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이재윤, 김유미, 남규리, 정경호(왼쪽부터)

“촬영현장으로 들어갈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철제 덧문을 밀치고 촬영장 안으로 들어서자 톱밥 특유의 나무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두컴컴한 실내 여기저기엔 촬영 소품이 널려 있었고, 스태프들은 손에 한아름 무언가를 안은 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불 켜진 어느 목제 세트에 다다르자 TV 화면에서 봤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3일 JTBC 월화드라마 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의 한 세트장, 그들이 표방하는 느와르 장르만큼이나 어둑한 현장에선 드라마 10회분 촬영이 한창이었다.지난 5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는 언더커버(경찰·정부 등을 위해 비밀리에 하는 첩보활동)를 소재로 한 느와르 멜로 드라마다. 정경호, 남규리, 이재윤, 김유미 등이 출연하는 는 마약조직을 궤멸시키려는 언더커버 요원을 중심으로 한 경찰조직과 마약 조직원들 간의 사투 속에 싹튼 세 남녀의 어긋난 사랑을 그린다.

촬영현장 사진, 정경호와 김유미

이날 촬영이 공개된 신은 마약조직의 중간보스이자 언더커버인 정시현(정경호)이 생일을 맞은 유흥업계의 큰 손 이진숙(김유미)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그녀를 향한 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 촬영 준비로 분주한 스태프들 사이로 방금 감정신을 끝냈다던 김유미가 맵시 나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나타난 그녀에게 촬영감독이 “김유미씨 평소처럼 해요, 애들이 불편해 하잖아요”라고 농담을 건네자 김유미는 “아니, 제가 뭘요?”하며 능청을 떨었다. 그 때 말쑥이 차려입은 정경호가 상기된 얼굴로 촬영장에 들어섰다. 오자마자 대본부터 확인하던 그는 첫 현장공개를 의식한 듯 조금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리허설 들어갈게요!” 스태프의 외침과 함께 이내 현장은 적막해졌다. 그로부터 1분 후, 정경호와 마주한 김유미는 웃음이 터졌는지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내가 동선을 더 앞으로 잡아볼게요”하는 정경호에 말에 김유미는 이내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와 신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배우들의 호흡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현장공개가 끝난 후 촬영장 근처 식당에서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최근 작품이 주목받고 있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경호는 “지상파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언더커버라는 소재 덕분에 주목받는 거 같다”며 “종합편성채널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좀 더 느와르 장르의 진한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느와르라는 단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작품들이 여럿이 있을 만큼 약간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앞선 작품들을 답습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각 배우들은 이미 그러한 우려를 인식한 듯, 자신의 입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정경호는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시현의 내적 성장이 담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대답했고, 극 중 마약수사과 특수부 과장 지형민 역을 맡은 이재윤은 “강렬한 눈빛 연기를 통해 장르적 특징을 살리면서 형민이란 인물이 경찰로서 경험하는 선과 악의 내적갈등을 담아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 김유미는 “동정심과 애정이 뒤섞인 시현과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설정을 가미했다”며 “ 속 남자들이 블랙이나 카키 컬러라면 나는 레드를 맡는다는 심정으로 강렬한 연기를 펼치기 위해 애썼다”고 전했다.

정경호, 남규리, 이재윤, 김유미(왼쪽부터)
극본 속 인물들이 계속해서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정경호는 “지나치게 남성성이 강조된 시현을 내적성장을 경험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고, 김유미는 “원래는 진숙이 기가 세고 과거의 기억을 끌어오는 역할이었다”며 “수정을 거듭한 결과 이젠 사건의 중심에서 능동적인 변화를 이끄는 인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는 투박하지 않은 유려한 액션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경호는 “한 회당 액션신이 하나씩은 있어 부담스럽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나는 원래 고난이도 액션신을 소화하지 못하기에 좀 더 선이 살아있는 액션신을 위해 동선을 짜는데 고심을 거듭했다”고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또 작품을 준비하며 첩보영화 시리즈를 수도 없이 봤다는 이재윤은 “웬만하면 대역 없이 하려고 한다”고 밝혀 액션신에 대한 남다른 열의를 내비쳤다.

“남들과 다르게, 시시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경호의 말마따나 촬영장에선 똑똑해진 대중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그들만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현장공개가 끝난 후, 현장을 빠져나와 돌아오는 길에는 촬영세트를 제작하기 위해 윙윙거리는 목재절단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 역설적이게도 에 열정이 가득하다고 느낀 것은 나뿐일까. 앞으로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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