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의 차이만큼이나 반도를 갈라놓은 것이 있으니 바로 정치적 성향이다. 지난 해 대선의 결과는 51%vs49%. 승자에게는 절반의 승리, 패자에게는 절반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가 과제로 남게 됐다.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꽤 흥미로운 드라마가 등장한다. 4월 4일 첫 방송되는 SBS (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은 보수당 남의원과 진보당 여의원이 으르렁거리다가 연인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전작 에서 재벌남과 계약직 비서의 사랑으로 빈부가 갈라놓은 계급간의 사랑을 그린 손정현 PD와 권기영 작가는 이번에는 정치적 성향이 극명하게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루기로 마음먹었다.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홀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손정현 PD는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이 있었기에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많이 끌어올려진 상태이지만, 현실 정치는 여전히 실망스러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정치를 로맨틱 코미디로 예쁘게 잘 포장하면서 정치적 담론들을 건드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가 가장 뜨거운 화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에는 껄끄러운 소재가 바로 정치이다. 따라서 손정현 PD는 연거푸 “드라마는 통쾌한 정치적 풍자도 등장하지만, 흔한 로맨틱 코미디 중의 하나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의 부제는 이며, 카피는 이다. 따뜻하면서도 재미있고 가슴 먹먹한 감동도 있는 같은 웰메이드 로코를 콘셉트로 한다”고 전했다.
지루한 재벌 대신 정치인이 드라마에 등장한다는 것은 반길 일이긴 한데,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색깔을 덧입히는 캐릭터가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 캐스팅이 꽤 힘들었다. 여주인공 노민영(이민정) 캐릭터가 특정 인물을 연상케 한다는 오해,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진보적 색채가 강한 정치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그 자체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리라.
주연배우 이민정은 “처음 대본을 읽기 전에는 참고한 인물이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염려가 기우일 뿐이라 판단하고 노민영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노민영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세계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이상향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노민영은 결코 누군가가 될 수 없다고 느껴졌다. 원래 드라마는 허구다. 이렇게 정의롭고 이렇게 국민을 위하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꿈꾸는 정치인의 이상향과도 같은 느낌을 가진 캐릭터다.” 덕분에 배우의 부담감은 덜 수 있었지만, 정의로운 정치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는 그녀의 고백은 씁쓸한 현실을 돌이키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든 노민영은 이민정에게 꽤 매력 있는 인물로 다가왔다. 그녀는 드라마 프로모션 차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이 드라마의 대본을 받아 읽게 됐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대본 리딩 현장으로 직행했다. 때문에 첫 리딩 때는 준비부족으로 다소 ‘버벅거려’, 보수당 국회의원 봉식 역으로 출연하는 공형진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준비를 마치고 착수한 첫 촬영현장에서는 프로다운 태도로 그를 감명시켰다고.
이런 모든 비화를 소개했지만, 시청자들은 이민정이 노민영이 되고자 마음먹게끔 한 열정, 노민영이 이민정일 수밖에 없었던 판단의 근거를 오직 드라마를 통해서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더불어 ‘이병헌의 연인’으로서의 색깔을 걷어내고 신하균과의 알콩달콩한 케미(케미스트리: 남녀간의 화학작용)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미리부터 의심하고 있다. 과연 이민정의 용감한 도전은 긍정의 손뼉을 받게 될까? 또한 재벌이 아닌 정치인으로 시선을 돌린 제작진의 껄끄러운 정치적 담론을 달달하게 포장해보겠다는 시도는 신선함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첫 방송은 4월 4일 밤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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