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지 않을 것 같아요. 잘할 수 있는 건 이해가 잘 되는 것, 했던 것,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겠죠. 갔던 길을 다시 가면 쉬어요. 하지만 제가 성장하지 못할까봐, 여러분이 재미없는 연기를 보게 될까봐 최대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조우진이 최근 고민하는 바이자 추구하는 바는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좇고 싶은 건, 보지 못했던 연기"라고 한다. 그는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에서도 시청자들이 새롭다고 느낄 연기를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 형사물, 추격물 등 어쩌면 흔히 봐왔던 장르, 형사이자 아버지라는 어쩌면 흔히 봐왔던 캐릭터를 조금이나마 다르게 연기하려고 애썼다. 강인함과 인간미를 적절히 풀어내며 작품의 균형감을 살리는 연기 내공을 보여줬다.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세 사람의 추격 범죄 드라마. 조우진은 경찰대 출신 엘리트 형사 강동우 역을 맡았다. 극 중 강동우는 정의감 넘치는 인물로,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를 찾는다. 조우진은 "깨달아야 할 걸 깨달은 것 같다. 잊고 있었던 것, 소중하게 느끼고 깨달아야 할 것들인데 뒤늦게 깨닫는 지점이 있다. 동료애, 정의감, 가족애 등을 깨닫게 되는 결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었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의 정의감 넘치는 엘리트 형사라는 캐릭터 설정은 자칫 진부하고 평면적일 수 있다. 조우진은 "진정성 있는 연기가 요구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고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인물, 등장인물 등 중에 가장 정의로운 인물이라 생각했다. 이 사람이 진정성 없으면 이 드라마가 잘 흘러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이 캐릭터가 가진 진정성을 배우로서 잘 따라가고 쫓아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원래 호리호리한 체형인 조우진은 이번 작품을 위해 18kg이나 증량했다. 그는 "이걸 계기로 건강해져 보겠다고 했는데, 단기간에 찌우다 보니 햄버거, 라자냐, 피자 등을 먹느라 건강을 챙기진 못했다"면서 웃었다. 이어 "엄청 먹고 운동했다. 이렇게 격하게 운동한 적은 처음이었다"며 "앉은 자리에서 햄버거 5개까지도 먹었다. 먹는 건 행복했고 운동은 괴로웠다. 혀가 명치까지 떨어질 만큼 했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조우진이 체격을 키운 이유는 묵직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강동우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란한 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묵직한 한 방을 날려야 했어요. 그래야 사이다 같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죠. 현란한 액션보다 크게 한 방 날려버리는 묵직한 액션이 필요했어요. 그 한 방이 보는 분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극 중 강동우는 딸이 있다. 딸 예서(오예주 분)는 재희의 절친. 강동우는 바쁜 탓에 딸에게 신경을 쏟지 못한다. 딸은 학교 폭력을 당하는 등 힘겨운 학교 생활을 보내다가 클럽 마약 사건에 연루된다. 이는 강동우가 재희를 추적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라진 딸을 겨우 찾아냈지만 눈앞에서 놓치기도 한다. 분노와 독기를 품은 아버지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실제로 7살 딸이 있는 조우진은 "딸의 존재가 강동우 역할을 맡고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딸이 사춘기가 되면 나는 어떤 역할의 아빠를 해야할지 고민돼요. 지금은 촬영 나가서 오랜 기간 집을 비우는 아빠. 그냥 죄 지은 아빠죠. 공감, 스킨십, 정서적 스킨십이 중요한 시기에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항상 미안해요. 많은 아빠들이 그러하듯 딸과 아내를 위해 밖에서 열심히 사는데 집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해) 죄 지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딸은 제가 배우인 줄 몰라요. 출장 많이 다니는 아빠 정도로 아는 것 같아요. 현재로선 제 딸의 베프이고 싶어요."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조우진.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냐는 물음에 "부담감은 당연히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한다는 칭찬에 감사하면서도 또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제가 먼 계획을 못 세운다. 오늘 당장 열심히 해야할 게 뭘까. 그걸 고민하고 오늘 하루에 매진하는 게 의무이자 책무이고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연기 또한 성장이라 생각해요. 좋은 창작물을 위해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공감 능력, 객관화, 이 2가지를 어떻게 잘 키워내서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요즘 트렌드도 빨리 바뀌는 만큼 기존의 공식, 기존의 방법들도 조금씩 바꿔가며 연기해야하지 않을까요. 더 촘촘하고 디테일하게 연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쓰려고 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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