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케이스 김용화 감독, 서교, 성동일 (왼쪽부터)

“형, 그냥 나 믿고 한 번 가자”

국내 최초 풀 3D로 제작됐고, 링링이라는 디지털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120억이 넘게 들어갔다. 등의 허영만 화백 작품 이 원작이고, 감독은 의 김용화다. 하지만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영화라…. 대략의 스토리를 듣자마자 유치할 거라는 생각부터 든다. 톱스타 한 명 없이 주연 배우는 성동일과 중국의 아역 배우 서교 그리고 고릴라 링링. 배우로서 이 영화에 쉽게 뛰어들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배우 성동일은 , 를 함께 했던 김용화 감독의 한 마디 “믿고 한 번 가자”에 출연을 결정했다. 주인공이 ‘링링’인 만큼 3D 그래픽의 완성도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지만 어차피 영화를 보지 않고는 예측할 수 없는 일 아닌가. 2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쇼케이스 현장에는 김용화 감독과 성동일, 서교가 참석했다. 그들에게서 느껴진 건 화려한 그래픽 기술 이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쇼케이스

의 성공 이후 4년. 김용화 감독은 다시 성동일을 택했다. ‘1500만 콤비’, ‘흥행 페르소나’로 일컬어지는 이들의 끈끈한 관계에 대해 정작 본인들은 뭐라고 말할까. 정말 친한 사이가 그렇듯, 처음엔 민망해 한다. 성동일은 “어느 날 감독님이 술을 먹고 ‘가격 대비 괜찮은 배우라서’ 나를 쓴다고 하시더라”는 말로 자신을 낮춘다. 김 감독은 좀 세게 나온다. “성동일과 영화의 흥행은 무관하다”고.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둘은 서로를 누구보다 믿고 의지한다. 김 감독이 성동일과 함께 일하는 건 그의 말처럼 흥행 때문이 아니라 성동일의 인간성 때문이다. “1%의 거짓말 섞지 않고, 성동일은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 중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나를 감동시키는 삶을 살고 있다. 존경한다”는 말에서 그가 인간 성동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절절히 느껴진다. 성동일 역시 “나는 목숨 걸고 찍을 테니까 형도 목숨 걸고 연기해 달라”는 김 감독의 말을 듣고 그가 ‘배우 성동일’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게 됐단다. 이렇게 배우와 감독이 서로를 믿고 존중한다는 것, 3D나 흥행성적보다 중요한 것 아닐까.

서교, “성동일의 아들 준이를 눈여겨보고 있다”팀워크가 워낙 좋아서인지 중국의 아역 배우 서교 역시 부드럽게 에 스며들었다. 촬영장에서 김용화 감독은 서교를 ‘연기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8개월 전에 감독과 약속했던 디렉팅을 잊지 않고 8개월 후에 정확히 해냈다고 하니, 어린 나이가 무색하다. 서교는 김용화 감독의 를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봤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김용화 감독을 더욱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말로 연기 지도하는 중국의 감독들과 달리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김 감독의 스타일이 서교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연기를 할 때도, 김 감독이 시범을 보여줘서 좀 더 수월하게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다”며 감독을 치켜세웠다. 성동일이 “나보다 나이를 더 많이 잡수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또한 갖췄다. 촬영장의 밥차 음식을 먹으면서도 반찬 투정 한 번 없이 “배고파, 밥 줘요”라고 말했다니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서교는 한 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은 성동일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로 의 문근영과 함께 성동일의 아들 ‘성준’을 꼽는 센스를 발휘했다. ‘링링’은 왜 같이 오지 않았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오늘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오지 못했다”고 여유 있게 받아치는 서교가 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줬을지 기대된다.

쇼케이스 서교(왼쪽), 성동일

‘중요한 경기 때문에 불참’하긴 했다지만 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다. 베테랑 배우 성동일 조차 “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위치를 잡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링링과 연기하는 것의 고충을 털어놨다. 데뷔작 에서 자그마한 외계 생명체와 연기한 경험이 있는 서교는 그보다 덩치가 훨씬 큰 링링과 함께 했지만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링링은 그 정도로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 전체를 고생하게 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만큼 의 성공 여부도 이 ‘링링’이 얼마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링링은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신비로움이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무언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하루하루를 내 인생 마지막 날처럼 살게 해줬다”고까지 말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처럼 링링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의 전망은 밝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