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지난(13일) 방송된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남편만 믿고 한국으로 왔으나 무시당하며 살고 있다는 베트남 아내와 되려 자신이 아내에게 무시당한다는 남편, ‘외톨이 부부’가 등장했다.

아내는 남편의 다정한 면모가 좋아 번역기로 소통하며 연애한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윽박지르고 폭언을 내뱉는 남편의 바뀌어 버린 모습에 질려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남편은 자신을 비롯한 가족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한 아내 때문에 사연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두 사람은 단순 부부 문제만이 아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생각해 출연 결심을 굳혔다고. 거친 부부싸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오은영 박사는 언성 높여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아침부터 같은 침대가 아닌 각 방에서 깨어나는 두 사람. 아내는 기상하자마자 인사하는 남편은 뒷전, 베트남 지인과 영상 통화하기 바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 한마디 없는 부부의 모습에 MC 소유진은 “(남편은) 누구랑 이야기해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편은 이제껏 아내와의 결혼생활 동안 밥 먹고 가라는 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어죽 집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육아와 가정에 관심 없다며, 근무 후 귀가하기 싫다고 털어놔 남편의 표정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자녀들에게 빈약한 식사를 차려주는 아내의 모습에 MC 박지민은 “식사가 부실하다”라고 탄식했을 정도. 그러자 아내는 과거 남편이 “이 집에서 살려면 생활비 내!”라는 말을 한 이후로 정이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결혼생활 17년 동안 총 네 번의 생활비를 받은 게 전부였으며 현재 남편의 월급이 얼마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아내. 그러자 남편은 그저 아내에게 돈을 보태달라는 부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내는 당시 윽박질렀던 남편의 말투를 떠올리며 의도와 다르게 전달돼 남보다 못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과거 남편이 상의 없이 시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다녔다고 말해 MC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남편은 당시 급여 통장 압류가 들어올 만큼 힘들었던 상황이라 돈을 빌렸다며, 아내에게는 가장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고 창피함을 숨기기 위해 상의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MC 문세윤은 “그래도 상의는 했어야죠”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오은영 박사는 단지 창피하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이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때 아내는 능력과 존재를 무시당한다고 느낀다고 분석했다. 아내 역시 남편에게 느낀 억울함을 숨기지 못하고 가정과 자녀들에게까지 소홀하다고 설명했다. 성인 사이에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어려움이 자녀에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매우 강조했다.시어머니가 오신 줄도 모르고 귀가한 아내는 표정이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시어머니와 대화가 멈춘 지 벌써 5년째라는 아내. 부부의 집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거주해 많은 의지가 되어주는 시어머니지만, 아내에게는 마냥 불편했다. 심지어 상의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당당히 부부의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MC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내가 이토록 시어머니를 불편해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외국인이라서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시어머니가 저한테 얼마 주고 데려왔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물건처럼 저를 샀다고 표현했다. 자존심 상했다. 저도 결혼중개업체에 큰돈을 지불했다. 저도 베트남에서 가난한 집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욕설과 폭행까지 당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시어머니와 언쟁이 오가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남편은 매번 시어머니의 편을 들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아내가 피해자 흉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끝내 오해가 풀리지 않자, 남편은 “외국 사람이라는 피해망상이 있냐”며 고함을 질렀고. 아내는 자신만 없어지면 모든 게 좋아질 것 같다며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했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는 시어머니와 소통할 때 아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어 특유의 뉘앙스를 잘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에게는 소통 방식이 지나치게 방어적이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마침표를 찍어야 하지만, 항상 뒷말에 더 무게가 실린다며 부부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분석했다.새벽 두 시가 돼서야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 아이. 부부 사이에서 눈치 보다 겨우 밥을 먹는 모습에 부부는 속상함을 숨기지 못했다. 남편은 자녀가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이 있어 타인과 어울리지 못한다며 열일곱 살이지만, 함께하기 위해 4년이라는 일상을 내려놓았다고 털어놓았다. 아내는 과거 충동적인 행위까지 일삼을 정도로 격해진 아이가 걱정돼 입원 치료를 권했지만, 남편이 못마땅해하며 반대했다고.

아이가 사회로 나왔을 때, 병원 입원 기록이 걸림돌이 될까 두려워하는 남편이 답답하다는 아내. 그러나 남편은 되려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아이를 포기하는 거라며 또다시 아내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의료 기록은 회사와 관공서가 절대 열람할 수 없다”며 남편의 잘못된 인식을 단호하게 바로잡았다. 또한 보호자가 입원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입원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아내는 아이의 우울증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며 촬영 3일 전 녹취한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듣기 힘든 폭언이 쏟아지자, MC 소유진은 입을 가리며 경악했고 MC 문세윤은 “아이들이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다”며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러자 남편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사과했으며, 자신 역시 또다시 위험한 상황이 반복될까 두려웠다고 밝혔다.이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이 충동적인 행동을 일삼는 이유는 남편의 언어적 폭력이 무섭고 억울하다고 느껴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껏 운이 좋아 무사했던 거지,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언성 높여 강조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남편은 영문도 모르고 시시때때로 성격이 바뀌기에 매우 혼란스럽고 당황했을 거라고. 조심하겠다는 남편의 말에도 오은영 박사는 “제가 그걸 어떻게 믿겠습니까!”라며 단호하게 남편의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남편은 오은영 박사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은 후, 아이와 가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 아내의 잘못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 직접 베트남을 찾아가 아내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존중할 것을 권유했다. 또한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소통 오류가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막내와 함께 한국어 동화책을 읽으며 공부할 것을 적극 추천했다. 막내 역시 한창 언어를 배워야 하는 나이이기에 두 사람이 함께 배우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엄마의 나라에 대한 존중을 심어주기 위해 하루에 단어 하나 혹은 짧은 문장 하나씩 식구들에게 강의할 것을 권했다. 이 또한 아내의 마음속 오해가 조금씩 풀릴 좋은 기회라고도 덧붙였다.

심적으로 힘들어 보였던 자녀에게는 어려움이 있는 건 분명하나, 부부가 노력하면 충분히 호전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가장 신뢰하는 가족과의 관계가 불안하면 아이들은 더욱 불안감을 느끼기에 집안을 편안하게 만들 것을 말했다. 또한, 몸이 튼튼해져야 정신 건강도 튼튼해지기에, 부부가 먼저 손을 내밀고 야외로 나가 운동을 시작할 것을 권했다. 상담이 끝난 후, 두 사람만의 공간으로 돌아간 부부.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이제껏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아내에게 거듭 용서를 구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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