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오드엔터테인먼트

그룹 슈퍼주니어-D&E(디앤이)가 여성 비하 표현으로 논란이 된 타이틀곡 '지지배(GGB)'의 가사 일부를 수정한 새 가사 영상을 올렸다. 논란이 불거진 지 17일 만의 조치다. 제목에서는 '지지배'라는 표현을 삭제, 영어 표현 'GGB'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지배를 의미하는 영어표현을 계속 쓰고, 음원과 뮤비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1일 슈퍼주니어 디앤이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SUPER JUNIOR-D&E "GGB" OFFICIAL NEW LYRICS VIDEO'(슈퍼주니어 디앤이 "지지비" 오피셜 뉴 리릭 비디오)라는 이름의 영상을 올렸다.

앞서 타이틀곡 '지지배'는 여성 비하 표현으로 논란을 빚었다. '지지배'라는 표현이 여성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유다. '지지배'가 흔히 여자아이를 낮잡아 부르는 말로 쓰여서다. 가사 중 '무지개 같은 지지배'도 '무지 X같은 지지배'를 노리고 작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사진=슈퍼주니어-D&E 공식 X(옛 트위터) 갈무리

이와 관련해 소속사 오드엔터테인먼트는 '친근한 관계성을 귀여운 가사로 표현한 곡'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당시 소속사는 "이 단어를 두고 시대성에 대한 각자의 의견 및 불편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사전에 좀 더 사려깊게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앨범 제작에 있어 거의 전 부분이 이미 진행된 터라 변경의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슈퍼주니어 디앤이의 타이틀곡 '지지배'는 앨범 트랙리스트가 게시된 지난달 15일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17일간 고수해 온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돌연 철회하고는 별도의 공지 없이 수정된 가사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수정된 가사./사진=슈퍼주니어-D&E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너무 예쁜 지지배 (지지배 지지배), 같이 보던 무지개 (무지개 같은 지지배)'였던 가사는 '너무 예쁜 입술에 (입 맞추던 네 모습에), 같이 보던 무지개 (무지개 같은 입술에)로 바뀌었다.소속사 확인 결과 제목에서도 '지지배'라는 표현은 빠진다. 오드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곡의 제목은 앞으로 영어 제목인 GGB'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발매된 음원과 뮤직비디오 속 가사는 수정되지 않는다. 소속사는 "기존 콘텐츠는 수정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사를 바꾼 점은 바람직하나, 그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팬들은 가사 수정에 기뻐하면서도 소속사의 대처를 지적했다. 팬들은 "바꾼 가사 너무 좋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영상만 올릴 게 아니라 공지라도 올려야 되는 거 아니냐" 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제공=오드엔터테인먼트

오드엔터테인먼트는 은혁과 동해가 설립한 회사다. 이들이 공동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기에 문제가 됐던 사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결정권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이틀곡 '지지배'는 동해가 직접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앞서 아티스트들이 논란 요소를 배제하고자 제작 마무리 단계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시정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가수 아이유는 곡 제목을 바꿨다. 아이유가 지난 1월 발매한 ‘러브 윈즈 올’의 당초 제목은 ‘러브 윈즈‘이었다. 다만 해당 문구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문구고 노래 제목으로 쓰이면서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제목을 변경했다.

재녹음, 재편집을 진행한 그룹도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은 지난 2021년 2월 디지털 싱글 'Last Dance'(라스트 댄스)의 모든 녹음, 뮤직비디오, 각종 콘텐츠 촬영을 완료, 4월 말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다만 3월 전 멤버 수진의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며 파트를 재분배해 다시 음원을 녹음했다. 뮤직비디오도 해당 멤버의 출연 분량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재편집했다.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도 믹스테이프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를 재발매했다. 슈가의 믹스테이프에 미국 사이브 종교 교주의 연설 음성이 삽입됐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 슈가 측은 즉각 해당 부분을 삭제해 재발매했다.

소속사는 가사와 제목 수정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콘텐츠가 9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 당장 변경하기 어려웠다는 것. 오드엔터테인먼트는 "'지지배'의 가사 수정 논의뿐만 아니라 향후 활동 방향과 대안을 신중하게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오드엔터테인먼트

앞서 슈퍼주니어 디앤이는 문제의 가사에 대해 사과하며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재녹음했다면 음악방송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슈퍼주니어 디앤이는 이달 12일 일본 콘서트를 위해 이달 초 출국한다. 소속사는 "추후 시간이 된다면 음악방송 출연을 진행할 의사가 있지만 저희의 의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물론 지금이라도 가사를 수정한 것은 바람직하나, 기존 발매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수정하진 않는다는 점, '지지배'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 'GGB'는 그대로 제목에 남겨둔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신곡을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제 손으로 버린 슈퍼주니어 디앤이의 선택이 안타깝다. 무대를 기다렸던 오랜 팬들을 위해서라도 진정성 있는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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