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 - 진짜 사나이〉 2013년 5월 19일 오후 6시 25분
5줄 요약
이번 주 진짜사나이들은 본격적인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K-9 자주포로 부대를 벗어난 지역에 이동하여 참호를 만들고 모의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은 짐짓 엄숙하다. 여기에 40kg에 육박하는 짐을 이끌고 텐트 치기, 야외 진지 만들기, 취사업무까지 수행하는데 6인방의 ‘진짜 사나이’들에게는 많은 시련과 함께 보람을 가져다 준 하루로 남을 것 같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 속에서 선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전우애는 더욱 깊어지게 되고, 야심한 밤, 냉기가 흐르는 흙바닥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우리는 왜 군대에 와야 했고, 여기서 무엇을 얻고 갈 것인가.리뷰
대중에게 인지된 군대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크게 두 부류였다. 첫째는 용맹한 청년이 힘든 난관을 이겨내고 자주국방을 이룩하며 사랑까지 쟁취하는 히어로 판타지가 하나고, 두 번째는 부조리한 조직사회와 폭력의 위계질서로 인한 한국 남성들의 트라우마 건들기다. 비록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나 는 이 두 가지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노선을 걸으며 ‘생활인’으로서의 군인 모습에 주목한다.
19일 방송에서 우리는 ‘엄격한 선임’과 ‘미숙한 후임’의 고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다양한 군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 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취사병의 업무는 그 세밀함과 전문성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혹서기 때 실내온도 60도에서 일을 해야 하는 점,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하루 종일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해야 하며 기초반찬을 다듬어야 한다는 점은 고단하고 애환 섞인 우리네 직장인들의 삶과도 닮아있다. 탕수육을 튀길 때에는 기름 반, 공기 반을 적절히 가미하여 바삭하게 익혀야한다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퀸스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군인으로서의 본분에 적응한 생활인으로서의 재치와 직업적 정취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늘 하루 끝마쳐야 하는 훈련에 대한 완수와 외부에서 온 6명의 병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그들에게서는 책임감과 함께 단내 나는 진정성이 손끝까지 전해지는데, 각자의 특기와 계급에 맞게끔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비단 군대만을 지시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엄격할 것만 같았던 곳에서 때로는 조는 선임의 모습도 만날 수 있고, 험상궂은 사수의 친절한 손길과 시어머니 같은 취사 부분대장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깐깐하기도 소문난 분대장의 철두철미한 위장술은 개별적인 개성의 발현을 잘 담아내었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이 모든 개별적인 개성이 조화롭게 융화되는 데에는 출연진의 진정성 또한 크게 한 몫 한다. 아이돌 가수로서 적응에 우려했던 미르는 앉아서 조는 모습을 보이며 그가 군인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몸과 정신까지도 몰입했었음을 발견한다. 너무 더워 냉장고에서 은밀하게 휴식을 취하는 샘 해밍턴과 K-9을 수월하게 운전하는 김수로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 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쏟아져 나오는 ‘남성 집단의 리얼리티쇼’의 홍수 속에서 ‘짜파구리’와 같은 강한 이야깃거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군대짜장’보다 더욱 강력한 핵심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동시에 진정성을 내포하는 길이 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수다포인트
-게으른 아들을 둔 어머니에게 : “아들아, 청소하다 흘린 거 안 치웁니까? 지금 변명하는 겁니까? 엄마는 아들의 아침밥을 짓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하고 한 여름에 온 집안을 낱낱이 청소하느라 허리가 끊어질 것 같습니다만!”
-초보 주방장에게 마스터 쉐프가 하는 말 : “어이, 우리 집 탕수육의 생명은 공기 반 기름 반이라네. 손끝에 전해오는 아삭함, 손맛과 소리의 미묘한 조합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만!”
글. 강승민 (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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