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

‘잠시 잊고 있었던 정우성의 멋을 새삼 확인했다.’ 사실 정우성은 데뷔 때부터 누구보다 멋진 배우였고, 우리는 그런 정우성을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정우성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정우성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은 그런 정우성의 멋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 1997, 김성수 감독, 정우성 고소영 주연 포스터"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7/2013070413074921006.jpg" width="140" height="193" />민(정우성)은 교내 ‘일진’ 환규(임창정)를 힘으로 제압하고, 이후 단짝이 된다. 환규를 따라 나간 노예팅에서 로미(고소영)를 만난 민은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로미는 불미스런 사고 이후, 종적을 감춘다. 한편, 민의 어릴 적 친구 태수(유오성)는 폭력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전과자가 된다. 출감 후 민과 환규를 찾아온 태수는 조직의 중간 보스가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훨씬 성숙해진 모습의 로미도 2년 만에 그들 앞에 나타나는데…

10. 로 가능성을 보였던 정우성은 이 영화 한편으로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청바지와 오토바이, 건방지게 꼬나문 담배까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우성이라는 이름에서 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그만큼 당시의 임팩트가 컸다는 걸 증명한다. 정우성은 방황하는 청춘을 무심한 듯 폼나게 연기하며 영화가 흥행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 그의 내레이션을 기억하는가. “나에겐 꿈이 없었어….”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으니, 수많은 고등학생들에게 “담배 피면, 싸움 잘하면, 반항하면 다 멋있을 거야”라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줬다는 것. 민처럼 손 놓고 오토바이 타다가 뼈에 금간 남학생들, 참 많았으리라. 사실 그 당시 ‘학생과 오토바이’는 ‘불량’으로 인식되던 때였다. 또 싸움에 관한 무용담을 이야기할 때 흔히 말하는 ‘17대 1’, 극 중 환규의 멘트기도 했다. 여하튼 당시 에 빠져들었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지금도 그리고 정우성을 놓고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을 것이다.

, 1998, 김성수 감독, 정우성 이정재 주연
포스터"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7/2013070413061139719.jpg" width="140" height="209" />후배 권투선수에게 K.O로 패한 도철(정우성)은 권투를 그만두고 찾아간 흥신소에서 홍기(이정재)를 만난다. 무언가를 해보려하지만 하는 일마다 꼬이는 두 남자. 도철의 펀치 드렁크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홍기는 자신의 도벽을 고치지 못해 상황만 자꾸 악화시킨다. 홍기는 병국(이범수)과 담판을 지으려하지만 병국은 이를 거부하고, 홍기와 미미(한고은) 모두와 결별을 고한 도철은 극심한 펀치 드렁크 증세에도 다시 링에 오르는데…10. 정우성은 와는 또 다른 청춘을 연기했다. 앞날이 불투명한 20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건 10대 고등학생이나 20대 권투선수나 매한가지. 당장 이뤄지진 않더라도, 꿈이라는 걸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얘기하는 영화에서 정우성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도철의 열정을 훌륭히 표현했다. 에서 청바지와 오토바이를 유행시켰던 정우성, 에서는 주황색 꽃무늬 셔츠를 유행시킨다. 속칭 ‘정우성 리즈 시절’이다. 물론 정우성에게 있어 는 ‘절친’ 이정재를 만나게 해줬다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공교롭게도 올해 정우성과 이정재, 두 배우 모두 자신의 ‘멋’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진짜 ‘절친’이다.

, 2003, 곽경택 감독, 정우성 김갑수 엄지원 주연
포스터"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7/2013070413090710254.jpg" width="140" height="200" />어머니를 여읜 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철민(정우성). 아버지(김갑수)는 그런 철민을 나무라지만 멍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낯선 여자아이 정애(엄지원)를 집에 들인다. 철민과 정애는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말이니 참고 살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철민의 친구 대떡이 지역 유지 오덕만의 횡포에 크게 당한다. 철민은 직접 오덕만을 응징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달려가는데…

10. 헝클어진 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 바보 같은 미소. ‘나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라는 문구와 라는 제목까지. 멋있기만 했던 정우성과 똥개, 그 이질감이란. 당시 대작이었던 등이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그래도 정우성인데 똥개라니 ‘무모하다’란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게 당연했다. 정우성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던 당시 분위기다. 그런데 정우성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곽경택 감독은 ‘스타’ 정우성에게 ‘배우’의 옷을 입혀줬다. 가 정우성의 최고작품이라 하긴 어려울 수 있어도 그의 필모 중 가장 ‘독특한’ 지점에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배우로 한 단계 성장하게 해 준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찌됐던 좀 망가지면 어때, 정우성인데., 2004, 이재한 감독, 정우성 손예진 주연
포스터"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7/2013070413093518943.jpg" width="140" height="200" />유달리 건망증이 심한 수진(손예진)은 그날도 편의점에 콜라와 지갑을 둔 채 나왔다가 다시 들어선 순간 철수(정우성)와 맞닥뜨린다. 처음엔 그를 부랑자로 착각하지만, 퇴근길에 핸드백 날치기를 당했을 때 철수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둘의 사랑이 싹튼다. 지금껏 철수에게 사랑과 결혼은 너무나 먼 얘기였지만 결국 수진에게 마음을 열고 둘은 결혼한다. 그런데 어느 날 건망증 때문에 병원을 찾은 수진은 ‘뇌가 죽어가고 있다’는 통보를 받게 되는데…

10. 커다란 뿔테안경을 쓰던 수줍은 여학생이 안경을 벗는 순간 학교 최고의 퀸카로 등극하는 설정은 순정만화의 흔한 패턴이다. 정우성도 그걸 노렸던 걸까. 의 파격 이후 그렇지 않아도 잘생긴 배우 정우성은 한층 더 멋있어졌다. 정우성은 당시 ‘청순’으로 이름을 날리던 손예진과 함께 출연한 에서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다. 사실 이전까지 정우성의 이미지가 로맨티스트는 아니었다. 툭하면 주먹질로 얼굴이 매끈한 적이 없었던 데다, 동네 바보까지 했으니. 하지만 정통 멜로 에서 정우성은 로맨티스트로서의 모습을 한껏 과시하며 잊고 있었던 그의 멋을 재확인시켰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일본에서 30억 엔의 수익을 올렸다. 참고로 ‘욘사마’ 배용준의 이 27억 5,000만 엔이니, 정우성의 파워가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 2008, 김지운 감독, 정우성 송강호 이병헌 주연
포스터"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7/2013070413100660624.jpg" width="140" height="200" />1930년대의 만주는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제국 열차는 그 무법천지의 축소판이다. 그 곳에서 너무나 다르게 살아온 조선의 세 남자가 맞닥뜨린다. 돈을 쫓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최고의 자리를 쫓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열차털이범 윤태구(송강호). 태구는 열차에서 우연히 정체불명의 지도를 발견하고, 이 지도를 둘러싸고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이 펼쳐지는데…

10. 를 제외하고, 정우성의 작품 중 성공했던 영화는 대개 그가 홀로 빛나는 영화들이었다. 가 특히 그랬고, 에서 손예진과 멜로 연기를 펼칠 때도 둘의 조화보다는 두 명의 배우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아우라에 방점이 찍혔다. 그렇게 봤을 때,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이하 )은 정우성에게 또 다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때도 불안하긴 했다. 호흡을 맞춰야 할 배우가 송강호, 이병헌이었으니. 스타성은 물론 연기까지 겸비한 배우들 아닌가. 정우성의 스타성이 두말 할 필요 없지만 연기력 측면에선 물음표였던 것. 허나 정우성은 빛났다. 자신만의 멋과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2009년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서 정우성은 주연상이 아닌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배우가 자세를 낮춰 조연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동료에게 양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우성은 본인이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우와의 조화를 통해 ‘좋은 놈’, 아니 ‘좋은 배우’로 거듭났다.

글,편집.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