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한계 다다른 '관찰 예능'
시청자 신뢰도는 '바닥'
함소원, 박수홍, 김용건./사진=텐아시아 DB
함소원, 박수홍, 김용건./사진=텐아시아 DB
≪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이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관찰 예능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재미와 웃음보다는 스타들의 ‘사생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관찰 예능’이란 타이틀 아래 유명인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의도를 앞세워 시청률을 좇는 무리수로 비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관찰 예능의 유행은 2013년 MBC ‘나 혼자 산다’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설 특집 파일럿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남자가 혼자 살 때’가 ‘나 혼자 산다’로 제목을 변경, 정규 편성을 확정한 뒤 10년째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예인의 실제 삶에 대한 간접 체험이 시청자의 만족감을 채운 것.

‘사생활 엿보기’가 통하자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비롯해 KBS2 ‘인간의 조건’, SBS ‘미운 우리 새끼’가 연달아 방영됐고 줄줄이 히트했다. 이후 여러 방송사에선 너도나도 실패 확률이 낮은 관찰 예능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점차 관찰 예능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SNS와 동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대중과 연예인들의 거리감이 좁혀지면서다. 2014년 12월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월간 활동 사용자 수가 3억명을 돌파했다. 포털사이트에 연예인 이름만 검색해도 그의 일상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

한계에 달한 관찰 예능이 꺼낸 카드는 ‘TMI(과도한 정보)’다.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나선 것이다. 결혼과 출산, 연애 등을 비롯해 스타들의 사생활 영역을 오픈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일부 시청자는 ‘굳이 이런 부분까지 알아야 하냐’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을 벗어나 출연 목적 자체가 사생활을 밝힌다는 취지로 변질한 모양새기 때문이다.

예능 판을 장악한 관찰 예능의 한계는 지난해 TV조선 ‘아내의 맛’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18년 방영 이후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방송인 함소원 가족이 보여준 ‘무리수’로 위기를 맞았다. 이들은 부부간의 불화설을 시작으로 딸 혜정 양을 응급실에 데려간 것이 설정이라는 의혹, 이를 넘어서 간접적으로 공개했던 재산과 집, 가족 관계 전부가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봉착했다.

함소원 가족을 필두로 관찰 예능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이후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과한 설정과 진정성 없는 모습들이 잇따라 포착됐기 때문이다. 배우 김용건과 방송인 박수홍은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각각 돌싱과 노총각이라며 싱글 라이프를 소개했지만, 김용건은 2008년부터 만남을 이어온 여성 A 씨의 존재가 드러났고 박수홍 역시 4년간 만나온 연인이 있었던 것.

과도한 '설정'을 출연진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프로그램 측도 분명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리얼리티를 내세운 만큼 어느 정도의 검증 절차는 거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얼’을 표방하지만 ‘리얼’하지 않은 아이러니.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을 탓하는 일부 여론도 있지만, 애초 프로그램에 ‘진실’이란 안경을 끼운 건 시청자가 아니다. 더욱이 억지스러운 TMI는 피로감만 높이는 모양새다.

돌고 도는 유행은 예능 판에도 적용된다. 과거 유행했던 육아, 소개팅 프로그램 등은 좀 더 현실적이고 전문성을 가미한 소재로 다시 떠올랐다. 반면 관찰 예능은 갈피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시청자의 높아진 수준에 과도한 ‘사생활 공개’가 정답일지 의문을 남긴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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