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인기 아이돌 충의(이홍기)는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 이번엔 폭행 사건에 휘말려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까칠한 자원봉사자 안나(백진희), 전직 조직폭력배 무성(마동석), 밤마다 몰래 업소를 출입하는 봉식(임원희) 등과 부대껴야 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의 사회봉사는 만만치가 않다. 병원은 재정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하고, 환자들끼리 모여 취미삼아 결성한 ‘불사조 밴드’는 병원을 구하기 위해 밴드 오디션 참가를 결심한다. 충의는 사회봉사 확인 도장을 두 배로 찍어준다는 말에 밴드 지도를 시작한다. 15세 관람가, 30일 개봉.기명균 : 웃길 땐 나름 웃긴데, 울릴 땐 지루하다 ∥ 관람지수 - 5 / 웃음 지수 - 7 / 눈물 지수 - 5
황성운 : 울어야 할 곳이 명확히 보인다. 그리고 눈물이 흐른다 ∥ 관람지수 – 6 / 웃음 지수 - 5 / 눈물 지수 - 72eyes ∥ 웃길 수 있다면 vs 울릴 수 있다면
기명균 : 은 뻔한 최루성 영화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 힘은 감동적인 신들 사이사이에 적절히 가미된 웃음 포인트들이었다. 만큼 끊임없이 관객을 웃기지는 못하지만 에서도 베테랑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돋보인다. 요즘 한창 잘나가는 마동석과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희는 어린 배우들 사이에서 능숙하게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별다른 장치나 오버스러운 설정이 없는데도 ‘쿡쿡’ 웃음이 터지는 이유다. 이들의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가 있기에, 영화 중반까지 은 큰 무리 없이 순항한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지만. 그리고 판에 박힌 대사들, 좀 더 고민을 했어야만 했다.
황성운 : 의 주된 배경은 호스피스 병동. 등장인물 역시 대부분이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다. 즉, ‘죽음’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하지만 죽음이 일상적이라고, 죽음을 앞뒀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을까.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은 곧 ‘오래 살고 싶다’를 뜻한다는 거 다 알고 있지 않나. 이들도 매한가지다. 다만 더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고, 정이 들수록 이별의 아픔은 배가 되는 법.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 새로움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자연스레 눈물을 떨어뜨린다. 환하게 웃고 있어도 서글픔이 감도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은 그 점에 충실한 작품이다. 후반부에 강하게 드러난다.2eyes ∥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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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균 :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는 설정, 이건 ‘신파’다. 신파도 ‘잘 웃기고 잘 울리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캐릭터에 몰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속 인물들은 풍부한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선택과 집중’이 아쉽다. 영화의 배경인 호스피스 병원은 ‘신파’를 강조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좀 더 그들의 남은 여생에 빠져들어야만 했으나 영화는 거기까진 가지 못한다. ‘불사조’ 밴드의 연습과 마지막 공연이 더 큰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모든 인물들과 이야기가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다.황성운 : 의 이야기는 충의가 끌고 간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호스피스 봉사 활동을 하게 된 충의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때론 함께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이 영화의 선택과 집중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호스피스 환자들의 이야기는 ‘죽음’인 셈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병명이나, 각 인물들의 히스토리를 덧붙였다면 중구난방, 산만해졌을 터. 충의의 시선과 변화를 중심에 두고, 죽음과 사람을 바라봤기 때문에 좀 더 집중 가능했다. 또 ‘불사조’밴드의 공연이 뭉클했던 건 모든 사람들이 작은 변화를 통해 일궈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2eyes ∥ 불사조 밴드와 오디션 vs 부자연스러운 결과물
기명균 : 밴드 오디션을 본다는 설정상 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밴드 합주의 역동성은 많이 부족하다. 극 중 설정도 제법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밴드의 비중이 큰 영화에서 밴드가 제대로 못하는데도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조금은 어설픈 모습들이 불사조 밴드의 풋풋한 열정과 잘 맞아 떨어진다. 불사조 밴드의 오디션 참가곡인 ‘JUMP’나 마지막 공연장면도 익히 보고 들어왔던 뻔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나름대로 충실히 전달한다.황성운 : 영화에서 음악, 밴드가 중요하긴 하다. 비중도 크고. 하지만 가장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실력이 ‘제로’에 가까운 이들이 짧은 연습으로 밴드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스럽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짜내고 짜낸, 부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분명 불사조 밴드는 멋들어진 연주보다 다소 어설픈 게 잘 어울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음악을 대하는 자세 만큼은 진정성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밴드 오디션이란 목적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음악’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또 실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홍기의 이미지를 빌려오는 수준에 그쳤다.
2eyes ∥ 이홍기와 배우들 vs 케미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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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균 : 이홍기는 아이돌 밴드 FT아일랜드의 보컬로 활동하기 전 이미 TV 전파를 탔다. 그는 등 몇 편의 작품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출신이다. 첫 스크린 도전에 주연까지 맡은 은 그에게 큰 도전이다. 동시에 영화로서는 큰 모험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화에서 이홍기의 연기는 크게 튀지 않는다. 천방지축 아이돌 충의 역할은 이홍기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잘 맞아 어색하지 않다. 또한 관록 있는 배우들이 이홍기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뒤를 잘 받친다. 극중에서는 충의가 불사조 밴드를 돕지만 마동석, 임원희, 심이영, 백진희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은 이홍기의 스크린 데뷔를 돕는다. 다만, 이홍기가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황성운 : 어차피 이야기의 흐름은 정해져 있는 것. 호스피스 병동 그리고 죽음을 앞둔 이들, 이 조합으로 완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란 힘든 법. 그런 점에서 배우들의 매력이 중요한 작품. 실제 아이돌이기도 한 이홍기는 첫 영화 도전임에도 튀지 않고 극 속에 잘 묻어났다. 대한민국 최고 아이돌이란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를 잘 만난 셈. 여기에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 온 경력이 더해졌다. 백진희, 임원희, 마동석, 심이영 등 죽음을 앞둔 이들 역시 자신의 이미지와 극 중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싱크로율을 높였다. 다만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요샛말로 ‘케미’가 부족하다. 개별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부족함 없는데, 이들이 뭉쳤을 때의 시너지는 상당히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다소 밋밋하다고 느껴졌던 이유가 뭉쳤을 때 효과가 적어서가 아닐까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홍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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