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정재, 이종석, 조정석, 한재림 감독, 백윤식, 김혜수, 송강호(왼쪽부터)
‘설국열차’에서는 봉준호라는 브랜드와 할리우드 배우들이 만났고, ‘더 테러 라이브’는 신인 감독의 패기와 하정우의 개인기에 기댔다. 2013년 여름, 뜨거웠던 한국영화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는 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 얼핏 보기에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에 뒤질 것 없어 보인다.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등 한국 영화의 버팀목이라 할 만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조정석 이종석 등 최근 ‘대세’가 된 배우들도 힘을 보탠다. 관상이라는 소재 또한 흥미로운데, 실존 인물인 김종서 장군과 수양대군의 권력 다툼이 가공된 이야기와 만나 어떤 맛을 낼지 기대된다. 개봉일이 추석 연휴를 한 주 앞둔 9월 11일로 정해진 것도 호재다. 이 정도면 흥행이 안 되는 게 이상할 정도다.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2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관상’ 제작보고회에서 한재림 감독은 “지금 여기 참석한 배우들을 보니 내가 정말 엄청난 사람들과 영화를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라고 하더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 명씩 캐스팅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송강호와는 ‘우아한 세계’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한 감독은 “한국 최고의 배우와 두 번이나 함께 작업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정재와 관련해서는 “좀 더 기품있는 수양대군 역할에 어울릴 사람을 찾던 중, ‘하녀’에서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된 김혜수에게는 거절당할 것 같아 쉽게 제의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김혜수는 흔쾌히 승낙했다.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선 최고의 기생 연홍 역할을 맡은 김혜수는 ‘관상’의 시나리오가 “배우를 시작한 후 가장 재밌게 본 시나리오”라며 “재밌는 소설을 읽듯이 금방 읽었다”고 말했다. 본인이 연기한 연홍에 대해서는 “사극임에도 자유롭고 본능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타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송강호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김혜수는 “우리가 봐온 송강호라는 배우가 왜 최고인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는 영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송강호는 “갑자기 내 얘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송강호 역시 본인이 맡은 천재 관상가 내경 역할에 걸맞게 “‘관상’은 굉장히 좋은 운을 타고난 작품”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조정석, 이종석 등 신예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극중에서 내경의 처남 팽헌 역할을 맡은 조정석은 송강호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송강호 역시 “조정석씨야 워낙 재능이 넘치는 배우다 보니 연기적인 면, 또 연기 외적인 면까지 너무 유쾌했다”며 연기자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종석이 “송강호 선배와 정석이 형이 대화하는 걸 보면 개그프로그램에서 만담하는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둘의 호흡이 좋았다. 내경의 아들 진형을 연기한 이종석은 첫 촬영날, 따귀 맞는 장면을 촬영할 때 열 대를 넘게 맞아도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 첫 사극 도전인 만큼 긴장했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을 잘 활용했다. 그는 “나는 대사의 톤이나 억양이 아직 일반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송강호 선배님은 대사를 갖고 노시더라. 그런 걸 볼 수 있어서 ‘관상’은 나에게 배움의 장이기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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