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

배우와 스타는 다르다. 전자는 자신을 극 중의 등장인물로 변화시키는 반면, 후자는 외적인 개성을 가지고 등장인물을 자기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몰입도가 다른 만큼 그 감정의 전달력 또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스타와 달리 좋은 배우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극 중 ‘캐릭터’로 대중에게 기억된다. 이러한 배우들의 공통점 한 가지는 바로 비언어적 표현에 능하다는 것. 대본에 대한 뛰어난 이해 능력을 기반으로 몸짓, 눈빛, 어투로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구현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열광한다. 작품 속에서 빛나는 존재감으로 남다른 ‘무언가’를 전하는 배우들을 매력을 집중적으로 탐구해봤다. 그들의 어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매혹한 것일지. 그 첫 번째 주자는 KBS2 월화미니시리즈 ‘빅맨’의 강지환이다.

돌아온 강지환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방송된 SBS ‘돈의 화신’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그가 넘어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니었다. ‘빅맨’에서 사실상 원톱 주연이나 다름없는 김지혁 역을 맡아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 KBS 월화극의 반복된 부진으로 시청률 바통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강지환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에 대해 “첫 방송에 대한 부담으로 잠도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빅맨’을 향한 대중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20%의 시청률을 돌파하는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에 ‘빅맨’은 매회 시청률 상승을 거듭하며 월화극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앞서 동 시간대 방송되는 다른 작품들이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끌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배우 강지환의 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강지환이 맡은 김지혁 역할은 상당히 연기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은 캐릭터이다. ‘빅맨’의 전개가 인생이 뒤바뀌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강지환은 극과 극을 오가는 인물의 행동에 정당성을 불어넣어야 하며, 그 표현의 수위가 과할 경우 자칫하면 그렇고 그런 ‘성공스토리’로 흘러가 버릴 공산도 컸다.

강지환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김지혁 역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직접 남대문 시장에서 정장을 구입하는 등 캐릭터 표현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지환은 ‘김지혁’이라는 인물의 삶을 외적으로 그려내는 데 공을 들였다. 강지환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장에서 일하는 지혁을 표현할 때는 살을 5kg 정도 찌웠다”고 말할 정도로 외모 변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시장 특유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리는 ‘날 연기’를 시도했다. 까칠한 듯 정감 있는 말투는 김지혁의 과거에 대한 부연 설명 없이도 캐릭터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후에 김지혁이 현성그룹 강 씨 집안에 들어간 뒤 성장하는 과정이 ‘빅맨’의 큰 줄기인 만큼 다른 환경에서의 극과 극을 오가는 변화는 ‘김지혁’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역할을 했다.

또 본래 액션 연기에 능한 배우라는 점도 김지혁의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는 데 큰 몫을 했다. 배우 중에서도 상당히 큰 키와 몸짓을 자랑하는 강지환의 액션신은 한 마디로 폼이 난다. 1회를 추격신으로 열었던 그는 앞서 드라마 ‘쾌도 홍길동’, 영화 ‘영화는 영화다’ 등에서 선보인 남다른 액션신으로 ‘빅맨’에 경쾌한 활극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압권인 것은 바로 디테일한 감정 연기이다. 매회 분노, 오열, 냉정, 허탈 등 복합적인 감정을 자유로이 오가는 강지환의 연기는 ‘빅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강지환의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표현은 ‘빅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빅맨’ 7회에 담긴 강지환의 오열신은 그의 배역에 대한 몰입도를 짐작게 했다. 자신이 사모했던 소미라(이다희)가 동생 강동석(최다니엘)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지혁은 어머니처럼 따랐던 달숙(송옥순)에게도 비참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이후 술에 잔뜩 취해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순간 지혁은 그대로 주저앉아 아이와 같이 울음을 터트린다. 오열신에 사랑을 잃은 이의 허탈함과 김지혁의 순수함을 동시에 담아낸 강지환의 연기는 그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가족이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의 연기는 한층 성장한 강지환의 연기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석을 죽이겠다고 칼을 들고 현성가를 찾았을 때의 극단으로 치달은 감정에는 천지를 꿰뚫을 듯한 분노가, 연정을 품었던 소미라를 끝까지 지키고자 죄를 뒤집어쓴 뒤에 지어 보인 쓴웃음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 찰나의 눈빛에 인간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그의 연기에는 ‘빅맨’의 모든 메시지가 담겼다. 이는 후에 지혁이 복수를 결심했을 때 시청자가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느끼게 하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어느덧 반환점에 한 발짝 가까이 ‘빅맨’에는 지혁과 동석의 대결 구도가 본격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단 한 신의 빈틈도 없이 흡입력 있게 극을 이끌어온 강지환의 감정 연기도 절정으로 치달을 순간을 목적에 뒀다. 그가 그려낼 지혁이 종국에 시청자들에게 전할 메시지는 무엇일지. 각성한 김지혁의 모습에서 비로소 배우 강지환이 보인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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