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에서 이어짐) 인천 주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머리 크고 신경질적이었던 이정호가 록 음악에 빠진 것은 중학교 때. 세 살 위 친형이 듣던 테슬라의 앨범을 듣고 반하면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추계예술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사실 다른 대학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곧바로 자퇴했었다. 그때 친구들과 대천 앞바다에 놀라가 대학밴드 경연대회에서 스키드 로우의 고음 노래를 듣고 밴드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되었다. 무작정 구인구직광고 뮬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렸다. 처음 연락이 왔던 친구들이 4인조 밴드 더 버퍼링 멤버들. “저는 1,2년 안에 슈퍼스타가 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군요. 2002년 입대해 안양교도소 경비교도대에 근무했는데 밴드부가 있었어요. 고참이 되었을 때 3인조 밴드 ‘경비교도대 2506 쾌ROCK’으로 이름을 지었죠(웃음). 강금실 법무부 장관배 테니스대회에서 오프닝 공연하고 12월 송년의 밤 행사에서 노래 불렀는데 다들 잘한다고 해 으쓱했죠.”
제대하고 다시 뮬 사이트에 들어갔다. 중저음의 허스키 보컬과 마초 캐릭터로 목소리 톤을 잡았다. 머리를 기르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 수염도 기르고 싶었지만 선천적으로 수염이 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때 동국대 스쿨밴드 ‘백상’ 출신이 주축이 된 5인조 밴드 이런(E-RUN)이 올린 ‘피규어’란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들어 합류했다. 밴드는 이름이 구려 에이첼인어스토리로 이름을 변경해 2004년 앨범작업 후 2010년까지 EP 2장, 디지털 싱글1장을 발표했다. 이정호, 김기훈, 이동훈은 이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 “싸이월드로 쪽지가 와 궁금해서 들어갔는데 멤버 소개란에 드럼이 없어 오디션 보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운 좋게 선발되어 3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문제는 멤버 중 유일하게 정호 형만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 둘은 2년 동안 겸상도 하지 않았습니다.”(김기원) 2008년 베이스 강준형이 서태지밴드에 발탁되자 김기원의 추천으로 베이스 이동훈이 영입되었다. 베이스가 돌아온 후 이동훈은 군대에 갔고 메이저밴드에서 인디밴드로 돌아와 성에 차지 않았던 멤버로 인해 밴드는 1년 만에 해체했다. “당시 베이스 형을 보러오는 서태지 팬들이 많았어요. 주객전도가 되어 밴드를 그만두고 루오바 팩토리에 들어가 1년 정도 매니저 일을 했습니다.”(이정호)류정헌은 댄서블한 음악을 지향하면서도 절대로 춤추지 않는 밴드를 꿈꿨다. 간지 나는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음악은 별로면서 에너지로 밀어 붙이는 밴드를 싫어한다. “처음에 하드코어 음악을 한 것은 유행을 따라간 거죠. 여러 밴드를 거치면서 내가 평생을 할 음악은 신스팝이라 생각해 건반으로 뭔가 다른 음악을 할 수 있는 멤버가 필요했습니다.”(류정헌) 이에 보컬 이정호는 작곡까지 공부하는 베이스 이동훈에게 연락을 했다. “베이스를 치면서 건반까지 연주하는 동훈은 화려한 건반 플레이를 못하기에 제격이라 생각했죠.(웃음)” 밴드 활동에 굶주려 있던 이동훈은 숨도 쉬지 않고 합류했다. 하지만 리더 류정헌은 처음에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인사도 안하고 겉모습은 묵묵하고 버릇이 없어보였는데 의외로 음악에 열의를 보이는 모습이 좋아 같이 가보자고 했죠.”(류정헌) “멜로디가 진한 노래를 좋아하는 점에서 저와 정호 형은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근데 정헌 형이 처음 접하는 음악을 하자고 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모코어. 펑크. 미디 등 일렉트로닉한 소스를 다루고 가요작곡을 하면서 배운 걸 써 먹고 싶었습니다.”(이동훈)
재결성되었을 때 류정헌, 이동훈, 이정호에 넥스트 드럼 서동민이 참여했다. 서동민은 DJ 쪽에 관심이 많아 정규멤버가 되지는 않았다. 수유리에 작업실을 구해 류정헌이 홍대 작업실에서 다른 밴드들과 작업 해 둔 노래들로 편곡, 반주 구성, 가사, 멜로디를 합주하면서 살을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매일 밤을 세워가며 진행한 연구 작업은 마찰을 빚었지만 조금씩 진전이 있었다. “각자 가져온 멜로디들을 반주하면서 버리려 했던 곡도 끝까지 쥐어짜 완성해 나갔습니다.”(류정헌) 2011년 홍대 몰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데뷔음반 녹음은 꼬박 1년이 걸렸다. 용인에 거주하는 정호, 일산에 사는 동훈까지 집들이 멀었던 멤버들은 60km를 매일같이 달려오는 열정을 보였다. 첫 EP는 이디오테입 드럼 디알이 참여했다. “1년 동안 벌어 놓은 돈을 다 투자했습니다. 저와 정호는 100만원씩 동훈은 50만원을 각출해 500장을 찍어 유통계약과 심의 인증 받는 일까지 직접 다했습니다.”(류정헌)
하드코어로 시작했던 코어매거진의 음악은 80년대 신스팝의 요소를 버무려 즐겁게 놀 수 있는 댄서블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항상 궁금한 밴드가 되겠다.’는 의미로 훔쳐본다는 의미의 ‘PEEP’으로 타이틀을 정한 첫 EP는 믹싱은 다소 아쉬웠지만 멜로디가 탁월한 노래들은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앨범발표 후 참가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포기했던 EBS 헬로루키에 출전신청을 했다. 그래서 이정호는 드럼이 필요해 제대가 2달 남은 김기원에게 연락을 했다. “데모를 보내주면 들어보고 2주 후에 연락하겠다고 거만을 떨더군요.”(이정호) 사실 김기원은 밴드를 다시 할 생각이 없었다. “노래를 들어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때가 제가 병장이 되어 제대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밴드가 내 운명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코어매거진 전에 바닐라 유니티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4인조가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보컬 이정호는 멤버가 많아지는 게 부담스러워 키보드 강민규의 영입을 반대했었다. “민규는 재즈 좋아하는 아이라 밴드에 관심이 없을 거라 하더군요. 내가 꼬실테니 데려오라 했는데 망설임도 없이 한다고 하더군요.”(류정헌) 일산 3인방인 김기원, 강민규는 일산 정발고 스쿨밴드 ‘심해’ 출신이고 이동훈은 정발중학교 때 4인조 스쿨 밴드의 리드보컬 출신이다. “당시 스키드 로우, 오지 오스본 같은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죠. 당시 밴드에 잘 들리지도 않는 베이스가 왜 있어야 하는가 싶었어요. 나중에 필요한 악기라는 걸 알고 직접 배우면서 제가 노래를 못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2004년 일산정보산업고 3학년 때 정발고 김기원과 밴드 애쉬브리드를 결성해 평일에 홍대 클럽 제머스, 슬러거에서 관객 3명 앞에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2년 정도하다 상상마당 인큐베이팅 2기에 선정되어 앨범 한 장을 냈습니다.”(이동훈)
서브웨이 1집 September(2001), 서브웨이 2집 The Band(2003), 에이첼인어스토리 EP Antinomy(2010), 코어매거진 데뷔EP PEEP(2012), 코어매거진 PEEP 리마스터링(2013)
2005년 백제예술대에 입학해 베이스를 전공한 이동훈은 재즈 위주의 학교 수업이 재미없어 그만두고 독학으로 작곡과 미디 공부를 했다. 군 복무 중에 이정호의 연락을 받고 코어매거진에 합류했던 것. 키보드 강민규는 드럼 김기원의 일산 정발고 밴드 1년 후배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 배운 그는 2003년 백마중 시절 스쿨밴드에 영입되었다. “밴드음악을 해보니 재미있어 멤버들 모두 밴드부가 활발한 정발고로 지원해 갔어요. 보컬 친구가 록 마니아라 인맥으로 밴드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일산 최고의 남자 키보드로 주가를 올리며 모든 팀에서 세션 콜을 받았다. 음악친구들이 수능 준비로 음악을 그만두자 일산 마두역 테이크 인(현 멘토) 실용음악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해 동아방송예술대 영상음악과 들어간 그 역시 재즈만 했던 학교가 재미없었다. 대학 졸업 후 소나무 밴드에 들어가 양수리 카페들을 돌며 오브리 밴드활동을 하다 해군군악대 가요 브라스 밴드 블루웨이브 멤버가 되었다. 제대 후 학원 강사와 세션 일을 했던 강민규는 일렉트로닉 신디사이저의 리얼 사운드가 필요했던 코어매거진에서 세션을 하다 2012년 9월 정식멤버가 되었다.5인조 라인업 구축한 코어매거진은 힙스퀘어 박준범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시간이 필요한 정규앨범 대신 데뷔 EP ‘PEEP’의 리마스터링 음반을 출사표 개념으로 준비했다. 화려하게 앨범 재킷을 수정해 2013월 2월, 신곡 ‘Don’t Stop Movin`과 인기곡 ‘Regret’과 ‘이미 늦은 말’의 한글가사 버전까지 7곡을 수록한 음반을 발표했다. 사실 이 노래들은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한글버전보다 영어가사 버전이 훨씬 매력적이다. 그래서 한글 가사를 유지하면서 절정부분은 영어로 부르는 방식은 어떨까 싶다. 코어매거진의 음악은 세대 초월적으로 수용될 복고풍의 현대적 사운드와 친숙하고 수려한 멜로디가 강점이다. 상대적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정체성이 드러내는 개성이 아직 부족한 상태다. 음악적 발전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기에 정규앨범에서는 독창적 음악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금년 내로 발표할 계획인 정규 앨범에는 최대한 많은 노래들을 뽑아내서 고르려 합니다. 올해는 정규앨범에 치중하고 내년부터 시장을 넓히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류정헌) 코어매거진은 지난 해 문화관광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국제음악마켓 ‘뮤콘’에 참여해 해외 음악관계자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다. 금년 3월에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본 로컬 밴드 2팀과 열띤 무대를 펼치고 돌아왔다. 가을부터는 도쿄 시노쿠보에서 조인트콘서트를 통해 공연 브랜드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픔과 상처, 혼란스러웠던 음악적 노선을 믿음으로 극복하고 재탄생한 밴드 코어매거진의 진정한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코어매거진 멤버 프로필
1기 보컬 곽창훈, 트윈기타 류정헌, 박상욱, 드럼 임종길, 베이스 이승엽
2기 류정헌-리드기타 1977년 8월 15일, 이정호-리드보컬 1981년 1월 10일, 이동훈-베이스 1986년 3월 16일, 김기원-드럼 1987년 6월 3일, 강민규-키보드 1988년 11월 15일
1998년 5인조 하드코어 밴드 코어매거진 결성
1999년 제1회 쌈지사운드페스티발 숨은 고수 선발
2000년 서태지밴드 전국 투어 참여
2010년 3인조 밴드 코어매거진 재결성
2012년 데뷔EP 포털사이트 다음 5월 이달의 앨범 선정, EBS 스페이스 공감 8월 이달의 헬로루키 선정, 올레뮤직 인디어워즈 9월 이달의 루키 선정, CJ문화재단 아지트의 튠업 신인 아티스트 선정, EBS 2012 올해의 헬로루키 연말결선 대상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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