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 사진제공=SBS
이경규. / 사진제공=SBS
뼈그맨이라는 말이 있다. 뼛속까지 개그맨이라는 뜻으로, 천성적으로 개그 기질이 있고 평소에고 익살스러운 소리를 잘하는 개그맨에게 칭찬으로 하는 말이다. 이경규는 또 다른 의미로 뼈그맨이다. 시상식마다 '뼈 있는 소리'로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시상식을 꼬집는가 하면, 재치 있는 소감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꼰대 기질 없는 그의 사이다 발언은 시청자들에게도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간 시상식에서 이경규의 '언중유골 어록'을 살펴봤다.
사진=2022 S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사진=2022 S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 "상관 마" 본부장 앞에서도 기 죽지 않는 '규라니'

지난 17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2 SBS 연예대상'에서 이경규는 '편먹고 공치리'에서 '버럭' 하는 '규라니' 캐릭터로 베스트 캐릭터상을 수상했다. 이경규는 "살다 살다 이런 희한한 상은 처음 받아본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래도 유쾌하게 대응했다. 이경규는 "제가 하는 프로그램이 1년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12회차 정도인데 저 정도 화냈다면 1년 하면 노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시상 일정이 있는 이경규는 "사실 지금 (집에) 가야 한다. 그런데 12시에 시상이 하나 있다. 그거에 코가 잡혀서 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질질 끄는 시상식을 두고 일침했다. 앞에 앉아있는데 담당 본부장이 와서 좀 웃으라더라. 내가 시상식에서 웃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턱이 아파 죽겠다"며 버럭 캐릭터와도 어울리는 지적으로 시청자를 웃게 했다.
사진=2022 K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사진=2022 K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 방정맞은 전현무에 "입 나불거려 상 날아갔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22 KBS 연예대상'에서는 이경규를 비롯해 김숙, 신동엽, 전현무, 이경규, 김종민이 대상 후보인 올해의 예능인으로 선정됐다.

전현무는 올해의 예능인(대상 후보) 인터뷰에서 "저의 온 관심은 MBC로 향해있다. 저도 양심이 있고 프로를 하나 밖에 안 했기 때문에 이걸로 족하다"며 KBS가 아닌 MBC 연예대상을 기대했다. 또한 "나는 병풍이다. 제 관심은 오로지 상암동 쪽(MBC)으로 향해있다"며 방정맞게 굴었다. 이에 이경규는 "사주 관상에 올해 상복이 없다고 나와있다"며 "전현무가 내일 MBC를 기다린다고 했지 않나. 전현무는 오늘 못 받는다. KBS 와서 MBC 이야기를 하다니 제정신이냐. 안 준다. 이름 지워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받게 되어 있었는데 입을 나불거리 날아갔다"며 전현무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프로듀서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프로듀서상의 2가지 의미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공감을 자아냈다. 이경규는 "'KBS 연예대상'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는데 그동안 거의 대부분 참석했다"며 "참석만 하는 것은 오늘로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수상자일 때만 올 거다. 남 뒷바라지하는 것도 이제 힘들다"고 전해 웃음을 유발했다. 프로듀서상의 숨은 의미에 대해서는 "KBS PD 100여명이 주는 건데, 두 가지 뜻이 있다. '진짜 열심히 하는데 대중이 알아주지 못하니까 우리가 주자' 하면서 줄 때도 있고 이제 그만 하라는 의미에서 '이거 하나 먹고 떨어져라'는 식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2022 MBC 방송연예대상 방송 캡처
사진=2022 MBC 방송연예대상 방송 캡처
◆ "난 자격 있어" 겸손과 자찬 사이의 미덕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202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이경규는 공로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이경규를 축하하며 객석에 후보들은 기립박수로 축하와 존경을 표했다.

이경규는 "왜 다들 일어나냐. 못 받을 사람이 받았냐"며 후배들에게 고마워했다. 이어 "나는 정동 MBC 출신이다. 정동에서 여의도에서 일산으로 갔다가 상암까지 왔다. 공로상을 안 받을 수 없다. 이 시간까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받아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공로상 받을 자격이 있다. '일밤'을 1000회를 했고, 2002년에 '이경규가 간다'를 한 걸 지금 김성주가 받아먹고 있는 거다. '복면가왕' 원조도 내 '복면달호'다. 이번에 공로상을 받았으니 참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경규는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은 말도 안 된다. 한 사람이라도 박수를 안 칠 때까지 활동하도록 하겠다"며 모두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사진=2015 K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사진=2015 K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 "도긴개긴, 그 나물에 그 밥" 돌직구

2015 KBS 연예대상에서도 이경규의 재치는 빛났다. MC가 이경규에게 연예대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경규는 "올해 내 사주에는 상이 없다. 상도 약간 빈 상이 됐다"고 말다. 또한 "내가 이 나이에 여기서 병풍을 서야 하냐. 선배님들은 다 갔다. 나도 간당간당하다"라며 버럭 했다. 이경규의 수상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한 MC에게 "누가 상을 타든 도긴개긴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대상 수상자 이휘재가 소감을 말하며 "주병진 선배님을 보고 개그맨 꿈을 키웠다. 지금도 제 마음속에는 선배님 밖에 없다"고 하자 이경규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사진=2014 S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사진=2014 S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 작가 이름을 몰라도 감사 표시는 확실하게 "고맙다"

2014 SBS 방송연예대상에서 이경규는 후배 유재석, 강호동, 김병만과 경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경규는 "생각하지도 못 했다"며 깜짝 놀랐다. 이어 "쟁쟁한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생방송이라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신경을 바짝 썼는데 상을 받고도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파이팅 넘치는 강호동, 많은 사람을 배려하는 유재석, 정글에서 고생하는 김병만. 여러분의 발목을 붙잡아서 미안하다"고 후배들을 향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프로그램을 열심히하는 것도 좋지만 상복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재치 있는 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경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예전에는 '내가 잘 해서 상을 타는구나' 싶었는데 한 해 한 해 접어들수록 작가, PD들의 능력에 의지해 좋은 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려 감동을 선사다. 당시 '힐링캠프'를 진행하던 이경규는 "작가들이 고생이 많다"면서도 "미안하게도 이름을 모른다. 대충 김 작가, 박 작가, 최 작가 있지 않겠나. 막내 작가 분명히 있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붕어빵' 작가들을 두고도 "김 작가 있지 않겠나. 메인 작가 박 작가 아닌가. 역시 막내 작가들 고맙다"며 "CP들의 이름은 정확히 안다"고 이름을 언급해 폭소를 자아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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