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들이 음악 방송의 고된 일정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가운데,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수 태연은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 Hey, Come here'에 출연해 "음악 방송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새벽 시간에 노래해야 하는 부분은 아티스트 배려가 없는 게 아닌가"며 "결론만 놓고 봤을 때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주로 새벽에 진행되는 음악 방송 스케줄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
실제로 음악 방송 스케줄은 컴백한 아이돌 그룹에 체력적으로 상당히 큰 부담이 된다. 한 아티스트 A씨는 텐아시아에 "음악 방송을 진행하면 월요일을 제외하고 최대 6일 연속으로 일정이 배정된다.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음악 방송도 진행해야 한다. 최소 1주부터 최장 3주까지 활동하는데, 컨디션 조절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음악 방송의 운영 시스템이 그 이유로 지적된다.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본 방송을 위해 두 번의 리허설을 거친다. 드라이 리허설과 카메라 리허설이다. 이 두 리허설과 본 방송, 마지막 무대 인사까지 약 4번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그 사이 아이돌 그룹들은 방송에 발이 묶여 오랜 시간 대기하게 될 때가 많다.
A씨는 "대기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심한 경우 하루 총 10시간까지도 대기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대기실 환경 역시 휴식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특히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경우 대기실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경우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도 받는다. 대기실 밖으로 함부로 나갈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전 녹화를 진행하는 경우 체력 관리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 A씨는 "사전 녹화는 상당 경우 정규 리허설 시간 이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지막 무대 인사에 전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그러다 보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무대의 질도 떨어질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은혁은 음악 방송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을 필요도 있다고 봤다. 은혁은 "음악 방송이라는 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됐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콘텐츠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지지 않았나. 내가 욕심부려서 더 잘 만들어서 더 좋은 걸 보여주는 게 맞기도 하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돌에게 음악 방송은 소중한 기회다. 특히 팬들과 편하게 대면 소통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라는 시각이 많다. 팬들과 만나기 위한 대부분의 일정은 공식적으로 기획되는 반면, 음악 방송은 비교적 캐주얼하게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 이 같은 시간은 아이돌 그룹과 팬들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라 대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에 따라 건강한 음악 방송의 지속을 위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기 시간으로 인한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방송사에서는 드라이 리허설과 카메라 리허설을 한 번에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A씨는 "리허설을 한 번에 진행할 경우 리허설과 본 무대 사이 대기 시간은 커지더라도 그 이외 다른 스케줄을 진행하기 오히려 용이하다. 논의를 통해 일부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 B 씨는 "음악 방송은 한 회에 15팀에서 20팀가량 출연하기 때문에, 팀마다 한 번의 리허설에 6분 남짓의 짧은 시간을 배정한다고 해도 총 리허설 시간은 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음악 방송은 아티스트에게는 소중한 기회고 팬에게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나 볼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다. 다만, 이로 인한 아이돌 그룹들의 체력적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고충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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