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놀면 뭐하니?'(이하 '놀뭐')가 7년째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뒤늦은 윈터송 음원 발매에 이어 예측 불가한 외전을 기획하는 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 하하, 주우재, 박진주, 이이경, 미주가 참여해 윈터송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함께할 8명의 메이트를 모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이미 1월 중순을 넘어선 때인 만큼 '윈터송'은 계절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비상 계엄 여파와 국가 애도기간으로 연속 결방이 되며 불가피해진 결과지만, 대체로 겨울을 겨냥한 음악은 연말에 발매되는 경우가 많아 시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놀뭐'는 과거 유니크한 기획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2020년에는 유재석, 이효리, 광희로 구성된 '싹쓰리'로 화제를 일으켰다. 잊혀졌던 혼성 그룹의 부활이라는 기획과 세 멤버의 독보적인 케미스트리가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끌어냈다. 음악적 완성도와 참신함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받은 긍정 사례로 남았다.
싹쓰리 활동 종료 후 '놀뭐'는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를 기획하며 연이은 성공을 거뒀다. 개성 넘치는 멤버들이 뭉친 환불원정대는 세대를 넘나드는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고 '놀뭐'만의 독창적 기획력이 빛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놀뭐'는 반복적인 음악 프로젝트 기획으로 서서히 지루함을 안기기 시작했다. 2021년 'MSG워너비'를 결성했지만, 기존의 싹쓰리나 환불원정대만큼의 화제성을 끌어내지 못했다. 2000년대 향수를 노리며 8인조 남성 보컬 그룹을 기획한 가운데, 멤버 간의 화합이 다소 조잡하게 느껴졌으며 발라드 장르는 호불호가 갈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WSG워너비'까지 연달아 음악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놀뭐'는 참신함을 잃고 자가복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웃음을 강조했던 초기 기획 의도와는 달리, 제한된 콘텐츠 중심으로 변질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언제부터 '놀뭐'가 음악 프로그램이 되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전 콘텐츠인 '행님 뭐하니?'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행님 뭐하니?'는 설 특집 외전으로, 이이경이 혼자 시간을 보낼 때 하하와 주우재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을 그린다. 그러나 출연진 간의 케미스트리를 넘어 단순한 친목 위주의 진행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방송 프로그램은 이름만 들어도 명확히 떠오르는 정체성이 중요한데 '놀뭐'는 이 점에서 아쉬쉽다는 평가다.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아가는 시점에도 발전보다 정체성을 잃은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가복제 지적이 있었던 가운데, 또다시 음반 프로젝트를 예고하고 우려가 있는 외전을 기획하는 모습은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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