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영주의 딸로 이름을 알렸지만, 데뷔 후 11년간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던 배우 이열음이 '4층' 김양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얄미운 기회주의자이지만, 이열음만의 사랑스러움과 순수함으로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완성해냈다. 그간의 고민과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이열음은 시종일관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더 에이트 쇼'(The 8 Show)에 임했던 자세부터 고민까지 이야기했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눈물을 내비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 '을 각색했다. 극중 이열음은 기회주의자인 4층 김양 역을 맡아 열연했다.공개 후 4층 캐릭터에 대한 기억에 남는 반응에 대해 이열음은 "초반에는 '얄밉다'. ' 찐 빌런이다' 이런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빨 빠지고부터는 반응이 달라지더라. 용서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마지막에 8층(천우희 분)을 골프채로 때렸을 때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봤다. 시청자들 반응에 따라 어느 부분을 보고 있는지 알겠더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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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음은 처음 대본을 받고 4층 캐릭터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4층이라는 아이의 전사를 생각했다. 이열음은 "밖에서 살았을 때 모습을 상상하면 가족 구성원 없이 혼자 알바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외롭기도 바쁜 아이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쇼장 안에 들어와서 같이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노력을 하는 게 처음이었겠다 싶었다. 열정은 있는데 어긋나고 삐끗하는 거다. 자기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도 못 하는, 순수해서 피해주는 애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명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만큼, 얼굴에 드러나는 미묘한 변화에도 신경 썼다. 이열음은 "4층은 평소 틴트만 바르는 여자라고 했각했다. 20대지만 꾸미는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처음에는 틴트를 바르고 했는데, 점차 혈색이 없어진다. 다크서클도 짙어진다. 그러다 위층에 붙었을 때는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4층의 상황에 맞게끔 혈색을 달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촬영하며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됐다. 이열음은 "한동안 밥을 못 먹는 장면이 있어서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계단을 뛰고 하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빠졌다. 나중에 가서 보니 초반보다 많이 빠져 있더라"며 "점심에 단백질과 샐러드만 먹기도 했다. 밥차 같은 걸 먹어도 야채랑 고기만 먹었다"고 말했다.
극 후반부 치아가 뽑힌 4층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외적으로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걱정은 없었냐고 묻자 이열음은 "연기적으로 새롭고 강렬한 걸 해보고 싶었던 시기였다. 외모적으로 걱정되기보다 이빨이 빠져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난 이빨을 더 빼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과하다고 말리더라"고 웃었다.이열음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빨리 이빨 빠진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대본을 읽는데 정상적인 언어로 쓰여있지 않고 오타처럼 쓰여있더라. 너무 웃겼다. 발음 새는 걸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고, 진짜 이빨이 빠져서 불편해 보였으면 했다"며 "이빨이 빠졌을 때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생니를 뽑았으면 헐었을 텐데, 아프니까 혓바닥을 대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하니 발음이 저절로 세더라. 대사가 많을 때는 어금니 아래에 혓바닥을 붙이니까 바로 발음이 샜다"고 말했다.
'더킹', '비상선언'에 이어 '더 에이트 쇼'까지 한재림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열음. 그는 "'더킹'때는 첫 영화 촬영장이어서 너무 신기했다. '비상선언' 때는 중간중간 감독님과 이야기도 하고 물어볼 시간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더 에이트 쇼'는 한 공간에서 장비 세팅이나 카메라 이동이 있을 때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연기적으로 많이 여쭤봤던 것 같다. 이 상황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종일 나누다 보니까 배우와 감독 모두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이에 한재림 감독은 이열음을 '모니터 껌딱지'라고 표현했다. 이열음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려던 모습이 그렇게 보인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70% 좋다고 느껴질 만큼 강박적인 완벽주의가 있었다. 현장에서 많은 걸 배우고 가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뭐가 오케이고 뭐가 아쉬워서 한 번 더 갔는지 계속 물어봤다. 차이를 알고 싶었다. 공부하듯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열음은 1985년 KBS 11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배우 윤영주의 딸이다. '더 에이트 쇼'를 본 어머니의 반응을 묻자 이열음은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걱정이 나름 있었나 보더라.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연기하면서 살아가는데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며 "엄마는 4층이 '아자아자 파이팅!'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슬펐다더라. 세상에 치이고 실수하는 4층의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그렇게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네가 열심히 살아왔겠다' 그런 말을 해줘서 기분이 이상했다. 주차장 알바하는 장면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이열음은 "10대에 데뷔해서 모르겠다는 게 너무 많았다. 어른들의 말이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는데 사회생활을 해야 했다. 상처도 받고 휘둘리면서 힘들기도 했고, 떨리고 긴장되지만 자신 있는 척을 해야 했다. 좌절할 때도 많았다"며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더 에이트 쇼'에서 4층이 8층을 뽑으려다가 4층을 뽑는 모습을 보고 '연기를 하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 너무 몰라서 허우적거린 너의 모습과 비슷하다', '포기하지 않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모습이 시행착오를 겪던 너의 모습 같다'고 해줬다"며 뭉클했다.
배우 일하면서 엄마에게 투정 한 번 부려본 적이 없다는 이열음. 그는 "작품을 하면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다 끝난 뒤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혼자 이겨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더 에이트 쇼'를 끝내고 돌이켜 보니 꼭 혼자 이겨내지는 않았어도 됐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했다.
올해 만으로 28세. 20대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열음에게 20대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이열음은 "힘들었지만 배우고 깨달으면서 잘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저에게 연기적인 고민이 많이 담긴 작품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해나가야겠지만, 지금까지의 고민과 진심이 담겼던 흔적이 그나마 담긴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이열음은 시종일관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더 에이트 쇼'(The 8 Show)에 임했던 자세부터 고민까지 이야기했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눈물을 내비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 '을 각색했다. 극중 이열음은 기회주의자인 4층 김양 역을 맡아 열연했다.공개 후 4층 캐릭터에 대한 기억에 남는 반응에 대해 이열음은 "초반에는 '얄밉다'. ' 찐 빌런이다' 이런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빨 빠지고부터는 반응이 달라지더라. 용서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마지막에 8층(천우희 분)을 골프채로 때렸을 때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봤다. 시청자들 반응에 따라 어느 부분을 보고 있는지 알겠더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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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음은 처음 대본을 받고 4층 캐릭터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4층이라는 아이의 전사를 생각했다. 이열음은 "밖에서 살았을 때 모습을 상상하면 가족 구성원 없이 혼자 알바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외롭기도 바쁜 아이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쇼장 안에 들어와서 같이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노력을 하는 게 처음이었겠다 싶었다. 열정은 있는데 어긋나고 삐끗하는 거다. 자기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도 못 하는, 순수해서 피해주는 애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명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만큼, 얼굴에 드러나는 미묘한 변화에도 신경 썼다. 이열음은 "4층은 평소 틴트만 바르는 여자라고 했각했다. 20대지만 꾸미는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처음에는 틴트를 바르고 했는데, 점차 혈색이 없어진다. 다크서클도 짙어진다. 그러다 위층에 붙었을 때는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4층의 상황에 맞게끔 혈색을 달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촬영하며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됐다. 이열음은 "한동안 밥을 못 먹는 장면이 있어서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계단을 뛰고 하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빠졌다. 나중에 가서 보니 초반보다 많이 빠져 있더라"며 "점심에 단백질과 샐러드만 먹기도 했다. 밥차 같은 걸 먹어도 야채랑 고기만 먹었다"고 말했다.
극 후반부 치아가 뽑힌 4층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외적으로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걱정은 없었냐고 묻자 이열음은 "연기적으로 새롭고 강렬한 걸 해보고 싶었던 시기였다. 외모적으로 걱정되기보다 이빨이 빠져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난 이빨을 더 빼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과하다고 말리더라"고 웃었다.이열음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빨리 이빨 빠진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대본을 읽는데 정상적인 언어로 쓰여있지 않고 오타처럼 쓰여있더라. 너무 웃겼다. 발음 새는 걸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고, 진짜 이빨이 빠져서 불편해 보였으면 했다"며 "이빨이 빠졌을 때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생니를 뽑았으면 헐었을 텐데, 아프니까 혓바닥을 대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하니 발음이 저절로 세더라. 대사가 많을 때는 어금니 아래에 혓바닥을 붙이니까 바로 발음이 샜다"고 말했다.
'더킹', '비상선언'에 이어 '더 에이트 쇼'까지 한재림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열음. 그는 "'더킹'때는 첫 영화 촬영장이어서 너무 신기했다. '비상선언' 때는 중간중간 감독님과 이야기도 하고 물어볼 시간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더 에이트 쇼'는 한 공간에서 장비 세팅이나 카메라 이동이 있을 때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연기적으로 많이 여쭤봤던 것 같다. 이 상황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종일 나누다 보니까 배우와 감독 모두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이에 한재림 감독은 이열음을 '모니터 껌딱지'라고 표현했다. 이열음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려던 모습이 그렇게 보인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70% 좋다고 느껴질 만큼 강박적인 완벽주의가 있었다. 현장에서 많은 걸 배우고 가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뭐가 오케이고 뭐가 아쉬워서 한 번 더 갔는지 계속 물어봤다. 차이를 알고 싶었다. 공부하듯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열음은 1985년 KBS 11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배우 윤영주의 딸이다. '더 에이트 쇼'를 본 어머니의 반응을 묻자 이열음은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걱정이 나름 있었나 보더라.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연기하면서 살아가는데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며 "엄마는 4층이 '아자아자 파이팅!'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슬펐다더라. 세상에 치이고 실수하는 4층의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그렇게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네가 열심히 살아왔겠다' 그런 말을 해줘서 기분이 이상했다. 주차장 알바하는 장면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이열음은 "10대에 데뷔해서 모르겠다는 게 너무 많았다. 어른들의 말이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는데 사회생활을 해야 했다. 상처도 받고 휘둘리면서 힘들기도 했고, 떨리고 긴장되지만 자신 있는 척을 해야 했다. 좌절할 때도 많았다"며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더 에이트 쇼'에서 4층이 8층을 뽑으려다가 4층을 뽑는 모습을 보고 '연기를 하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 너무 몰라서 허우적거린 너의 모습과 비슷하다', '포기하지 않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모습이 시행착오를 겪던 너의 모습 같다'고 해줬다"며 뭉클했다.
배우 일하면서 엄마에게 투정 한 번 부려본 적이 없다는 이열음. 그는 "작품을 하면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다 끝난 뒤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혼자 이겨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더 에이트 쇼'를 끝내고 돌이켜 보니 꼭 혼자 이겨내지는 않았어도 됐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했다.
올해 만으로 28세. 20대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열음에게 20대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이열음은 "힘들었지만 배우고 깨달으면서 잘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저에게 연기적인 고민이 많이 담긴 작품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해나가야겠지만, 지금까지의 고민과 진심이 담겼던 흔적이 그나마 담긴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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