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리(왼쪽), 지오
언제부터일까. “사랑을 위한 전쟁이 평화로 막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던 은 어느덧 ‘불륜드라마’ 혹은 ‘막장드라마’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KBS2 은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해 결혼·이혼·고부관계 등의 일상적인 소재를 자극적인 드라마로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2011년에 전 시즌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다시 시청자를 찾은 는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지만,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었다.지지부진한 시청률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불륜과 막장의 반복이 낳은 식상함이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무색할 만큼 불륜드라마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 건 제작하는 이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터. 그러던 차에 은 ‘아이돌 특집 1편’이 좋은 반응을 얻자, 위기를 타개할 동력을 얻게 되었다. 특히 연출을 맡은 고찬수 PD가 “‘아이돌 특집’을 통해 음악과 드라마를 적절히 배합하는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이, 아이돌의 투입은 다른 장르와 결합의 통로가 됐다.지난 3월 8일 제국의아이들의 김동준, 쥬얼리의 김예원, 포미닛의 남지현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아이돌 특집 1편’에 이어 24일 오후 11시 ‘아이돌 특집 2편’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번 편에선 드라마 (2012)에서 연기를 경험한 엠블랙의 지오와 영화 , (2011), 시트콤 (2012)로 경력을 쌓은 레인보우의 고우리가 주연을 맡았다. 아이돌의 투입은 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22일 서울 여의도동 KBS신관 근처 카페에서 두 배우와 고찬수 PD를 대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봤다.
Q. ‘아이돌 특집 1탄’의 반응이 꽤 좋았다.
고찬수 PD: 기대했던 것보다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다(웃음). 처음에 아이돌 특집을 기획하게 된 것은 이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불륜드라마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이미지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오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Q. 상대적으로 2편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 듯하다.
고찬수 PD: 원래는 PD가 세 명이라 한 번씩 돌아가며 촬영을 한다. 그런데 전편의 반응이 좋아서 조금 다듬고 잘 찍어보자고 일부러 좀 더 시간을 두고 찍게 되었다. 지금 3편도 준비 중인데 ‘매번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자‘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Q. 전편과 비교해 ‘아이돌 특집 2탄’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고찬수 PD: 이번에도 역시 레드 에픽 카메라(기존의 HD영상에 비해 월등한 5K의 고화질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했다. 다만 지난번엔 시간에 쫓겨 좋은 영상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후반작업에 좀 더 공을 들였다. 굉장히 예쁜 색감과 영상을 보실 수 있을 거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기존의 사랑과 전쟁이 가지고 있던 극적인 요소가 강조됐다. 처음에 ‘아이돌 특집’을 할 때는 고민을 많이 하다가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가려고 드라마를 포기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1편과 조금 느낌이 다를 거다.
Q. 고찬수 PD가 을 맡으면서 뮤직드라마의 성격이 가미된 듯하다.
고찬수 PD: 처음 을 맡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제작비가 적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어렵기에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것을 찾다보니 그게 음악이었다(웃음). 음악 저작권은 방송사 전체가 계약되어 있기에 아무리 많이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음악과 드라마 중 어디에 방점을 둘 것 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나는 이 내러티브적 강점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뮤직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는 음악에 방점을 두면서 서사구조나 스토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사랑과 전쟁의 스토리에 어떻게 적절하게 음악을 녹여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수 이승환의 음악을 택했다. 사실 어차피 시작하는 마당에 이슈를 만들고 싶어서 가수 조용필의 노래를 선택하려고도 했었다. 최근 ‘바운스’를 비롯한 노래들이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고(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조용필의 노래에는 조금 옛날 감성이 남아있기에, 이승환으로 정했다. 글을 쓰는 작가가 원하는 가수라는 것도 작용했다. 한 사람의 노래로 극을 채운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의 드라마 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Q. 시도는 좋지만 기존의 을 즐겨보던 시청자들은 조금 이질감을 느낄 법도 하다.
고찬수 PD: 물론이다. 혹시 너무 빨리 변화하면 기존의 시청자들이 즐기던 것들이 사라질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PD 3명이 모두 색깔이 다르듯, 이건 내가 해보고 싶은 형식이다. 단막극이기에 3주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독특한 형식으로 보여드려도 좋을 것 같다.
고우리(왼쪽), 지오
Q. 이 단막극이긴 해도 주연을 맡았기에 부담이 클 것 같다.고우리: 예전에 KBS2 시트콤 (2012)를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상황이었고 대사도 많지 않았다(웃음). 그렇기에 처음에는 주연에다가 대사와 감정신이 많아서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촬영장 분위기가 밝고 제작진과 상대역을 맡은 지오가 잘해줘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지오: 사실 처음에 섭외를 받았을 땐 걱정이 많았다. 연기력에 문제가 많았고 ‘과연 내가 소화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촬영현장이 정말 가족적이고 편안해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Q. 최근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급증하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고우리: 요즘은 영역구분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추세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서 대충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진지하다. 그래서 우리도 정말 이번기회가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고, 진지하게 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기존에 아이돌들이 단역으로 출연했던 것에 비하면, 우리는 주연을 맡았기에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최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가려 했고, 연습도 많이 했다.
지오: 뭐든지 완벽한 상태에서만 할 수는 없다. 가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첫 앨범은 지금 들어보면 창피해서 못들을 정도다. 연기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연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기회를 뿌리치기 어렵다. 어쩌면 인생에서 몇 번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연기를 못한다고 안하겠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여겨진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고 마음가짐을 그렇게 갖고 노력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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