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사진=텐아시아 사진 DB

《김지원의 슈팅스타》
김지원 텐아시아 가요팀 기자가 '슈팅스타'처럼 톡톡 튀고 시원하게 가요계를 맛보여드립니다.
르세라핌이 컴백에 앞서 다큐멘터리로 대중을 만났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대하는 멤버들의 진중한 태도부터 노력하는 모습까지 담아낸 이 영상이 르세라핌의 컴백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르세라핌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가 전편 공개됐다. 다큐멘터리에는 르세라핌의 일상부터 좌절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노력하는 모습과 더불어 고민과 좌절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영상 속 은채는 과호흡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무대에 오른다. 채원은 부상을 입은 상태로 뮤직비디오 촬영에 임한다. 멤버들은 독감에 걸렸는데도 공연을 강행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멤버들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장면도 많았다. 이들은 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또,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고충을 털어놓으며 결속력을 다졌다. 멤버 간 관계성은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에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긍정적이다.

사진=르세라핌 다큐멘터리 갈무리

팬들은 댓글을 통해 르세라핌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간 SNS 댓글창을 막아뒀을 정도로 악플에 실달렸던 멤버들이다. 따뜻한 댓글들은 컴백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멤버들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점 다큐멘터리 공개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다큐멘터리 제목은 'Make It Look Easy'(메이크 잇 룩 이지)다. 이는 르세라핌이 2024년 2월 발매한 'EASY'(이지) 가사의 일부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 이면의 숨은 노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시 한번 르세라핌 멤버들의 독기 있는 면모를 강조한 것.기쁘거나 힘들었던 순간들을 다큐멘터리로 공유하는 일은 K-팝 산업에서 흔한 일이다. 이와 같은 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는 게 비판받을 일은 아니지만, 르세라핌은 특수한 상황이다. 코첼라 가창력 논란으로 '독기' 콘셉트가 흔들리고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영상 공개는 리스크를 지닌다.

사진=유튜브 채널 '하이브 레이블즈' 갈무리

다큐멘터리 속 채원은 "저희 좀 좋아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윤진은 "대중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 윤진의 작사 노트에는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렇게 험한 말들을 할까. 그런 발언을 하며 기분을 풀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쿠라는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는 게 무섭다"고도 말했다. 진솔함을 토대로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정 여론을 유발하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고민 상담을 해주는 모습이 담긴 점도 아쉽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는 긴 기간 갈등을 이어오며 양측 모두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방 의장과 함께하는 장면이 영상 흐름상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이 장면을 덜어내지 않은 점은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큐멘터리는 25~30분씩 총 5개 영상으로 구성됐다. 총 2시간 17분 분량이다. 팬이 아닌 대중이 이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존 팬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더라도, 대중들의 마음을 크게 돌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대중에게 보여줄 것은 무대다. 르세라핌은 그동안 어려움 가운데서도 당당한 컨셉을 갖고 활동해왔다. 지금이야말로 컨셉을 현실로 만들 때다. 다큐를 통해 어려움을 충분히 보여줬으니, 이젠 힘차게 움직여야 한다. 르세라핌의 성장 서사는 진행형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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