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 성장통이 키워낼 꿈의 크기
, 성장통이 키워낼 꿈의 크기" /> 17회 월-화 KBS2 밤 9시 55분
의 아이들은 정체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고 고비를 넘길 때마다 이들은 조금씩 자라난다. 그러나 어른이 될 수 있을 만큼 훌쩍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저 고민하고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드라마는 종영을 불과 4회 남겨둔 시점에서 아이들을 도저히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갓 풋사랑에 눈 뜬 선준(믹키유천)은 대범하게 사랑을 탐닉하고, 드디어 진심을 전한 윤희(박민영)는 잠시 선대의 비극을 잊었으며, 신분에 한계를 가진 여림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너무 많은 책임을 얻어버렸다. 그 덕분에 선준과 윤희는 운명적으로 어긋나버린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뼈아프게 자각할 것이며 적이 된 인수는 여림(송중기)의 뿌리부터 공격해 들어올 것이다. 누구보다도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은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된 재신(유아인)이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원망과 분노는 방향을 잃었으며, 진실의 꼬리를 물고 나타난 또 다른 의혹은 다른 사람의 고통까지도 재신의 몫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고난에 직면한 아이들이 짊어진 공통의 짐은 다름 아닌 죄책감이다. 사랑을 하는 것, 호기심을 푸는 것, 불의에 맞서는 것조차도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들은 그저 생긴 모습대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책망해야 할 시점에 맞닥뜨렸다. 유약하거나 탐욕스러운 아비의 죄를 대물림한 아들과 딸들은 아마도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습 이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처절하게 가슴을 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이 끝날 무렵 이들의 소년시절도 막을 내릴 것이다. 마치 앞날을 예견하듯 임금은 이들에게 꿈과 열망을 이뤄 달라 하지 않고 함께 품어 달라 부탁했다. 임금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이제 중요한 것은 금등지사의 비밀만은 아니다. 이 지독한 성장통의 열기가 부화시킬 꿈과 열망의 크기야말로 드라마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이 이야기의 끝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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