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 정재영 인터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중, 마지막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2023)에서 배우 정재영은 쉬이 판단하거나 단정지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가 맡은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은 실리에 따라 이성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이순신을 친히 '노야'(老爺)라고 높여부르며 존경심을 표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 진린은 정재영의 얼굴으로 묘사되며 현실성을 획득한다. 왜군과 조선군의 중심에서 선택을 번복하며 노량해전 안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명나라 언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정재영은 아무래도 그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것 같다.
'노량' 개봉을 하루 앞둔 소감으로 정재영은 "'노량'은 이순신 시리즈이자, 김한민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지 않나. 기대감도 크고 걱정도 되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작품으로서 부담감도 컸을 터. 시나리오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묻자 "전 국민이 다 아는 내용이지만, 글로서 읽었을 때도 먹먹했다. 상투적이지 않고 세련됐다. 이 마지막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처음으로 같이 호흡을 맞춘 김한민 감독에 대해 "굉장히 디테일하시다. 끈질기게 촬영하시는 스타일이다. 항상 뭔가 집중을 잘하고 있어야 한다.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여러 가지를 다 봐야 해서 쉽지 않겠다. 촬영이 끝나면 유쾌해진다"라고 언급했다.
극 중에서 정재영이 맡은 진린은 실리적이면서도 이순신에 대한 존경심이 높은 인물이다.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느냐는 질문에 "명나라에서 조선군을 도와주러 온 장수의 입장이니까. 철수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에서 피해나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고 끝내자는 입장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편안히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린의 경우,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의리, 연민, 우정이 있어서 갈등하는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어가 아닌 명나라 언어로 연기를 하면서 준비 과정이 길었다는 정재영은 "대사량이 생각보다 많다. 감독님께서 안심을 시켜주셨지만 막막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여름에 받아서 겨울 촬영을 들어갈 때까지 준비했다.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나는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르다고 하더라. 말투도 투박한데다가 혀가 굴리는 발음들이 많더라. 매일 네 다섯시간씩 몇 개월을 한 것 같다"라고 고뇌했던 지점을 털어놨다.
'노야'(老爺, 남을 높여서 부르는 말)라는 호칭으로 부를 만큼,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마음을 지닌 진린을 연기한 정재영. 그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며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 실제로 말을 그렇게 사용했다고 하더라. 나이도 실제로 2살이 많다. 진린은 합리적인 사람이다"라고 답변했다.
현장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과의 호흡에 관해선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윤석이 형이 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분장을 안 하고 있을 때는 형이지만, 현장 분위기가 가볍지만은 않았다. 분장할 때는 웃고 떠들 수가 없었다. 무거운 작품이었다. 온갖 고뇌와 짐을 메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 같이 느껴졌다. 본인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촬영 내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성웅(聖雄) 이순신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존경하는 인물이다. '노량'을 촬영하면서 이순신에 대한 애정도가 더 높아졌다는 정재영은 "보면 볼수록 이런 분들이 또 나올까라는 생각이다. 정말 몇백년 만에 한 번씩 나올만한, 나라에 귀한 인재인 것 같다. 용기와 지혜, 덕을 겸비하신 분이다"라고 강조했다.
100분가량의 해상 전투 장면은 '노량'을 풍성하게 만드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블루스크린과 크로마키를 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힌 정재영은 "그런 연기에 익숙하지 않다. 할리우드, 마블 연기이지 않나. 그분들을 보면 너무 존경스럽다. 없는데 있는 것처럼 연기를 잘해야 한다. 3D 콘티대로 흘러가고 이 인물들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2023년, 한 해는 한국 영화의 위기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현재 900만 누적 관객수(12월 19일 기준)를 기록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흥행으로 '한국 영화의 봄'이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번지는 상황. '노량' 개봉을 앞두고 기대감과 부담감이 공존한다는 정재영은 "함께 잘 되면 좋겠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들이 계속 나온다면 관객들은 '역시 한국 영화 볼만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흥행도 기대하냐는 물음에 "워낙 '명량'이 잘 되었기에 웬만해서는 명함도 못 내미니까 함정이다(웃음)"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재영은 '노량'에 참여하며 사명감이 들었다며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를 계속 걱정했다. 단순히 나를 위해서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것보다 이순신 장군에게 흠이 되면 안 되겠다라는 마음이었다"라고 조심스레 포부를 전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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