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6에서 계속) 집에서 쫓겨난 한두수는 한 학기를 다니고 외사촌 형이 있던 한양대 쪽으로 하숙집을 옮겼다. 그때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더 고생했어야하는데 영장이 날아왔습니다. 레슨을 받았던 베이스 형과 떨어지고 싶은 마음에 2001년 입대를 해버렸습니다.”(한두수) 공익근무를 하면서 인천 주안역 인근의 인천실용음악학원에서 베이스를 가르치는 강사 일을 시작했다. 2003년 학원 강사들과 4인조 혼성 훵키 록밴드 땡큐를 결성했다. “카피를 주로 하다 보니 제 라인 만들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때 락캠프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시작하면서 박상도와 처음 만났죠.”(한두수) “당시 실용음악학과가 많지 않던 시절인데 노래도 잘하고 세련되게 연주를 하더군요. 저도 자만심에 가득 찼던 시절인데 저 팀은 우리하고 급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박상도)

락캠프 정유천 대표가 리드한 밴드 내츄철 푸드의 베이스로 부평 풍물축제무대에 올라 유진박을 비롯해 국악인들과 함께 연주를 했다. “그때 국악인들과 이렇게 음악을 막 하고 싶지 않다고 사장님께 말했죠. 저 때문에 상처를 받으셨어요.”(한두수) 밴드를 떠난 한두수는 2005년 음악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을 만난다. 루비살롱레코드 대표인 밴드 하이라이츠의 이규영이다. 그가 하이라이츠 멤버가 된 것은 락캠프에서 만난 동갑내기 기타리스트 전두희 때문이다. 한두수의 친구 채일석과 전두희는 서인천고 동창이다. 처음으로 앨범을 내고 기획사를 가진 밴드 하이라이츠 활동을 시작한 한두수는 밴드 ‘파리스매치’ 같은 웰메이드 일본음악을 많이 들었다.

한두수 이규영 전두희 하이라이츠 3집 인천 록캠프 공연

2집 활동 중에 전두희는 자기 음악을 하기 위해 밴드 그루피 69를 만들면서 탈퇴했다. 하이라이츠 2집부터 참여한 한두수는 3~4집의 편곡을 주도했다. “카츄사 출신으로 영어를 잘하는 전두희는 미국사람처럼 기타를 잘 칩니다. 규영이 형은 록에 질려 있던 때라 음악적으로 충돌이 많았습니다. 그땐 형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박상도 부모님이 운영했던 노래방이 있던 건물의 관리인 등 밴드가 아닌 다른 일을 많이 해 밴드에만 집중했던 저는 불안한 마음에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가려고 헤어졌죠. 대화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한두수)

2007년 한두수는 유학을 떠나기 위해 서울재즈아카데미 23기로 들어갔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두수는 유학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포기하는 일이 터졌다. 집안문제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 버렸던 것. 그래서 음악을 접고 어머니가 운영했던 찜질방에서 6개월간 일했다. 그때 직장인밴드 저공비행 작업실에서 인연을 맺은 멤버들이 전북 정읍으로 일하러 갔을 때 요양을 할 생각으로 따라갔다. 일종의 현실도피였다. 2009년 재즈아카데미 동기 이유승의 소개로 8인조 국악밴드 억스의 멤버로 극적으로 상경했다. 또한 전두희의 연락을 받고 여성 드러머 김선미와 함께 정통 3인조 록밴드 거츠(GUTZ) 활동을 시작해 2010년 1집에 참여했다.

한두수 록밴드 거츠 시절 일본공연 가는 비행기안에서

“거츠 1집 발매 후 전국 투어와 일본 동경 등 3개 도시 투어를 갔는데 문화충격을 받았죠. 작은 클럽에도 음향, 조명, 무대 엔니지어, 스태프들도 여러 명이었는데 밴드가 교체될 때마다 관객이 바뀌는데도 만석을 이루는 걸 보며 메이저와 마이너가 공존하는 천국 같은 음악환경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나이 많은 밴드가 계속활동을 하면 측은하게 보는 측면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할아버지들이 클럽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참 멋있게 보이더군요. 제가 조덕환 형과 계속 음악을 하는 이유일 것 같아요.”(한두수)

국악밴드 억스(AUX)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두수는 각종 음악축제에서 수상하며 뉴욕, 워싱톤, 홍콩 등 해외투어를 다녀왔다. 21c 한국음악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자 국악밴드 프리의 리더인 원일 등 많은 음악 멘토들로부터 소중한 음악자양분을 수혈 받았다. 남의 음악 따라 하기를 그만 둘 생각을 한 그는 밴드 고유의 사운드를 끌어내기 위해 앨범 음향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한두수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뉴욕 공연 억스 2011년

“홈레코딩이지만 하이라이츠 활동으로 프로듀싱 능력을 배양했고, 욕하면서 헤어졌지만 규영이 형이 조덕환 밴드에 불러줘 1집 프로듀싱을 했고 박상도와 재회해 써드스톤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한두수) 2012년 써드스톤 3기를 결성한 박상도, 한두수, 안성용은 2013년 2월부터 홍대 클럽 핑크문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5월에 유통사 선데이디스코와 3집 계약을 하고 8월부터 망원동 톤스튜디오에서 녹음에 들어갔다. 써드스톤 2집이 블루스 록을 지향했다면, 3집은 한국적 사이키델릭이라는 독특한 사운드를 제시했다. 릴테이프를 사용해 원테이크 녹음으로 연주의 원초적인 질감을 살린 앨범엔 연주곡 ‘도어(Door)’를 시작으로 ‘오아시스(Oasis)’, ‘머신(Machine)’, ‘둥지와 새’, 등 8곡이 담겨있다. 11분이 넘는 ‘잃어버린 얼굴’,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를 모티브로 사용한 대곡 ‘싸이키문(Psychemoon)’은 써드스톤의 새로운 음악적 지향점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매력적인 곡들이다.

앨범 나온 후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다. “톤 녹음실 대표님의 칭찬으로 평단의 반응은 살짝 기대했었습니다.”(박상도) 써드스톤은 금년에 페스티발 무대에 많이 오를 예정이다. 그린플러그드 컴필레이션 앨범 ‘숨’에 신곡 ‘그날이오면’이 수록되었다. 3집도 초반이 품절되어 어쿠스틱 버전과 1, 2집 중 1곡 씩 편곡해 디럭스 스페셜 앨범 제작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원초적이고 독창적인 사운드로 부활한 록밴드 써드스톤의 진짜 음악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한두수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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