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잠실체육관 부스 오디션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우리가 찾던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적인 세련됨이 아니라 그저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오는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
SBS 의 박성훈 PD는 우승팀인 악동뮤지션을 ‘진정성있는 접근’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심을 일깨워준 그룹으로 꼽았다.

만 열 일곱, 열 넷. 이찬혁-이수현 두 남매가 결성한 ‘악동뮤지션’이 불러일으킨 바람은 신선함 그 자체다. 소소하고 일상적이라 더 공감가는 가사와 익숙한 듯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구성된 이들의 곡은 매 방송마다 화제를 모았다. 몽골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풋풋함이 배어나오는 남매의 모습과 함께 말이다. 길었던 오디션 대장정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위해 몽골행 비행기에 오르는 악동뮤지션을 만나보았다.

Q. 우승 이후 어떻게 지냈나

이찬혁 : 아직 완성하지 못한 자작곡을 만들고 있다. 지금 수현이와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노래 속에 담으려고 하고 있다.

Q. 우승 발표 후 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나

이찬혁 : 1등을 하겠단 마음으로 도전한 게 아니라 정말 우승할지는 몰랐다. 지금도 누군가 “1등하셨어요?” 하고 물으면 그제서야 “아, 우리가 어떻게 1등을 했지?” 하는 맘이 든다. 오히려 우승하면서 노래에 대한 꿈이 생겼다
이수현 : 몽골에서 친한 친구들은 있었지만 마음을 나눌만한 사람은 없었다. 합숙하면서 언니 오빠들과 굉장히 가까워지고 친해졌는데 한 명씩 떨어질 때마다 너무 슬펐다.

Q. 출연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찬혁 : 방송을 하면서 안경을 쓰게 된 점?
이수현 : 음식점에 가면 가격도 깎아주셔서 무척 좋다.

Q. 앞서 인터뷰에서 상금을 신발 사는 데 쓰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이수현 : 사실 상금은 아직 못 받았다. 이렇게 큰 돈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해서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신발은 남승용 CP님께 선물을 받아서 다른 걸 생각중이다. 옷을 사고 싶다.(웃음)

Q. 며칠 후 몽골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이찬혁 : 몽골에는 단순히 쉬러 가는 거라 길게 있지는 않을 예정이다. 자작곡도 만들고 좀더 재충전의 시간을 갖다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Q. 지금까지 선보인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가 있다면

이찬혁 : ‘다리꼬지 마’다. 우리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 준 곡이지만 사실 장난처럼 만든 거라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란 생각은 못했다.



Q. 에 출연하면서 가장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나

이찬혁 : 생방송 직전 배틀 오디션에서 ‘착시 현상’과 ‘원 오브 어 카인드 ( one of a kind )’를 불렀을 때 수현이도 나도 혹평을 받아서 당황했었다.
이수현 : (방)예담이가 생각보다 무척 잘해서 깜짝 놀랐다.



Q. 심사위원들의 평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이찬혁 : 양현석 심사위원이 우리 노래를 두고 ‘시골에서 고구마를 키우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비유를 해 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수현: 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더라(웃음)



Q. 방송이 진행되면서 멘토가 돼 준 사람들이 있나

이찬혁 : 같이 무대를 준비한 톱텐 친구들이다. 공감대가 크고 같이 고생하면서 울고 웃은 기억이 많다. 지금은 힘들어도 돌이켜보면 추억이 되고 감사할 일이 될 거라고 서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었던 부분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얼마 안 됐지만 벌써 그립다 .

이수현 : 룸메이트였던 예근 언니. 방송할 때 힘들면 숙소에 와서 언니를 붙잡고 울기도 했다.



Q. 남매가 아닌 파트너로 볼 때 서로의 장단점은

이찬혁 : 수현이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호흡도 잘 맞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얘기를 서로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나와 맞지 않는 키? 수현이가 항상 힐을 신고 출연했는데 난 힐을 안 신겨주셨다.(웃음) 그래서인지 수현이가 더 크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좀 속상하다.

이수현 : 오디션하면서 언니들이 다 떨어졌을 때 너무 외로웠는데 오빠가 여자 숙소로 옮겨와서 힘이 되더라. 오빠 곡을 무척 좋아하는데 작곡할 때 내 의견을 바로 잘라버려서 속상할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톱2, 3 결정전 때는 많이 싸우기도 했다.



Q. 주로 왜 싸웠나

이찬혁 : 다른 남매들이랑 똑같다. 라면 먹는 거, TV 채널 주도권 같은 문제로 종종 싸운다, 자작곡 만드는 부담 같은 부분이 크게 표현되기도 하고.



Q. 앞으로 계속 팀으로 활동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이찬혁 : 수현이에게 장난으로 ‘나중에 나 군대가면 너 어떡할거냐’고 했더니 걸그룹을 준비하겠다고 하더라(웃음). 우리는 둘이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Q. 소속사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찬혁 :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주위 분들 조언도 많이 들으려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많이 고민하고 있다. 우리 음악을 같이 고민하고 사랑해주시는 곳,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가르쳐 주실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이수현 : SM은 깔끔하고 세련됐고 YG는 딱 봐도 그냥 멋있다. JYP는 직접 멘토링을 해 주는 등 굉장히 가족적이다. 일주일씩만 가서 사실 단점은 잘 모르겠다.



Q.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면 악동뮤지션만의 음악 스타일이 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수현 :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배워야 할 게 많다. 를 하면서 세 기획사의 트레이닝을 통해 많이 성장했는데 그 속에서도 우리 색깔을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Q.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수현 : 우리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일부러 어떤 색깔을 만들어 꾸미고 장식하려고 한 적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노래한 걸 심사위원들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이찬혁 : 나이 대에 맞는 음악을 하고 있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음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이찬혁 : 작년 1월에 작곡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땐 노래도 정말 못했고 작곡은 생각도 못했었다. 춤, 그림 등 예체능에 관심이 있었는데 아는 형이 작곡을 하는게 좋아보여 장난으로 시작했던 게 차차 진지해진 것 같다.
이수현 :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었다. 장기자랑 등에 나가면 친구 손을 잡고 꼭 같이 나갔었다.



Q. 평소 즐겨듣는 음악은?

이찬혁 : 음악을 접한 지 얼마 안돼 특별히 듣는 음악도 별로 없었고 가수 이름도 잘 몰랐다. 잭슨파이브 같은 그룹도 방송을 하면서 알았을 정도다. 최근에는 인디 음악을 많이 들었다.



Q. 작곡을 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

이찬혁 : 다양한 분야의 자작곡을 하고 싶었다. 에서 초반에 보여드린 곡은 순수하고 통통 튀는 느낌이다. 이후 ‘착시현상’같은 곡은 음악적인 부분에 주력했고 ‘크레셴도’ ‘라면인건가’는 대중적인 느낌을 살렸다. 재밌어서 하는 거라 작곡할 때 소재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제일 짧게는 5분, 평균 30-40분 정도 걸려서 완성한다. 다음 날까지 두면 느낌이 변하기 때문에 생각났을 때 바로 곡을 쓴다.



Q. 악동뮤지션을 보며 꿈을 키우는 10대들도 많아졌는데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

이찬혁 :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노래할 때 우리 생각을 전달하는 점이다. 가사가 많은 건 내 생각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희망적인 가사로 또래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많이 만들고 싶다.
이수현 : 나 스스로가 에 출연하면서 노래가 좋아지고 꿈이 생긴 케이스다. 공부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노래가 아니더라도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이찬혁 : 우리도 노래가 우리 길이 될 지는 몰랐으니까.

사진제공.SBS



글.장서윤 ciel@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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