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연기 변신하는 배우 박정민
'파수꾼'으로 데뷔, 12년차
'하얼빈', '1승', '전,란' 공개 예정
'파수꾼'으로 데뷔, 12년차
'하얼빈', '1승', '전,란' 공개 예정
≪이하늘의 시네팝콘≫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톡톡(POP)튀는 시선으로 영화 콘텐츠를 들여다봅니다. 이하늘의 팝콘(POP-Con) 챙기고 영화 보세요.배우 박정민은 거침없다. 그의 연기를 넋 놓고 보고 있자면, 꾸밈없이 좌중을 압도하는 묘한 매력이자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거친 표면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박정민을 수식하는 여러 단어 중에 적합해 보이는 거침없음은 필모그래피 곳곳에 묻어난다.
평소 짜증 연기의 대가로 알려진 박정민은 사실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으로 충무로에 떠오르는 샛별처럼 등장했다. 고등학생 기태(이제훈)를 에워싼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의 미성숙한 우정이 불러온 파국의 씨앗을 표현한 '파수꾼'에서 박정민은 어리숙하지만, 독기를 품은 강렬한 눈빛을 보여줬다. '파수꾼'으로 데뷔해 벌써 12년 차를 맞이한 배우 박정민은 신인의 탈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박정민은 충무로에서 어떤 존재감을 가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박정민은 잔뜩 볶은 머리에 치켜뜬 눈썹과 붉으락푸르락하는 거친 성미의 소유자인 장도리 역으로 극의 중심이 돼줬다. 영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바닷속 깊은 곳에서 몰래 물건을 건져 올리는 밀수하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일 '밀수'는 누적 관객 수 241만7746명을 돌파하며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 달성에 성공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밀수'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욕망으로 추악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배우 김혜수와 염정아의 워맨스와 더불어 박정민의 활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동감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는 포인트다.
박정민이 분노를 유발하는 짜증 연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동주(강하늘)의 사촌지간 몽규 역을 맡았다. 시대의 처절한 아픔과 무기력한 상황 속에서 독립 운동하는 몽규와 시를 통해 시대를 기록하는 동주의 가치관 대립을 보여주는 영화는 현실을 관통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는 박정민은 송몽규의 묘지에 직접 찾아가 보는 등 한의 정서를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동주'에서 박정민은 거침없이 행동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현실의 벽에서 자꾸만 넘어지는 송몽규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담담한 목소리 사이로 엿보이는 떨림과 늘 앞에 서 있지만 방향을 잃어버리는 섬세한 표정 묘사로 2016년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 많은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18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에서 박정민은 배우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을 지닌 진태를 연기했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미소에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티 없는 얼굴을 가진 진태는 박정민의 몸짓으로 완성됐다. 해사함 뒤에 숨겨진 피아노에 열중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매력은 진태가 지닌 무게감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진태의 오랜 시간 떨어졌던 형이자 한물간 전직 복서 역의 이병헌과 투닥거리는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코미디지만 가볍지 않은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제목처럼 나의 세상을 구축해가는 진태의 견고함은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박정민의 거듭된 고민이 만든 결과였을 것이다. 그는 "피아노 신을 다 찍고 나서는 좀 서운했다. 영화 안에서 진태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하다"라며 영화는 끝이 났지만 진태를 떠나보면 시간을 새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박정민은 층이 쳐진 단발머리 가발을 눌러쓰고, 레이스로 한껏 꾸며진 원피스와 손목에 잔뜩 치장한 악세사리, 눈가에 짙게 바른 아이섀도를 한 트랜스젠더 유이 역으로 출연했다. 청부살인을 하는 암살자 인남(황정민)의 조력자인 유이(박정민)은 처절한 복수극 안에서 극을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도록 무게추가 되어준다. 콧소리를 내며 "아우 시발, 자신이 없어요. 이 꼬라지로 어떻게 나타나"라며 입에 착 달라붙는 욕과 잔뜩 겁먹은 얼굴로 노려보는 표정은 가히 압권이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박정민은 자신만의 고유한 깊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서 박정민은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극 중에서 해준(박해일)이 수사하는 질곡동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홍산오 역을 맡은 박정민은 눈 안에 품은 살기와 강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옥상 위에서 가위를 들고 자기 목에 가져다 대는 무모함과 사랑하는 여자로 인해 자기 삶은 공허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순정파 같은 면모를 보여준 박정민은 분명 작은 역할임에도 잊히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어쩌면 서래(탕웨이)를 사랑해서는 안 되지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해준처럼, 사랑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뛰어내리는 홍산오를 연기한 박정민 덕분에 사랑을 표현하는 색상은 더욱 짙어졌다.
박정민은 '밀수' 이후에 많은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선, 2022년 11월 크랭크 인했던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루고 있다. 배우 현빈,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박훈 등이 출연하며, 박정민은 안중근의 독립군 동지인 우덕순 역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앞서 '동주'를 통해 시대의 애환을 담아낸 바 있는 박정민의 새로운 얼굴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 바다. '하얼빈'은 개봉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23년 개봉 예정인 배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은 배우 송강호와 박정민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왕년의 배구 MVP 선수였으며 핑크스톰의 감독으로 발탁되는 우진 역의 송강호와 핑크스톰의 구단주 정원 역의 박정은 팀을 위해서 협력하는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정민은 배구는 잘 모르지만, 팀의 성공을 바라는 재벌 2세이자 구단주를 연기한다. 영화는 2023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월드 프리미어 상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의 제작/각본으로 기대를 모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도 지난 6월 8일 크랭크 인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박정민은 조선 최고의 무신 집안의 아들이자 선조의 호위를 맡게 되는 인물인 종려 역으로 출연한다.
박정민은 걸어온 길만큼이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박정민은 충무로에 자신의 발자국을 깊게 새기는 배우일 테다. '밀수'의 푸른 바다처럼 연기의 깊이를 점차 만들어가는 박정민은 더 깊게 알아가고 싶은 배우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톡톡(POP)튀는 시선으로 영화 콘텐츠를 들여다봅니다. 이하늘의 팝콘(POP-Con) 챙기고 영화 보세요.배우 박정민은 거침없다. 그의 연기를 넋 놓고 보고 있자면, 꾸밈없이 좌중을 압도하는 묘한 매력이자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거친 표면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박정민을 수식하는 여러 단어 중에 적합해 보이는 거침없음은 필모그래피 곳곳에 묻어난다.
평소 짜증 연기의 대가로 알려진 박정민은 사실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으로 충무로에 떠오르는 샛별처럼 등장했다. 고등학생 기태(이제훈)를 에워싼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의 미성숙한 우정이 불러온 파국의 씨앗을 표현한 '파수꾼'에서 박정민은 어리숙하지만, 독기를 품은 강렬한 눈빛을 보여줬다. '파수꾼'으로 데뷔해 벌써 12년 차를 맞이한 배우 박정민은 신인의 탈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박정민은 충무로에서 어떤 존재감을 가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박정민은 잔뜩 볶은 머리에 치켜뜬 눈썹과 붉으락푸르락하는 거친 성미의 소유자인 장도리 역으로 극의 중심이 돼줬다. 영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바닷속 깊은 곳에서 몰래 물건을 건져 올리는 밀수하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일 '밀수'는 누적 관객 수 241만7746명을 돌파하며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 달성에 성공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밀수'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욕망으로 추악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배우 김혜수와 염정아의 워맨스와 더불어 박정민의 활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동감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는 포인트다.
박정민이 분노를 유발하는 짜증 연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동주(강하늘)의 사촌지간 몽규 역을 맡았다. 시대의 처절한 아픔과 무기력한 상황 속에서 독립 운동하는 몽규와 시를 통해 시대를 기록하는 동주의 가치관 대립을 보여주는 영화는 현실을 관통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는 박정민은 송몽규의 묘지에 직접 찾아가 보는 등 한의 정서를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동주'에서 박정민은 거침없이 행동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현실의 벽에서 자꾸만 넘어지는 송몽규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담담한 목소리 사이로 엿보이는 떨림과 늘 앞에 서 있지만 방향을 잃어버리는 섬세한 표정 묘사로 2016년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 많은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18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에서 박정민은 배우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을 지닌 진태를 연기했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미소에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티 없는 얼굴을 가진 진태는 박정민의 몸짓으로 완성됐다. 해사함 뒤에 숨겨진 피아노에 열중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매력은 진태가 지닌 무게감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진태의 오랜 시간 떨어졌던 형이자 한물간 전직 복서 역의 이병헌과 투닥거리는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코미디지만 가볍지 않은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제목처럼 나의 세상을 구축해가는 진태의 견고함은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박정민의 거듭된 고민이 만든 결과였을 것이다. 그는 "피아노 신을 다 찍고 나서는 좀 서운했다. 영화 안에서 진태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하다"라며 영화는 끝이 났지만 진태를 떠나보면 시간을 새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박정민은 층이 쳐진 단발머리 가발을 눌러쓰고, 레이스로 한껏 꾸며진 원피스와 손목에 잔뜩 치장한 악세사리, 눈가에 짙게 바른 아이섀도를 한 트랜스젠더 유이 역으로 출연했다. 청부살인을 하는 암살자 인남(황정민)의 조력자인 유이(박정민)은 처절한 복수극 안에서 극을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도록 무게추가 되어준다. 콧소리를 내며 "아우 시발, 자신이 없어요. 이 꼬라지로 어떻게 나타나"라며 입에 착 달라붙는 욕과 잔뜩 겁먹은 얼굴로 노려보는 표정은 가히 압권이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박정민은 자신만의 고유한 깊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서 박정민은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극 중에서 해준(박해일)이 수사하는 질곡동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홍산오 역을 맡은 박정민은 눈 안에 품은 살기와 강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옥상 위에서 가위를 들고 자기 목에 가져다 대는 무모함과 사랑하는 여자로 인해 자기 삶은 공허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순정파 같은 면모를 보여준 박정민은 분명 작은 역할임에도 잊히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어쩌면 서래(탕웨이)를 사랑해서는 안 되지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해준처럼, 사랑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뛰어내리는 홍산오를 연기한 박정민 덕분에 사랑을 표현하는 색상은 더욱 짙어졌다.
박정민은 '밀수' 이후에 많은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선, 2022년 11월 크랭크 인했던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루고 있다. 배우 현빈,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박훈 등이 출연하며, 박정민은 안중근의 독립군 동지인 우덕순 역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앞서 '동주'를 통해 시대의 애환을 담아낸 바 있는 박정민의 새로운 얼굴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 바다. '하얼빈'은 개봉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23년 개봉 예정인 배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은 배우 송강호와 박정민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왕년의 배구 MVP 선수였으며 핑크스톰의 감독으로 발탁되는 우진 역의 송강호와 핑크스톰의 구단주 정원 역의 박정은 팀을 위해서 협력하는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정민은 배구는 잘 모르지만, 팀의 성공을 바라는 재벌 2세이자 구단주를 연기한다. 영화는 2023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월드 프리미어 상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의 제작/각본으로 기대를 모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도 지난 6월 8일 크랭크 인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박정민은 조선 최고의 무신 집안의 아들이자 선조의 호위를 맡게 되는 인물인 종려 역으로 출연한다.
박정민은 걸어온 길만큼이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박정민은 충무로에 자신의 발자국을 깊게 새기는 배우일 테다. '밀수'의 푸른 바다처럼 연기의 깊이를 점차 만들어가는 박정민은 더 깊게 알아가고 싶은 배우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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