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재국 役 설경구 인터뷰
'더 문' 8월 2일 개봉
SF는 'Science Fiction'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말한다. 그만큼 고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동시에 우주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활발하게 SF 영화를 제작해온 할리우드와 다르게 한국은 SF 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다. 영화 '더 문'의 배우 설경구는 "'더 문'의 차별점이 SF이지만, 가족 영화"라고 언급했다. 과연 '더 문'은 한국형 SF가 지닌 꼬리표를 상쇄하고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영화 '더 문' 배우 설경구. /사진제공=CJ ENM
설경구는 1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에서 누적 관객 수 1400만명, ‘신과 함께-인과 연’(2018)에서 누적 관객 수 1200만명을 달성하며 ‘쌍천만’ 감독이 됐던 김용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설경구는 달에서 홀로 고립된 선우를 구하기 위해서 다시 복귀한 전 센터장 재국 역을 맡았다.

영화 '더 문'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한국형 SF는 할리우드와 비교해 선입견이 있는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도 할리우드 SF에 길들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우리나라 우주 산업이 아직은 열악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달 궤도에 '다누리호'가 가서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을 촬영을 끝나고 알았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SF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한 설경구는 "나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안 와닿는 것 같다. 하지만 '더 문'의 경우에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SF를 많이 확장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영화 '그래비티'가 10년 전에 1000억을 사용했는데, '더 문'은 280억 정도의 예산으로 우주를 구현했다. 이후에 '더 문' 무대인사를 덱스터 식구들,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느낌이 다르고 감격스럽더라. 연기는 했지만, 우주에 관한 지식이 없는데, 박사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실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제 같아서 놀랐고, 실제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하더라. 한 프레임씩 만들었다는 생각에 감격스럽더라"라며 VFX 기술로 표현한 우주에 감탄했던 일화를 설명했다.

이어 "이미 까기 전부터 호불호가 있는 영화 같다. 할리우드에서 많이 한 영화다 보니, 다른 장르로 옮겨간 것 같은 느낌이다. 후발주자라도 그것을 뛰어넘는다면, 발전 자체도 박수를 쳐줘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영화 '더 문'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IMAX 시사회를 하면서 영화를 처음 봤다는 설경구는 "선우가 달 표면을 달리고 액션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SF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현실 액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달이구나'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든 영화였다. 그래서 몰입해서 본 것 같다"라며 영화에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촬영 현장에서 우주나 달이 구현되는 것을 보지 못했던 만큼 "어설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지막 40분의 달의 모습이 잘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 '김용화 감독은 프로구나'라고 감탄했다"라며 한국의 기술력으로 구현한 우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만약 우주에 직접 갈 기회가 생긴다면 갈 것이냐고 묻자 "아직은 관심이 없다.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이 안 된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더 문'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김용화 감독의 '더 문'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우주 SF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김용화 감독에게) 생각지도 못하게 연락이 왔다. 대략의 트리트먼트를 가지고 오셔서 설명하셨다. 원래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김용화 감독은 구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과 함께' 시리즈의) 쌍천만 감독이면서 많은 관객과 소통한 감독이라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김용화 감독과 같이 호흡을 맞춘 소감에 관해 "아이 같은 부분이 있다. 표현을 있는 그대로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처음에는 당황을 많이 했다. 촬영을 진도 안 나가다가 확 속도를 내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현철 배우와 에피소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조현철 배우의 장면을 보더니 웃다가 울더라. 그건 정말 고마운 부분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17년 전, 영화 '오! 브라더스'(감독 김용화)의 김용화는 '오아시스' 촬영 중이던 설경구를 보고 '다음에 작품을 같이 하자'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제작보고회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신인 시절을 회상하며 "'오 브라더스' 시나리오를 제작사를 통해 받은 것 같다. 김용화 감독이 맞다고 하더라.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했는데 아깝더라. 17년 후에 흥행 감독이 돼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더 문'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모든 힘을 다해서 선우를 구출하는 재국 역을 맡은 설경구는 상대역인 도경수와 비대면으로 연기를 하며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경수 배우가 촬영한 것을 대형 모니터로 몇 장면을 보고 촬영했다. 그래서 조금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센터 사람들은 무기력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힘든 부분이었다. 영화를 보니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저 마음의 기도를 드렸던 것 같다"라며 촬영 현장에 관해 설명했다.

설경구는 제작보고회에서 도경수 연기를 보고 '날로 먹은 것 같다'라는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촬영할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도경수가 너무 고생한 것 같더라. 크랭크 인을 할 때, 도경수가 입은 우주복을 보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사실 와이어 촬영은 액션과도 같다. 6명의 호흡이 각자 맞아야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저를 비롯한 지구인들은 말로만 액션을 한 것 같다"라며 도경수의 연기에 감탄을 드러냈다.

극의 중심이 되는 선우 역의 도경수 연기에 관해 "도경수의 역할이 컸다. 달과 우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은 도경수도 같이 포함된 것이다. VFX를 표현했는데 착 달라붙어서 오싹하고 웅장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작품마다 만나는 배우와 브로맨스(Bromance/ 남성 간의 뜨거운 우정과 유대를 일컫는 표현) 케미로 유명한 설경구는 특히 연기돌들과 자주 작업을 하는 배우. 이에 관해 "내가 캐스팅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요새 연기하는 아이돌이 많지 않나. 사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표현보다 배우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영화 '감시자들'(2013)에서 이준호 배우가 처음 만난 거였다. 저번에 시상식에서 다시 봤는데 너무 반갑더라. 이후에도 설현, 임시완, 진영, 경수까지 함께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랑 했던 배우들이 다 잘 됐다. 오히려 내가 복이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영화 '더 문' 배우 설경구. /사진제공=CJ ENM


이어 만약 '더 문'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시즌 2는 계획이 없으신 것 같다. 후배들을 믿고 소백산으로 갔기 때문에 김재국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흥행에 관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최근 영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소위 텐트폴(일명 대작 영화)가 앞다투어 개봉하는 상황이다. 그는 "한 번도 여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왜 이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의아해했던 일화를 밝혔다. 설경구는 '더 문'의 차별화된 부분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하며 "언론 시사에서 김희애 배우 어머니가 오셨다. 도경수 배우 팬이더라.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영화로나마 신선한 경험을 느끼신 것 같다. 초등학생 자녀나 부모님이나 가족 단위로 와도 좋은 것이 '더 문'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더 문'은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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