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름을 노린다

봄, 가을 정규 시즌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계절,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시리즈가 시청자를 찾고 있다. 벌써 다음 시즌까지 계약이 끝난 HBO의 를 비롯해 USA의 , AMC의 등의 낯익은 미드도 있지만, 따끈한 신참 시리즈도 줄을 잇고 있다. 이미 방송을 시작한 폭스의 는 코믹 수사물로 규정대로 고지식하게 수사하는 신참 경찰(콜린 행크스)과 오랫동안 진급 못한 찌질한 고참(브래들리 휘트포드)이 사소한 경범죄를 조사하다 결국 큰 사건에 매번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70년대 포르노 배우 같은 콧수염을 단 브래들리 휘트포드의 능숙한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 이미 246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여 모두를 놀라게 한 ABC 패밀리 채널의 는 의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았다. 인기 하이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시리즈는 친구가 실종된 후 서로 멀어진 4명의 소녀들이 1년 후 갑자기 없어진 친구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받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초능력자까지 여름을 노린다

올 여름에는 에 영향을 받은 초자연 소재 미드도 눈에 띈다. 가장 유사한 시리즈는 ABC의 .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부유한 주택지를 배경으로 한 이 시리즈는 와 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 동네에 새로 이사 온 모노한스 가족이 이웃에 늑대인간과 뱀파이어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는 것. 약간 어설픈 구석이 있으나, 한 여름 킬링타임용으로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또 다른 슈퍼내추럴 시리즈는 스티븐 킹의 소설 를 바탕으로 한 Syfy의 .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메인 주의 한 작은 마을에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FBI 요원이 파견되면서 이들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또 지난 2003년 종영된 후 컬트 입지를 구축한 애니메이션 는 그간의 공백을 깨고 코미디 센트럴 채널에서 총 26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물론 오리지널 캐스팅과 성우들과 함께다. 최근 HBO 에 출연했던 제임스 뱃지 데일이 주연을 맡은 AMC의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뉴욕 소재 싱크탱크에서 애널리스트로 친한 상사가 살해당한 후 회사가 세계를 조종할 정도로 엄청난 일을 꾸미는 비밀 조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밖에도 CIA 견습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USA의 , 청소년들을 위한 체중감량 캠프를 소재로 한 ABC 패밀리의 , 영문도 모르는 체 납치된 7명의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NBC의 스릴러 , 쇼타임의 다큐 드라마 등이 있다.

여름이 끝날 때 웃을 자는 누굴까

한편 LA 중년 여성들을 그린 TV 랜드의 시트콤 에는 최근 SNL 게스트로 등용 되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는 80대 여배우 베티 화이트와 체중감량 TV 광고로 각광을 받은 밸러리 버티넬리 등이 출연한다. 뉴질랜드의 인기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ABC의 은 대대로 범죄자 집안이었으나 남편의 실형선고 후 개과천선하겠다고 다짐한 여인 (버지니아 매드슨)과 그녀의 다 자란 자녀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조지 클루니의 제작사가 제작해 눈길을 모은 TNT의 경찰 드라마 에는 에 출연했던 제이슨 리가 멤피스 토종 경찰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위의 세 시리즈는 출연배우나 원작, 제작자 등으로 방영 전부터 눈길을 끌었으나, 만이 해외 방영 판권을 계약했고, 나머지 두 시리즈는 첫 회부터 평론가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냉정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녹일 이 여름의 루키는 누가 될까?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신참들만이 한국의 시청자들과도 만나게 될 것이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