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김윤석에게서 새로운 얼굴이 발견된다. 어쩌면 이게 그의 진짜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근엄하고 어려운 캐릭터로 각인된 김윤석이 무게감을 내려놓고 동네 할아버지가 된 것. 영화 '대가족'을 통해서다. 친근하고 푸근한 할아버지의 모습도 꽤나 어울린다.
김윤석은 '대가족'에서 만두 맛집 사장 함무옥을 연기했다. 오는 12월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은 출가한 아들 함문석(이승기 분) 탓에 대가 끊길 위기의 함무옥에게 함문석의 아들과 딸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 코믹극.극 중 함무옥은 6.25 때 전쟁고아로 홀로 살아남아 만두 하나로 자수성가한 평만옥의 사장이다. 38년간 근본 맛집을 운영하며 일대의 땅과 건물에 S전자 주식까지 꼼꼼하게 사다 들인 알짜배기 부자. 한 가지 고민은 장손인 외아들이 승려가 되어 출가하면서 대가 끊기게 됐다는 점이다. 김윤석은 자신의 캐릭터에 관해 "결핍이 많은 인물이다. 마치 나의 모습을 투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무옥은 평소에는 무뚝뚝하지만 손주들은 각별하게 애틋하게 대하는 '손주바보' 캐릭터. 손주와 함께 다니고 싶어 젊게 보이려 염색도 하고 옷도 멋지게 빼입는다. '할아버지 미소'를 보여주는 김윤석의 소탈하고 푸근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좀처럼 보지 못했던 김윤석의 생활 연기는 새로운 볼거리다. 김윤석의 작품 가운데 그의 가장 환한 웃음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가족극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김윤석은 "우리의 모자란 모습, 못난 모습, 그리고 약한 모습을 좀 투영했다. 그걸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피가 섞이지 않다고 해도 가족으로 느껴지길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의 역할을 맡았다"라고 말했다.
김윤석은 '타짜' 시리즈 아귀, '추격자' 엄중호, '도둑들' 마카오 박, '남한산성' 김상헌, '1987' 박처장,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 등 푸근함과는 거리감 있는 캐릭터로 강렬한 연기를 보여왔다. 대중들에게는 다소 '벽'이 느껴지는 배우였던 것. 하지만 이번 '대가족'으로 그 벽을 허물었다.
김윤석은 '대가족'으로 가족 코미디 장르에 첫 도전했다. 진정성 있는 연기와 푸근한 미소. '대가족'은 차갑게 보였던 김윤석에게 따뜻한 매력도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경사스런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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