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제가 집착하는 분야요? 정곡을 찔린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연기에 집착했어요. 어릴 때부터 연기만 바라봤거든요."

고보결은 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 관련 인터뷰를 통해 텐아시아와 만났다. 앞서 그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수석 입학과 조기 졸업했다고 알려져 화제 됐다.'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 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작품이다. 고보결은 톱배우이자 고정우(변요한 분)에게 집착하는 최나겸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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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겸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일기를 열심히 썼어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질타받아 마땅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예요. 나겸이가 왜 그토록 정우를 갈망했는지, 어떤 친구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지에 집중했어요. 그런 것들을 분석적으로 알기 위해 그림도 그리면서 노트를 빼곡히 채웠습니다."'백설공주'의 흥행에 관해 고보결은 "홍보를 많이 못 한 상황이었는데, 시청자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신 덕분에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백설공주'은 SBS '굿파트너', tvN '엄마친구아들'과 동시간대 방영되며 쟁쟁한 경쟁을 펼쳤다. 고보결은 "나도 사실 '굿파트너'를 재밌게 봤다. 장나라 선배님이 나오시니까 더 재밌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보결과 장나라는 2017년 방송된 KBS2 '고백부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고보결은 "좋은 작품으로 남겨지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알아봐 주셔서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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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늘 욕심이 있어요. '백설공주'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기쁩니다. 또 한 가지 욕심 나는 캐릭터를 말씀드리자면, 영화 '중경삼림'의 페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사랑스럽고 귀여운 면모가 돋보이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인물입니다. 또 하나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남녀 모두 사랑에 상처를 입고 고장 나 있는 상태인데, 사랑하면서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죠. 저도 그런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습니다."

고보결은 극 중 최나겸과 자기 삶을 비교하며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연기에만 빠져 살았다고 전한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너무 집착했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있다. 내 삶을 다시 보게 됐다. 나겸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내가 쫓고 있는 목적이 무엇이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깊이 들여다보면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된다. 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반대로 연기를 잘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백설공주'를 통해 고보결은 "소중한 지인도 챙기고 내 삶을 살아야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것을 연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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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결은 과거 연기에 몰두했던 시절의 에피소드도 풀어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연극에서 다리를 저는 역할을 맡았다. 그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실제로 각목을 메고 다녔다. 잊고 있던 일인데, 최근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해줬다"며 웃어 보였다. 또한 "병원 로비에 앉아 의사와 환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관찰한 적도 있다. 어릴 때부터 내 삶을 작품에 쏟아부었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대한 집착을 어느 시점에서 내려놓았는지 묻는 말에 고보결은 "아무리 해도 완벽한 연기는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라고 답했다. 그는 "완벽한 요리가 없듯, 완벽한 연기도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연기에 집착하면서 내 삶의 과정을 즐길 줄 몰랐다. 열심히만 하면 완벽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고보결은 인터뷰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하며 배우로서의 진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이전보다 연기에 대한 집착을 덜어냈다고 밝혔으나, 여러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녔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저도 나겸이처럼 한 가지(연기)만을 바라보며 존재하지 않는 것에 달려드는 공허한 목적을 갖고 살아왔어요. 결국엔 순간순간 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이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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