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동고윤 역 연우진 인터뷰
동고윤 역 연우진 인터뷰
배우 연우진의 본명은 김봉회다. 그는 일하지 않을 경우 배우 연우진 보다 인간 김봉회로 철저하게 살아간다.
연우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나이 앞에서는 그도 벌벌 떨고 있었다. 법이 바뀌어 아직은 40대가 아닌 39세라 행복해하고 있다. 다가오는 40대는 자신에게 베풀었던 이들에게 그 마음을 돌려주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11월 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역)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우진은 "저는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이다. 영화 같은 경우는 시사회로 먼저 접하기도 하고 대충 영화의 흐름과 나온 완성본을 알고 간다. 하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공개되자마자 시청한 분들과 같은 호흡을 하려고 이른 시일 안에 펑펑 울면서 완주했다. 끊을 수 없더라. 시청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해 빠른 완주와 빠른 눈물을 보였다"라고 말했다.그는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제 감정을 건들지 않겠거니라고 생각했다. 라포가 쌓였다고 하지 않나. 사람들과 감정이 쌓였는지 배우들의 얼굴만 봐도 울컥하더라. 서완(노재원 역) 님, 유찬(장동윤 역)이 얼굴만 봐도 울컥하더라. 내용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나도 마음에 문제가 있나 싶더라. 저는 7부에서 감정이 터졌는데, 더 와닿더라. 임 교수님(김종태 역)이 안경을 벗고 담배를 찾는데 담배가 꾸깃꾸깃한 걸 보고 쌓이고 쌓인 감정 터졌다. 여러분보다 빠르게 감정이 터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극 중 연우진은 동고윤 역을 연기한다. 동고윤은 엉뚱한 성격의 항문외과 의사로 순수한 다은의 모습에 힐링을 받고 어느새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인물.
연우진은 손가락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평상시에도 손을 많이 꺾는다. 손이 굵은 편이 아니고, 손이 작은 편이다. 남자 손 같지 않다. 사실 손을 어떻게 구현해낼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하루에 한 신을 찍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손이 보이는 장면이 있으면 특수 분장해야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직접 분장했다. 애드리브 성 연기, 톤 앤드 매너가 보일 수도 있지만, 준비해서 가야 했다. NG가 나면 안 됐다.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로 표현할 수 있지만 준비를 많이 해갔다. 분장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 계산적인 연기를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러다 보면 환자도 나한테 병을 이야기하면서 웃지 않을까 싶더라. 보통 저는 작품, 캐릭터 준비를 위해 문헌들을 보거나 찾아본다. 이번엔 오히려 환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더 많이 봤다. 의사한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올까 생각했다. 환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많이 봤다.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영상을 많이 보고 환자의 눈을 보다 보니까 동고윤 캐릭터의 마음가짐이 잡히더라. 전문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나름의 스킬들을 익히기 위해서 집에서 인형으로 연습했다. 철우(임재혁 역) 쌤만 한 인형들이 집에 많다. 인형들로 동작 연습이라든지 행위 반복이라든가 그런 걸 살짝 익혔다"라고 했다.
연우진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박보영에 대해 '천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보영 씨는 저도 처음 뵀지만, 천사가 있구나 싶더라. 그런 느낌이 들었다. 보영 씨 같은 경우는 정다은이라는 캐릭터가 보셔서 알겠지만 힘든 캐릭터다. 제가 중간중간 보영 씨와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가려고 한 기회들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너무 힘들어서 복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감히 다가갈 수 없더라. 동고윤처럼 다가가기도 하지만 기다려줘야 할 것 같았다. 보영 씨 편할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봤다. 보영 씨는 마음이 따뜻한 배우다.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연우진은 박보영, 장동윤과의 삼각관계에 대해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삼각관계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 게 우리 작품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누군가 한 사람을 좋아하면 연적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 작품에서는 누구나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고 공정하게 출발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걱정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브로맨스도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보통의 삼각관계를 보통이 아닌 방법으로 표현한 우리만의 멜로가 아닐까 싶다.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이 있다. 그 부분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짚었다.
연우진은 "저는 길지 않은 연기 생활을 통해 큰 사고 없이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은 연기자 연우진과 인간 연우진으로서의 분리를 잘하면서 살고 있다. 저는 연기를 일로 그 자체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연기가 안 되면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몰입해야 해', '난 메소드 연기를 해야 했는데'라면서 자책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감하게 내가 못 한다는 걸 인정하고 내려놓았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는 "지금은 정확하게 저의 사생활과 연기 생활이 구분돼 있다. 내가 가져가야 할 감정은 가져가고 버려야 할 감정은 버린다. 그게 지금까지 제가 연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이고,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동력이다. 그 중심에는 제 삶이 있다. 저는 정신적으로서 나름, 그나마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극 중에 나오는 것처럼 비슷한 감정을 느꼈냐고 물어본다면 유찬(장동윤 역)이 에피소드가 와닿았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저도 가장으로서 혹은 나름의 책임, 압박감을 갖는 스타일이긴 하다. 마흔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나를 더 돌봐야겠다'이다. 남을 더 생각했다 보니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할 수 있고, 돈을 쓰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다고는 생각이 들면서 공감이 되더라. 저는 오히려 독립하고 싶고, 혼자 살고 싶다. 대학 때 자취했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같이 산다. 지금은 나 자신을 위해서 늦었지만,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연우진은 "솔직히 연기를 위해 어떻게 해야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 순수하게 내 일, 꿈을 실현 시켜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위해 연기를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한다. 가정을 꾸리고 싶긴 하다.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것에서 항상 나아가지만, 정해진 시간은 알 수 없다. 얼마 안 남을 수도 있고 많이 남았을 수도 있다. 지금 혼자만의 시간이 있을 때 '혹시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오히려 저 자신에게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연우진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용기를 내어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정신적인 건강 검진을 위해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강 검진을 가끔 하긴 하지만, 배우라고 오픈하고 가면 민망하거나 쑥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저는 철저하게 사생활은 김봉회로 살아간다. 검진을 민망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을 깨부수긴 했다"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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