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응사앓이’ 중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흘렀던 ‘가려진 시간 사이로’의 윤상, ‘사랑할수록’의 부활, ‘추억#1’의 조규찬 등 90년대를 수놓았던 가수들이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관객들과 만난다. 해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지만 그냥 지나가버리면 아쉬움이 남는 법. 로맨틱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는 역시 캐럴이 함께 하는 콘서트가 제격이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다시 꺼내들었던 가수들의 음악을 공연장에서 만나는 건 어떨까?



“쩡아 오빠한테 시집올래? 이리 착한 아를 오빠가 왜 이리 구박했지? 니는 좀 들어가서 쉬고 있어라. 오빠가 맛있게 후라이 할게요.” 나정(고아라 분)을 쉬게 하고 요리를 하는 쓰레기(정우) 뒤로 흐르는 조규찬의 ‘추억#1. 조규찬은 1993년 1집을 발표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실력파 뮤지션을 대거 배출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1회 우승자로 ‘추억#1’, ‘따뜻했던 커피조차도’ 등 세련된 어법의 노래를 발표하며 당시 가요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최근 3년 동안의 미국 유학을 마친 조규찬은 오는 25일 서울 코엑스오디토리움에서 ‘메리 컴백 조규찬’을 열고 컴백의 신호탄을 쏜다.



“에구 우리 형 또 부활에 꽂히셨구먼” “요샌 또 부활이냐?” “부활은 원래 좋아했는데?” ‘응답하라 1994’ 9회에 깔리는 부활의 ‘사랑할수록’은 집에 숨긴 채 학교를 휴학한 빙그레(바로 분)의 심난한 마음을 달래준다. 이 노래가 담긴 부활의 3집 ‘기억상실’은 1993년에 발매돼 당시 12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가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길거리에서 복사 테이프를 판매하는 가판대마다 이 노래가 흘러나왔으니 불법복제 음반 판매까지 추산하면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렸을 것. 보컬 김재기는 레코딩 후 비운의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친동생 김재희가 무대에서 형의 노래를 대신 불렀다. 이후 팀 이름처럼 여러 번 부활했던 부활은 2013년에 미국 5개 도시, 일본, 중국 등을 돌며 콘서트를 펼쳤다. 25일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콘서트를 연다. 정동하가 노래하는 ‘사랑할수록’은 어떨까?



“내 볼 좀 그만 만지라” “야 오빠가 니 좋아서 그라는 거 이나가. 나만의 애정표현이다” “하지 마라. 나도 엄연한 여자다. 여자맹키로 대해라” 쓰레기가 나정의 알콩달콩 사랑이 고조되는 이 장면에서 흐르는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흐른다. 이승환은 ‘응답하라 1994’의 단골 가수. ‘플란다스의 개’, ‘너를 향한 마음’, ‘화려하지 않은 고백’ 등이 드라마에 흐르며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90년대에 신승훈, 김건모와 함께 최고의 남자가수로 사랑받았던 이승환은 홀로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2013년에도 여전히 동안외모를 유지하며 발랄한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의 신’으로도 불리는 이승환은 현재 연말공연 ‘이승환 옹 특별회고전’을 진행 중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24~25일에는 부산 MBC 롯데 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응답하라 1994’ 4회에 깔리며 아련한 여운을 남겼다. 90년대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윤상은 최근까지 음악적 센스를 유지하며 아이돌그룹의 작곡가, 드라마 및 게임 음악감독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90년대에 윤상은 세련된 장발에 우수어린 표정을 보여주며 테리우스로 불리기도 했다. 윤상은 25일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당신의 크리스마스에 보내는 편지’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공연 타이틀과 같이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보내는 손편지처럼, 윤상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음악선물을 펼칠 예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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