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자기가 태어난 날 동성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았다.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26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매체 CNN, 영국 매체 더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 사우스 워크 크라운 법원의 배심원단은 케빈 스페이시에게 제기된 9건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케빈 스페이시는 런던 올드 빅 극장에서 예술감독으로 일하던 2001년부터 2013년 사이 4명의 남성을 상대로 7건의 성폭행, 3건의 강제 추행, 1건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 1건의 동의 없는 성관계 등 총 12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케빈 스페이시의 재판은 2017년 벌어진 미투 운동(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직접 드러내면서 심각성을 등한시하는 문화를 고발하는 운동)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첫 공판부터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을 한 적이 없다", "기억하지 못한다"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법원 배심원단은 12시간가량 논의 끝에 케빈 스페이시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날은 케빈 스페이시의 생일이기도 하다. 케빈 스페이시는 무죄 평결을 받은 뒤 눈물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엘튼 존은 스페이시를 위해 화상으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을 빠져나온 케빈 스페이시는 "많은 분이 오늘 일 이후에 내가 처리해야 할 과정이 많다는 걸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오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심원들이 시간을 들여 증거를 신중하게 검토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케빈 스페이시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세븐', '아메리칸 뷰티', '슈퍼맨 리턴즈', '베이비 드라이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에 출연했다. 그는 1996년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하우스 오브 카드'로 제72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케빈 스페이시는 2017년 동료 배우 안소니 랩이 자신이 14살이던 1986년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영화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에서 편집이 됐고,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강제 하차했다.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셈.
또한 케빈 스페이시는 지난달 독일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제 작품은 저보다 더 오래 살 것이고, 그 작품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런던에서 혐의를 벗는 순간 저를 바로 고용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케빈 스페이시는 올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국립영화박물관 주최 시상식에서 극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그는 "나를 초대해준 박물관의 배짱에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며,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결국 6년 만에 무죄 평결을 받은 케빈 스페이시다. 앞서 그는 "내 세상이 폭발해버렸다. 직업과 평판 등 며칠 만에 모든 것을 잃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모든 걸을 잃었던 그가 6년이라는 시간을 버텨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날은 케빈 스페이시가 태어난 날이었다. 64번째 생일에 성범죄 혐의에서 벗어났다. 그는 자신을 고용할 사람들이 준비됐다고 했다. 이에 연기 활동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과연 케빈 스페이시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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