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지난 11일 베일을 벗고 처음 방송된 ‘해치’에서는 1719년 숙종 말, 혼란스러운 정국이 펼쳐졌다. 세자가 후사를 이을 수 없다는 흉문이 퍼지자 차기 왕좌를 둘러싸고 붕당 간의 권력 대립이 고조됐다. 노론은 밀풍군 이탄(정문성)을, 소론은 연령군 이훤(노영학)을 보위에 앉히려 했다. 세자의 편에는 실권 없는 소수의 남인만 남아있었다. 이렇듯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 조선에는 사헌부라는 최고의 사법기관이 있었다.
어머니가 무수리 출신인 연잉군 이금(정일우)은 어느 계급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천한 왕자’였다. 자신의 신분에 환멸을 느끼는 듯하는 연잉군은 전국을 떠돌다 한양으로 돌아왔다. 영의정은 지난 밤 사헌부 감찰에게 야다시(사헌부 감찰들이 고위 관리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를 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대사헌은 “이럴 때 우리 사헌부가 콕 집어 노론의 수장인 영상 대감을 치느냐”면서 영의정 편을 들었다. 그도 노론이었기 때문이다.
박문수에게서 도망치던 연잉군은 연령군을 만났고, 그와 함께 궁궐에서 열리는 중전 생일 연회에 참석했다. 연잉군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다. 괴팍하고 잔인한 성정을 가진 밀풍군 역시 연잉군을 반기지 않았다. 연잉군과 밀풍군은 만나자마자 기 싸움을 했다.
한편 사헌부에서는 한정석을 중심으로 밀풍군이 사람을 죽이고 시체의 숫자를 기록한다는 풍문을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었다. 죽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이 노태평이었다.
밀풍군은 사냥 대회를 열었다. 사헌부 다모 여지(고아라)는 남장을 하고 밀풍군의 계시록(시체의 숫자를 기록한 문서)를 찾기 위해 사냥터로 향했다. 연잉군도 풍문의 증거를 찾기 위해 사냥 대회에 참가했다.
여지는 밀풍군의 천막에 숨어들어 계시록이 든 것으로 보이는 상자를 열려고 했다. 그 때 연잉군이 나타나 상자를 내놓으라고 했다. 여지는 상자를 들고 달아났지만 곧 밀풍군에게 붙잡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연잉군은 “여자 손목을 비트는 건 좀 그렇지 않으냐”면서 밀풍군을 도발해 여지를 구했다. 연잉군은 전날 기방에 정보를 얻으러 온 여지와 눈이 마주쳐 그가 여자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첫 회에서는 이야기의 진가가 드러나지 못한 듯하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은 스토리 전개에 일관성 없이 혼란을 줬다. 생소한 단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된 자막은 다 읽기도 전에 사라졌다. 묵직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였을까. 지나치게 어두운 화면 색은 출연 배우의 얼굴을 구별하기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연잉군 역을 맡은 정일우의 톤이 사극에 어울리지 않았다. 부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인해 대사 전달도 고르지 못해 아쉬웠다. 다만 김갑수, 이경영 등 연기 고수들의 탄탄한 내공이 흔들리는 ‘해치’를 받쳐줬다. 무술에 능한 여지 역을 위해 액션학교까지 다닌 고아라의 노력과 열의도 드러났다. 권율은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었던 첫 회에 코믹함을 불어넣어 막간 웃음을 자아냈다. 앞으로 극 중 여지와 박문수, 연잉군이 의기투합해 권력을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얼마나 다채롭고 긴장감 있게 풀어가는지에 ‘해치’의 앞날이 달려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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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해치’ 방송 화면 캡처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정일우는 훗날 자신의 킹메이커가 돼줄 고아라, 권율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정일우는 정문성에게 위협 당하던 고아라를 구했다. 권율은 과거 시험장에서 만난 정일우가 왕자인 줄은 모른 채, 그가 부정 응시자라고만 생각하고 뒤쫓았다.지난 11일 베일을 벗고 처음 방송된 ‘해치’에서는 1719년 숙종 말, 혼란스러운 정국이 펼쳐졌다. 세자가 후사를 이을 수 없다는 흉문이 퍼지자 차기 왕좌를 둘러싸고 붕당 간의 권력 대립이 고조됐다. 노론은 밀풍군 이탄(정문성)을, 소론은 연령군 이훤(노영학)을 보위에 앉히려 했다. 세자의 편에는 실권 없는 소수의 남인만 남아있었다. 이렇듯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 조선에는 사헌부라는 최고의 사법기관이 있었다.
어머니가 무수리 출신인 연잉군 이금(정일우)은 어느 계급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천한 왕자’였다. 자신의 신분에 환멸을 느끼는 듯하는 연잉군은 전국을 떠돌다 한양으로 돌아왔다. 영의정은 지난 밤 사헌부 감찰에게 야다시(사헌부 감찰들이 고위 관리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를 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대사헌은 “이럴 때 우리 사헌부가 콕 집어 노론의 수장인 영상 대감을 치느냐”면서 영의정 편을 들었다. 그도 노론이었기 때문이다.
사진=SBS ‘해치’ 방송 화면 캡처
연잉군은 ‘52세의 노태평’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장에 시험을 보러 갔다. 그 곳에서 박문수(권율)를 만났다. 박문수는 답안지를 제출하는 연잉군을 보곤 그가 대리시험을 치렀다고 생각했다. 박문수는 사헌부 감찰 한정석(이필모)에게까지 찾아가 부탁하며 그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박문수에게서 도망치던 연잉군은 연령군을 만났고, 그와 함께 궁궐에서 열리는 중전 생일 연회에 참석했다. 연잉군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다. 괴팍하고 잔인한 성정을 가진 밀풍군 역시 연잉군을 반기지 않았다. 연잉군과 밀풍군은 만나자마자 기 싸움을 했다.
한편 사헌부에서는 한정석을 중심으로 밀풍군이 사람을 죽이고 시체의 숫자를 기록한다는 풍문을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었다. 죽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이 노태평이었다.
밀풍군은 사냥 대회를 열었다. 사헌부 다모 여지(고아라)는 남장을 하고 밀풍군의 계시록(시체의 숫자를 기록한 문서)를 찾기 위해 사냥터로 향했다. 연잉군도 풍문의 증거를 찾기 위해 사냥 대회에 참가했다.
여지는 밀풍군의 천막에 숨어들어 계시록이 든 것으로 보이는 상자를 열려고 했다. 그 때 연잉군이 나타나 상자를 내놓으라고 했다. 여지는 상자를 들고 달아났지만 곧 밀풍군에게 붙잡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연잉군은 “여자 손목을 비트는 건 좀 그렇지 않으냐”면서 밀풍군을 도발해 여지를 구했다. 연잉군은 전날 기방에 정보를 얻으러 온 여지와 눈이 마주쳐 그가 여자임을 알고 있었다.
사진=SBS ‘해치’ 방송 화면 캡처
영조와 사도세자, 영조와 정조, 혹은 숙종 때의 장희빈과 인현왕후 등 영조 이전과 이후의 이야기는 사극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영조가 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영조의 청년 시절, 즉 연잉군의 이야기에만 집중한 ‘해치’는 신선했다. 여기에 조선시대의 사법기관인 사헌부를 소재로 접목시켜 호기심을 더욱 높였다.하지만 첫 회에서는 이야기의 진가가 드러나지 못한 듯하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은 스토리 전개에 일관성 없이 혼란을 줬다. 생소한 단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된 자막은 다 읽기도 전에 사라졌다. 묵직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였을까. 지나치게 어두운 화면 색은 출연 배우의 얼굴을 구별하기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연잉군 역을 맡은 정일우의 톤이 사극에 어울리지 않았다. 부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인해 대사 전달도 고르지 못해 아쉬웠다. 다만 김갑수, 이경영 등 연기 고수들의 탄탄한 내공이 흔들리는 ‘해치’를 받쳐줬다. 무술에 능한 여지 역을 위해 액션학교까지 다닌 고아라의 노력과 열의도 드러났다. 권율은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었던 첫 회에 코믹함을 불어넣어 막간 웃음을 자아냈다. 앞으로 극 중 여지와 박문수, 연잉군이 의기투합해 권력을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얼마나 다채롭고 긴장감 있게 풀어가는지에 ‘해치’의 앞날이 달려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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