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의 성공법칙 중 한 가지는 그룹만이 가진 독특한 색깔이다. 올해에는 헬멧과 트레이닝복으로 개성을 보여준 걸그룹 크레용팝, 뱀파이어 같은 콘셉트의 노래를 연이어 발표해 성공을 거둔 그룹 빅스 같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무기를 가진 그룹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룹 히스토리는 그룹의 상징을 ‘변신’으로 택했다. 지난 4월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히스토리는 얼터너티브 그룹을 표방한다. 데뷔 당시 히스토리는 “관습적 사운드와 획일적인 퍼포먼스를 뛰어넘어 가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히스토리는 데뷔곡 ‘드리머(Dreamer)’부터 ‘열대야’, 최근 ‘난 너한테 뭐야’까지 아카펠라, 미소년, 상남자 등의 콘셉트로 쉴 새 없이 활동하며 매번 다른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히스토리는 카멜레온이에요. 많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항상 그 콘셉트에 맞는 매력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어요. 어떤 콘셉트가 주어지든 자신 있어요.” (송경일)

지난달 28일 두 번째 미니앨범 ‘블루 스프링’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난 너한테 뭐야’로 활동하고 있는 히스토리는 그 동안의 콘셉트 중에서도 특히 이번 콘셉트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난 너한테 뭐야’는 윤상과 이스트포에이(east4A)가 함께 작곡하고 김이나가 작사한 라틴 팝 장르의 크로스오버 곡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촬영한 19금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속 히스토리는 얼핏 보면 상남자지만, 각자 상처 받은 청춘으로 수준급의 내면 연기까지 돋보인다.

“이번 앨범은 특히 히스토리만의 색깔이 돋보여요. ‘드리머’, ‘열대야’는 발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변화를 시도할 것이지만, 특히 이번 콘셉트가 우리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대해서도 상의를 많이 했어요. 각자 자기가 맡고 있는 캐릭터를 본인의 성격대로 표현했어요.” (나도균)
“촬영을 하면서 어릴 때부터 우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섯 명의 캐릭터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닮기도 했어요.” (송경일)



퍼포먼스에도 상처 받은 청춘의 아련함을 담았다. ‘난 너한테 뭐야’에서 히스토리는 라틴 댄스의 한 종류인 맘보 댄스를 새롭게 재해석한 군무를 선보인다. 올블랙 패션으로 강인함을 드러내면서 맘보춤으로 내면에 숨겨진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외강내유’형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에는 끈적끈적하면서 건들건들한 느낌으로 춤을 춰야 하는데 파워풀한 안무보다 어려웠어요. ‘열대야’ 때는 계속 뛰어야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동작에 힘을 줘서 하면 되는 것들이었는데 ‘난 너한테 뭐야’는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느낌 있게 표현해야 했어요.” (송경일)

데뷔 싱글을 포함해 벌써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한 히스토리는 타이틀곡만 알려지는 데에 아쉬움도 토로했다. 가장 아까운 수록곡을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번째 미니앨범인 ‘저스트 나우(Just Now)’의 수록곡 ‘와이 낫(Why Not)’을 꼽았다.

“사실 모든 수록곡들이 아까워요. 우리는 타이틀곡을 정해놓고 녹음하지 않아요. 다 녹음한 뒤에 타이틀곡을 정해서인지 수록곡 전부가 활동하고 싶은 곡들이에요. 그냥 묻혀두기에는 정말 아까워요.” (송경일)

데뷔 첫해를 보낸 히스토리는 “솔직히 올해 신인상에는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본상 수상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며 솔직하면서도 패기 있는 2014년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롤모델로 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길을 찾아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이번 앨범으로 가능성을 찾았으니 2014년에는 더욱 새로운 모습,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히스토리가 되겠습니다.” (일동)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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