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보’ 스틸
Track 0. IntroSBS ‘런닝맨’의 ‘스파르타국스’ 김종국도 처음부터 능력자의 운명을 타고나진 않았다. 가지지 못한 능력을 꿈꾸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모기 같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이던 시절, 허스키한 목소리를 원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몸짱’ 가수가 됐지만, 한때는 그도 근육질의 남자들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여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능력을 꿈꾼다. 그건 다름 아닌 스피드. 느림보의 대명사 달팽이가 스피드 레이서가 된다는 건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더 극적이다. 영화 ‘터보’는 ‘완전 빨라진’ 슈퍼 달팽이의 이야기다. 능력자 김종국이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던 그룹 ‘터보’의 히트곡을 키워드로, 영화 ‘터보’(25일 개봉)를 훑어봤다.
영화 ‘터보’ 스틸
Track 1. 나 어릴 적 꿈영화 ‘터보’의 이야기 뼈대는 드림웍스가 2008년 발표한 ‘쿵푸 팬더’와 비슷하다. 국수 가게에서 아버지를 돕던 뚱뚱보 팬더 포가 쿵푸 마스터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의 꿈을 그린다. 2013년의 ‘터보’도 마찬가지. 스피드 레이서를 꿈꾸는 주인공 터보는 마음과 달리 느릿느릿 달팽이다. 형 체트를 포함한 주변 달팽이들이 한심해할 수밖에. 데뷔곡 ‘나 어릴 적 꿈’으로 단숨에 꿈같은 인기를 얻었던 신인 그룹 터보와 달리 달팽이 터보의 꿈은 멀게만 보인다. 하지만 터보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터보’ 스틸
Track 2. 금지된 장난토마토 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토마토를 따는 일. 스피드 레이서를 꿈꾸는 터보에게는 너무 따분하다. 형 체트는 그런 터보가 항상 걱정이다. 어느 날, 터보는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는 형의 말을 무시하고 도로로 나간다. 쌩쌩 달리는 차를 보기 위해서다. 터보의 ‘금지된 장난’은 결국 꿈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어쩌다 레이싱 카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 터보가 ‘슈퍼 스피드’얻게 된 것. 터보의 행동들이 남들 눈에는 ‘금지된 장난’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그의 꿈과 열정이었다. 그 열정은 어쨌든 결실을 맺었고, 터보는 이제 ‘장난 아닌’ 스피드를 보유한 슈퍼 달팽이가 됐다.
영화 ‘터보’ 스틸
Track 3. 트위스트 킹엔진 오일을 먹은 터보가 얻은 능력은 스피드만이 아니다. 경적, 전조등, 후미등, 카 오디오까지 자동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덤으로 얻었다.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터보에게 ‘트위스트 킹’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5인조 달팽이 레이싱 팀과 후원자 티토를 만난 터보는 꿈에만 그리던 레이싱 대회 ‘인디 500’에 출전하게 된다. 이젠 ‘스피드 킹’이 될 차례다.
영화 ‘터보’ 스틸
Track 4. Good-bye yesterday터보는 토마토 하나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던 농장의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어제까지의 터보는 이제 굿바이. ‘특별한 달팽이’가 된 터보는 이제 새의 습격도 무섭지 않다. 터보가 새에게 잡혀간 형 체트를 구하는 순간, 비로소 체트는 터보의 새로운 ‘능력’을 인정한다. 이쯤 되면 ‘인디 500’의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예상대로 터보는 레이싱 챔피언 ‘기 가니에’를 물리치고 최고의 레이서가 된다. 굿바이, 예스터데이.
영화 ‘터보’ 스틸
Track 5. 회상
터보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96분이 금방 지나간다. 겨우 달팽이지만 기 가니에와의 속도 경쟁은 꽤 실감나고, 5인조 달팽이 레이싱 팀의 다채로운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달팽이 레이싱 팀이 ‘스피드’가 아닌 지형지물을 이용해 ‘슈퍼 달팽이’ 터보를 앞지르는 순간은 특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터보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없다 보니 남는 여운도 없다. 회상 장면을 통해 터보가 레이서를 꿈꾸게 된 계기를 보여줬다면, 좀 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성인들도 스토리와 캐릭터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전작들(‘쿵푸팬더’ ‘슈렉’)에 비해 다소 이야기의 두께가 얇다. 드림웍스라는 브랜드의 명성은 유지하겠지만, 아이들과 동행한 부모들까지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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