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의장-민희진 대표/사진 = 하이브-어도어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탈취로 시작된 이번 하이브 집안 싸움은 그룹 뉴진스에 대한 가스라이팅 의혹에 이어 앨범 사재기의 한 수법으로 알려진 이른바 '음반 밀어내기'까지 판이 커진 형국이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부민사부(나)는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민희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과 하이브 측 법률대리인이 참석했다. 양 측은 각각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을 30분에 걸쳐 진행했다. 하이브 측 대리인은 민희진 대표의 뉴진스 가스라이팅 의혹을 제기했다.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 엄마'라는 수식어로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측근에게 털어 놓은 뉴진스에 대한 험담을 폭로했다.

뉴진스 / 사진 제공 = 어도어
하이브 측은 민 대표에 대해 "뉴진스가 아니라 뉴진스가 벌어오는 돈에 관심이 있다"며 "측근에게 '뉴진스 멤버들을 아티스트로 대우해주기가 힘들며, 역겹지만 참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끔찍하다. 뉴진스의 성공은 뉴진스가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등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에게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면서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이 대외적으로 하는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정해준 대본 그대로 말하기를 요구했다"며 "이는 아티스트가 수동적 역할에만 머물기 원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 관계를 '모녀 관계'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이와 관련 정황은 이날 민희진 측 변호인에게서도 포착됐다. 민희진 측 변호인은 "2024년 뉴진스 앨범이 발매 예정이고 2025년 월드 투어가 예정돼 있다"며 "뉴진스는 본인들이 많은 걸 할 수 없다고 채권자(민희진)와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한다"고 했다. 민 대표에 대한 뉴진스 멤버들의 신뢰를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한 말이었겠지만, '뉴진스 본인들이 많은 걸 할 수 없다'는 말은 뉴진스에 대한 민희진의 가스라이팅 결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하이브-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 = 하이브-텐아시아 사진DB
민 대표 측은 하이브에 대해 이른바 '음반 밀어내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민희진 측은 하이브가 앨범 밀어내기를 했다는 증거로 앨범 유통 관계자와 나눈 메일 및 메신저 대화 내역을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하이브는 앨범 사입 후 반품하는 조건으로 유통 관계자와 협의했다.

당시 유통 관계자는 "UMG 통할 시 레이블 이익이 상승하나 물량 밀어내기 불가하고 재고 부담 및 폐기도 레이블 비용으로 진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앨범 관련해서 UM이 위버스컴퍼니를 통해서 수입을 진행하고 있으나, 추가 10만장 사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6월 공연 이후 반품 가능한 조건을 진행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물량 밀어내기, '추가 10만장 사입', '반품 가능한 조건으로' 등의 표현이 앨범 밀어내기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이와 함께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민 대표는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를 꼬집으며 "이는 주주와 구성원, 자본시장과 팬덤을 기만하는 행위로 이미 여론으로부터 강력한 질타를 받았고 업계의 선두주자라는 하이브가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음반 밀어내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며서 "뉴진스는 '음반 밀어내기'를 하이브로부터 권유받은 바 있다. '겟 업'(Get Up) 음반 발매 시 하이브로부터 에스파 초동기록을 꺾을 수 있다며 10만장의 밀어내기를 권유받았으나 어도어 사업철학에 위배되기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하이브는 즉각 공식 입장을 내고 민 대표의 '음반 밀어내기' 의혹을 부인했다. 하이브는 "당사는 이 같은 밀어내기 이슈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경영권 탈취를 위한 실행 계획의 하나로 진행된 일임을 민희진 대표와 L 부대표 간의 대화록에서 확인했다. 당사가 오늘 법정에서 밝힌 것처럼 "밀어내기 증거자료 수집+여론전 준비", "공정위가 조사를 하든말든 안물안궁" "우리에게 헤드라인만 나오면 돼"와 같은 대화가 있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았다고 여러 번에 걸쳐 해명했다며 "민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이브로부터 '뉴진스가 밀어내기 제안을 권유받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격의 없이 이루어진 대화의 일부이었을 뿐이며,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공식적으로 '밀어내기'는 없다고 수차례 설명드렸고 실제 하이브는 '초동 기록 경쟁을 위한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하이브는 금번 제기된 이슈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지난해 판매한 앨범 전체에 대해 밀어내기를 통한 반품이 있었는지 등을 포함해 전수 조사를 진행했으며, 확인된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지난해 소속 아티스트가 17개 앨범을 발매, 총 4,360만 장(구보 약 1000만 장 포함)을 판매했으며, 조사 결과 2건의 음반에 대해 각각 7만 장씩 모두 14만 장의 반품이 있었고 이는 전체 음반판매량의 0.32%에 해당하는 수치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가처분 신청의 쟁점은 하이브가 주주로서 가지는 권리와 민 대표의 해임이 경우 입게 되는 손해와 하이브가 주주로서 가지는 권리 중, 어느 것이 더 중대하고 주요한지가 될 전망이다. 통상 심문 후 2주 내 결과가 나오는 만큼 오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 이전에 법원 결정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하이브는 주주의 권리 행사를 주장하며 민희진을 대표직에서 해임하고 어도어 경영진을 교체,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하이브의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 경우 하이브는 가처분 결과에 불복해 항고심을 받거나, 새로운 증거를 가져와 임시주총을 다시 소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 대해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에 착수하고 민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등 한달 가까이 집안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양 측은 장외 여론전으로 기싸움도 지속해 왔다. 이제 이 싸움은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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