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스트레이 키즈, 멤버 필릭스/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올드스쿨 힙합, 'Walkin On Water'는 장르에 씌인 강한 '서태지'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이 음악을 스트레이 키즈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데에는 멤버 필릭스의 역할이 아주 컸다.

13일 오후 2시 스트레이 키즈는 새 앨범 '合·HOP'(합)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룹 내 프로듀싱 팀인 3RACHA(쓰리라차, 방찬·창빈·한) 주도로 완성됐다. 이들은 쉼 없는 노력으로 아무나 올라설 수 없는 곳에 올랐다는 의미로 '물 위에 올라섰다'고 외치는 'Walkin On Water'(워킹 온 워터)를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다.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번 컴백곡 'Walkin On Water'은 2022년 'MANIAC'(매니악)이 연상될 만큼 멤버 필릭스의 음색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곡에서 필릭스가 차지하는 절대적인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는 스트레이 키즈라는 그룹의 보컬 정체성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단어 하나를 반복하고 짧은 브릿지를 담당하더라도 그의 목소리는 유독 귀를 사로잡는다.

곡에서 반복되는 후렴 'Water, water, walkin on' 부분에는 많은 양의 챈트(합창)이 들어가 있다. 듣기에 노이즈(소음)으로 들릴 정도다. 인트로 영상에서 멤버들은 후렴에 많은 챈트로 소리를 쌓은 이유에 대해 "곡의 장르에 어울리게 디스토션(왜곡) 된 소리처럼 들리길 바라서 소리를 정돈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신 없는 노이즈 가운데 후렴 전후로 필릭스의 중저음 보컬은 또렷하게 들린다. 정신없는 분위기를 중간중간 갈무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다. 후렴 직전 프리 코러스 부분에서도 메인 보컬이 따로 있음에도 끝 음절에 해당하는 단어를 더블링해 곡에 귀기울이게 만들었다.

브릿지에서도 필릭스의 음색은 돋보인다. 계속 반복돼 자칫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멜로디를 마지막 후렴 직전 저음으로 소화해낸 것. 신스 베이스와 리드만 남기고 모든 악기를 뺀 프로듀싱 팀의 결정 역시 그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한 훌륭한 선택이었다.

사진 제공=JYP


또한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르인 올드스쿨 힙합 곡이지만, 이들은 한 곡에서 보컬 구성을 다양하게 담아내면서 지루하지 않게 곡을 풀어냈다. 이들은 촌스럽게 들리지 않게 만들기 위해 매 구절 노래에 힘을 꾹꾹 눌러담아 불렀다고 지난 11일 공개된 40분 분량의 인트로 영상에서 밝혔다.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짐 없이 랩으로만 구성됐더라면 청자에게 피로감을 줬을 테지만 중간중간 멜로디컬하고 감미로운 파트를 삽입해 집중을 환기시켰다. 후렴이 나오기 전 보컬에 힘을 빼 오히려 듣는 이의 두 귀를 쫑긋하게 만든 거다.

장르 이미지에 갇히지 않았단 점에서 3RACHA라는 프로듀싱 팀은 이번 앨범에서 단순한 아이돌 멤버 모임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멤버들의 장점을 7년 동안 무대 위 아래서 지켜본 방탄, 창빈, 한이 직접 곡을 쓴다는 것은 스트레이 키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거대 장벽과 같이 장르마다 있는 한계를 딛고 '스트레이 키즈 표'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이들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