나둘 나이를 먹다 보니 풋풋한 감성이 그리워요(웃음). ‘가을동화’의 이야기 자체도 절절하고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에서 엇갈린 세 남녀의 풋풋하고도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열병과도 같았던 사랑, 그 감정은 젊음을 가진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요?

작품 소개: 방송 당시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시트콤 배우로의 이미지가 강했던 송혜교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 어느 날 교통사고를 계기로 은서가 자신들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윤 교수 부부와 동내에서 궁핍하고 작은 식당을 하는 미망인 김순임(김해숙)은 자신의 딸이 신애(한채영)가 아니라 은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괴로워한다. 결국에 아이들을 바꾸지만, 은서는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송승헌)를 갑작스레 잃게 되고 호텔의 사장 아들 한태석(원빈)의 구애를 받는다. 오빠인 준서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남매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그때 은서는 생각지 못한 백혈병이라고 하는 병원 측의 진단을 받게 된다.

3. SBS 드라마 ‘별을 쏘다’(2002)의 소라(전도연)-성태(조인성) 커플

홍석천: 지금은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별을 쏘다’가 방송될 당시만 하더라도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죠(웃음). 소라-성태 커플은 요즘 트렌드로 불리는 ‘연상연하’ 커플의 시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인성이 수많은 여성의 로망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전도연의 “성태야~”하는 콧소리 섞인 애교가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작품 소개: 노처녀 소라는 오빠 바다(박상면)와 함께 살고 있지만, 철이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오빠의 성화에 못 이겨 대학입시학원에 다니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꿈이 있다면 오빠의 친구 도훈(이서진)과 결혼하는 것. 바다와 도훈이 키우는 배우 예린(홍은희)와 소라는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소라는 성태를 만나게 된다. 성태는 난독증으로 배우의 꿈을 접었지만, 한 번 듣는 건 모두 다 기억하는 천재. 그 기억력 덕분에 예린을 도운 성태는 바다와 인연을 맺게 된다. 성태는 서울로 상경해 바다와 소라의 집에 얹혀살게 되고, 세 사람은 가족처럼 티격태격하면서 정을 쌓아간다.

4.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5)의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할)-에니스 델마(히스 레저) 커플

홍석천: 영화를 보는데 왜 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까요? 금지된 사랑인 줄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 대로 자신들의 사랑을 쫓아간 두 남자의 이야기. 그들의 용감한 사랑 이야기를 보는 동안 저도 가슴을 졸였습니다.

작품 소개: 브로크백 마운틴의 양 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갓 스물의 두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 분)와 잭(제이크 질렌할 분)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짧은 방목철이 끝나고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두 사람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단번에 브로크백에서 서로에게 가졌던 그 낯선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에니스.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두 사람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고 싶어 하는 잭. 입장은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만은 한결같았던 두 사람은 그 후로 일 년에 한 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난다.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관계는 뜻밖의 사건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5. MBC ‘최고의 사랑’(2011)의 독고진(차승원)-구애정(공효진) 커플

홍석천: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웠던 공효진의 연기와 약간 과장된 듯하지만, 남자다운 매력을 마음껏 드러낸 차승원의 코믹 연기가 빛을 발했던 작품이었죠. 수많은 역경 속에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쟁취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정말 ‘최고의 사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품 소개: 국민 호감 1위인 톱스타 독고진과 국민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 그들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밀당을 거듭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사고 이후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시계를 차고 다니던 독고진은 자신이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의 진실한 매력에 빠졌음을 깨닫고 그녀에게 이를 알리려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자존심 때문에 지지부진한 걸음을 계속한다. 독고진의 마음을 전혀 알 리가 없는 구애정은 그를 밀어내려고 하고 이런 구애정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한의사 윤필주(윤계상)와 그를 좋아하는 강세리(유인나)의 방해로 그들의 사랑 전선에는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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