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
히든싱어
JTBC ‘히든싱어4’ 5회 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오후 11시

다섯줄 요약
‘히든싱어4’ 5회의 원조가수는 ‘맨발의 디바’ 이은미였다. ‘어떤 그리움’, ‘기억 속으로’, ‘애인 있어요’, ‘녹턴’으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이은미와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들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명곡을 소화하였다. 매 라운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원조가수 이은미가 최종우승자가 되었고 ‘의정부 이은미’ 박연경이 준우승을 차지하였다. 시종일관 신발을 신은 채 노래했던 이은미는 모창능력자들과 함께 꾸미는 특별무대에서 마침내 신발을 벗고 ‘맨발의 디바’가 되었다.

리뷰
그야말로 귀를 황홀하게 하는 명곡의 향연이었다. ‘히든싱어4’ 이은미 편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인 이은미의 노래를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하는 시청자들의 걱정을 무색하게 하는 방송이었다.

사실 이번 방송은 김진호 편이나 민경훈 편과 같은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방송으로 보았을 때 이은미의 목소리를 구분해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현장에서도 1표 차이로 2위에 올랐던 1라운드를 제외하면 모든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하였을 정도로 이은미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은미와 비슷하다”고 생각될만한 모창능력자는 분명히 있었고, 모창능력자들의 뛰어난 가창력 덕분에 승패를 떠나 무대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었다. 특히나 원조가수(이은미)와 언더그라운드 가수(박연경),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지세희)가 함께 꾸민 마지막 결승무대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음악을 해왔던 이들이 마침내 한자리에서 노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묘한 감동이 있었다.

이번 방송에는 유독 다양한 경력의 모창능력자들이 출연하였는데, 이은미와 동갑인 출연자가 있는가 하면 20대 초반의 어린 출연자도 있었고, 심지어는 이스라엘 출신의 외국인 모창능력자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과 경력, 출신의 모창능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오로지 이은미와 그녀의 노래를 사랑한다는 공통점 하나 때문이었다.

‘가수가 진짜 가수가 되는 곳’이라는 캐치프레이즈대로 ‘히든싱어4’는 단순히 원조가수와 비슷하게 노래하는 사람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원조가수의 음악인생 자체 돌아보는 자리다. 이은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맨발’이 되어 좌절을 극복했던 경험을 털어놓고 그녀의 명곡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이은미가 모창능력자들과 함께 부른 노래는 이은미의 음악 인생을 대표하는 곡들이었다. 이은미의 이름을 처음 대중에게 알린 곡도 있었고, 이은미가 가장 힘들 때 그녀를 일어서게 한 곡도 있었으며, 20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대표곡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이은미가 불러주는 노래를 통해 그녀의 음악인생을 차례차례 되짚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들은 원조가수인 이은미의 ‘인생의 노래’인 동시에 모창능력자들의 ‘인생의 노래’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이은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고, 어떤 이는 이은미의 노래를 불러 가수가 될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은미의 노래를 듣고 감동받으며, 그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모창능력자들은 ‘살면서 느끼고 겪은 모든 것을 노래를 통해 나누고 싶다’는 이은미의 바람이 실현되고 있음을 직접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수가 부른 인생의 노래가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의 노래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노래를 통해 삶을 공유해왔던 이들이 마침내 ‘히든싱어’라는 무대에서 만나 바로 그 노래를 함께 부르게 된 것이다. 원조가수와 모창능력자들이 함께 노래하는 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수다포인트
– 이번 방송은 ‘히든싱어’와 ‘이계인 쇼’를 동시에 본 느낌이네요.
– 히브리어로 ‘애인 있어요’를 듣게 될 줄이야.
– 처음부터 끝까지 이은미 씨만 찍은 50번 분, 뚝심(?)이 대단하시네요.

김하늬 객원기자
사진. JTBC ‘히든싱어4’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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