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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자 문득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저 자신 보다 타인을 우선시해왔거든요. 학창 시절엔 친구와 나눠 먹을 생각이 앞서 혼자 음식 메뉴도 못 골랐을 정도입니다. 최근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왜 모르고 살았을까?' 싶더라고요. 스스로 채찍질하고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런데 결국 그게 '곽선영'이더군요. 자신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였습니다."

21일 오후 텐아시아가 만난 곽선영은 따뜻하고 차분하고 또 겸손했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사람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곽선영이 말한 것처럼 그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 시간을 가져서인지 배려심을 갖춘 동시에 세심한 면모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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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이 주연을 맡은 ENA 드라마 '크래시'는 도로 위 빌런들을 끝까지 소탕하는 교통 범죄수사팀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이다. 극 중 곽선영은 남강 경찰서 TCI 에이스 반장 민소희 역을 맡았다. '크래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ENA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방영된 '크래시'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6.9%, 전국 6.6%를 나타냈다. 마지막까지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월화드라마 왕좌를 지켜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곽선영은 "많이 사랑해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지난여름부터 겨울까지 정말 열심히 찍었는데 보람을 느꼈고, 반대로 너무 아쉽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현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각별하게 회상했다.2021년 방송된 JTBC '구경이' 종영 인터뷰에서 그는 액션 장르의 작품을 찍고 싶다고 소망했었다. 3년여 만에 꿈을 이룬 곽선영은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을 자주 갖고 있진 않다. '구경이'에서 수영하고 탈출하는 신을 찍으면서 누아르 장르에 로망을 가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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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왔던 액션 장르를 막상 해보니 무척 흥미로웠다는 곽선영. 그는 "범인 검거 역량이 뛰어난 캐릭터다 보니 액션을 해야만 했다. 무술팀과 합을 오랜 기간 맞춘 덕분에 안전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무술 감독님께서 잘 챙겨주신 덕분에 생동감 있는 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곽선영은 "처음엔 걱정이 정말 많았지만, 막상 하니 다행히 잘 되더라. 오랜만에 앞구르기, 뒤구르기 등 열심히 했다. 힘들지 않고 오히려 체력이 길러지고 근육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덕분에 일상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액션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진 않았을까. 그는 차분한 톤으로 "평소 화가 쌓였다면 대리만족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지 않아서인지 속이 후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작품이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진실은 밝혀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내용과 검거가 빨리 되는 흐름은 참 좋았다. 그런 점은 통쾌했다"고 털어놨다.

'크래시'의 연출을 맡은 박준우 감독은 앞서 SBS '모범택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곽선영은 "박 감독님께 큰 신뢰가 있었다. 액션을 잘 담아주실 거라고 믿었다. 박 감독님과 무술 감독님 모두 명확한 그림을 갖고 계시더라. 배우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주시고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모범택시'가 워낙 잘됐기에 기대가 있었을 법도 했지만, 곽선영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작품과 캐릭터와 TCI팀이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시청률이 더 높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은 전혀 없었다. 그저 우리 작품에만 충실히 몰입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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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레퍼런스는 따로 없었습니다. 섬세하고 멋지신 무술팀이 바로 옆에 계셨기 때문에 가르쳐주신 대로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라고 믿었죠."열연을 펼친 곽선영과 출연 배우들은 실제 TCI팀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뿌듯해했다. 그는 "실제 TCI팀은 선호도가 높지 않은 팀이다 보니 구성원이 5~6명 정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현직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는데, 작품 안에서 범인 검거하는 과정이 실제와 80% 비슷하다고 하더라. 액션으로 제압하진 않지만, 범인 유도하는 게 특히 흡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진행된 '크래시' 간담회에서 박 감독은 "곽선영이 그의 집에 배우들과 제작진을 초대한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마워했다. 이에 관해 곽선영은 "일부러 친해지려고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우러났다. 편하고 좋으면 선물을 하고 싶고, 요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집들이를 한 번 더 할 예정이다. 그땐 서장님, 과장님도 초대할 거다"라며 온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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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첫 촬영 일정이 언제냐고 감독님께 여쭤봤을 정도예요. '크래시'를 또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회 보는데 한 장면 한 장면 끝나가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이 정도의 기분은 작품 활동하면서 처음이었습니다. 이 뜨거운 마음이 모이면 성사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곽선영은 "'크래시'에 참여한 모두가 시즌 2에 간절한 열망이 있다"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연호(이민기 분)와의 러브라인이 없어서 아쉽진 않았을까. 곽선영은 단호히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후배, 인간 대 인간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호도 같은 마음이다. 지금의 관계를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다. 둘 사이의 러브라인이 생긴다면 수사물의 맛도 떨어질 것. 지금의 관계가 '크래시'에 적합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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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비슷한 결은 있겠지만, 똑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작품 캐릭터도 마찬가지라고 여깁니다. 전작에서 맡았던 역할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곽선영은 '구경이', '두뇌공조', '크래시'까지 경찰 역할을 맡았다. 그는 "잠깐 고민한 적이 있긴 하지만, 성격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코 같지 않다는 결론을 지었다. 정의롭고 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줄 아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꼭 다채로운 역할을 선호하진 않는다"며 작품과 캐릭터 선정 기준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대본을 읽다가 비슷한 부분이 보일 것 같으면 그 안에서 차이점을 찾아서 어필할 수 있다. 캐릭터를 억지로 다르게 설정하기보다는 상황을 통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캐치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제게 제안을 주시는 게 그저 신기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섭외 제안을 주시면 거의 긍정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크래시' 종영 후 곽선영은 tvN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5' 합류 소식을 전했다. 작품 제안과 마찬가지로 예능 섭외 또한 너무 감사했지만, 낯 가리는 성향 탓에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다고. 고민 끝에 곽선영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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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 아니더라도 저를 알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제게 기회가 온 거겠죠?"

예능 출연을 앞둔 그는 "24시간 촬영하면서 나도 모르는 행동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나를 알아가는 진귀한 시간일 거다"라면서 기대했다. 그러면서 "실패나 좌절이라 해도 늘 좋은 게 남더라"면서 긍정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을 취재진에게까지 전파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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