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완벽한 아내’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완벽한 아내’ / 사진=방송 화면 캡처
흥행 측면에선 가혹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우 고소영과 조여정은 ‘베스트 연기’로 기억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완벽한 아내’를 통해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2일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 김정민) 최종회가 방송됐다. 이날 극에선 은희(조여정)가 죽음을 맞았고, 남은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1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고소영 덕분에 극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존 시청층이 단단한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둑’, SBS ‘귓속말’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2월 27일 첫 방송은 3.9%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종회는 6.1%. 자체최고시청률은 9회가 기록한 6.4%에 그쳤다.

민망한 성적 속에서도 고소영과 조여정에 대한 호평은 끊임이 없었다. 기존 이미지를 벗은 배우들이 캐릭터를 제 옷인 양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오랜만에 연기로 복귀한 고소영에게 기존의 새침하고 도도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부 재복 역을 맡은 그는 편안한 차림에 최소한의 메이크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부당한 일에 소리를 칠 줄 알았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맞서는 용기도 있었다.

고소영은 극 초반, 일도 가정도 잘 일구고 싶은 워킹맘으로서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의문의 여자 은희(조여정)를 만나면서는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점차 모성애를 폭발시켰다. 자신의 파트너 봉구(성준)와는 티격태격 톰과 제리 같은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그와 은근히 핑크빛 분위기를 풍기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특히 고소영의 처절한 모성애 연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아이들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냉철해졌고 강해졌다. 스트레스로 악몽에 시달리며 오열하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고소영에게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로 극을 팽팽하게 이끈 사람은 조여정이다. 그는 집착녀 은희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연기를 펼쳤다. 속내를 숨긴 채 재복의 가족에게 접근하며 시청자들과도 밀당을 하더니 본색을 드러낸 후엔 말릴 새도 없이 폭주했다.

감정이 다채롭지 않은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면서도 눈빛에 사연을 담아냈다. 어느 순간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이 기괴해 보일 정도였다.

고소영과 조여정은 전례 없는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아쉬움 가득했던 극에서 발견한 보물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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