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요?” 놀란 듯 되물었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거렸다. 운동선수도 아닌 배우와의 인터뷰 중에 스포츠를 주제로 꺼내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스포츠에 비상한 관심과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변화를 경험했고, 특히 탁구로 방송 활동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의 탁신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 남자는 어느 것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스포츠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지금부터 조달환이 꼽은 스포츠 TOP4를 소개한다.
1. 탁구
“탁구로 승부를 가리다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가 있지요.” 탁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3부로 승격될 정도로 뛰어난 탁구 실력을 지닌 조달환. 그에게 탁구는 단순한 취미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듯했다. 탁구가 매개가 되어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까지 출연하게 됐지만, 그는 더 큰 성과는 탁구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이뤘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탁구 동호인이 된다는 것은 많을 것을 의미합니다. 몸을 움직이며 건강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존중과 배려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죠.” 조달환은 탁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성격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탁구에 빠져들며 공을 주고받을 때 느낄 수 있는 배려와 사회적 지위를 떠나 실력으로 존중받는 동호인 세계의 규칙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탁구는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탁구를 추천합니다.”
2. 당구
“당구는 굉장히 정적이고 과학적인 스포츠입니다.” 조달환은 “골프가 자연과 싸우는 스포츠라면, 당구는 자신이 법칙을 만들어 나가는 스포츠다”며 “수학적인 각도, 테이블 온도와 습도, 순간의 감정 등 당구공을 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이런 당구를 예술의 한 분야로 분류하기도 한다. 조달환은 멈춰있는 공을 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라는 지론을 펼쳤다. 그는 “스포츠 중에는 운동신경만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고, 그것보다는 끈기를 갖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스포츠가 있다. 당구가 바로 후자의 대표적 예다”며 당구가 쉽지 않은 스포츠임을 강조했다. 또 “‘사’로 끝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면 우울증이 온다고 하더라. 사회적 지위,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당구에 도전해 보면 얼마나 자신이 미약한 존재인지를 깨달으실 수 있을 거다(웃음)”며 “당구를 통해 스포츠의 경건함을 배워보시길 바란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3. 여행
‘여행’은 조달환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평소 여행 중독자로 불릴 만큼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본인의 여행 철학을 기자에게 설파했다. “걷는 것 만큼 좋은 게 없죠. 빨리 가는 것보다 느리게 가는 것이 정말 빠른 겁니다.” 기자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삶은 길어서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걸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친구가 되는 것을 부차적인 소득이지요. 이렇게 굉장한 스포츠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둘이 가면 외롭고 혼자 가면 외롭지 않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즐긴다는 조달환은 여행 중에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캘리그라피) 작품의 구상을 여행 중에 하는 편이다”며 “여행을 가시려는 분들은 여행에 가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4. 사랑
“사랑도 스포츠입니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동이 어디 또 있을까요?(웃음)” 조달환은 ‘인생을 바꾸는 스포츠’의 마지막으로 사랑을 꼽았다. 그는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봐야 하는 것처럼,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도 꼭 사랑을 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을 하면 인간의 칠정 오욕(七情五慾)을 느끼게 된다”며 “사랑은 내가 아닌 타인을 분석하게 되는 첫 번째 기회다. 이건 부모도 알려 줄 수 없는 거다”고 사랑을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조달환은 사랑을 이야기하며 소유욕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내놓았다. “사랑이라는 것에 기준을 세우게 되면 서로 힘들어진다”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것이 스포츠 정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었다. 조달환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쏟아낸 사랑, 이 사랑이야말로 단언컨대 최고의 스포츠가 아닐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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