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영화의 흥행 사례
디즈니·픽사는 어떻게 만났을까.
'인사이드 아웃', '코코', '토이 스토리 4'의 흥행
영화의 서사를 연상하게 하면서 극장에서 나온 이후에도 곧바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OST는 영화의 인장과도 같다. 특히 장기 흥행의 이어가고 있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제작 디즈니·픽사)은 질문과 답변을 하는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익숙한 'LAUV - Steal The Show'로 영화가 끝난 직후에도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디즈니·픽사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 OST를 흥얼거리는 관객들의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디즈니·픽사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월 14일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은 개봉한지 40일째인데도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는 510만명으로 '인사이드 아웃'(2018)의 수치를 뛰어넘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누적 관객 수 478만명이었다. 개봉 직전에는 '범죄도시 3'의 흥행으로 관객 수를 모으지 못했지만, 이후 입소문을 통해 예매율이 올라가고 있다.

영화 '엘리멘탈'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불, 물, 공기, 흙 등의 4개의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에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인해 '앰버'와 '웨이드'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엘리멘트 시티 안에서 불 원소는 다른 원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데, 앰버와 웨이드의 만남으로 기존의 가치가 상쇄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모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현재 청춘들이 가진 고민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더군다나 한국계 이민 가정 2세 출신의 감독 피터 손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확장된 영화의 세계관은 픽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관객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엘리멘탈'이 장기흥행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픽사가 추구하는 사회의 고정 관념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선구자적인 태도와 디즈니의 익숙한 클리셰를 기반으로 삼아 동화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시도의 결합이 적절한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 애니메이션 산업의 강자인 픽사와 디즈니의 결합은 1991년 픽사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됐다. 1986년 처음으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픽사는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의 영화사 루카스 필름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부서에서부터였다. 이후 루카스가 아내와의 이혼 소송으로 이 부서를 매각했고, 스티브 잡스가 이를 사들였다.


위부터 디즈니와 픽사 로고
하지만 독자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능력과 불안정한 재정 상태로 인해 디즈니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아쉬운 것이 없던 디즈니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된 계약은 디즈니가 IP를 소유하고 수익의 12.5%를 픽사에게 지불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언제라도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일종의 갑의 위치에서 시작된 계약 이행은 영화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이뤄졌다. 제작 도중, 어려운 상황들을 여럿 마주했지만 1995년 세계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개봉하며 수익을 올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픽사와 디즈니가 원만하게 작품을 제작해온 것은 아니었다. 밥 아이거가 2005년 CEO 자리에 오르면서 두 제작사는 관계 개선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 픽사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사이드 아웃'(2015), '도리를 찾아서'(2016), '코코'(2018)의 준수한 흥행 성적을 이어가며 안정기를 찾기도 했다.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엘리멘탈'과 더불어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눈에 띈다.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 개봉하는 '엘리오'(감독 아드리안 몰리나), '인사이드 아웃 2'(켈시 만), '토이 스토리 5'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디즈니·픽사의 역대 흥행작을 TOP3를 꼽아보고자 한다. '인사이드 아웃'(2015) 감독 피트 닥터
영화 '인사이드 아웃'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주)


픽사의 1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인사이드 아웃'(2015)은 감정을 캐릭터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뒀다. 월드 박스오피스 8억 5884만 달러를 동원하고, 특히 한국에서는 누적 관객 수 49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입증했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을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가지의 감정으로 나눠 11살 소녀 라일라의 성장을 포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감정 컨트롤 본부를 관장하던 기쁨이라는 감정과 다른 감정들의 이면들을 조명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천천히 따라가기도 한다. 우연한 계기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고 남은 감정들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 남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설정은 우디 앨런의 코미디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 등 익숙하게 대중매체에서 사용되던 소재를 장편영화로 사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들은 일상적이면서도 뚜렷한 캐릭터를 지녀 비주얼적으로 높은 혹평을 받기도 했다. 꿈과 무의식,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구현하는 방식의 신선함으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코코'(2017) 감독 리 언크리치
영화 '코코'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리 멤버 미"라며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중독성 있는 멜로디 OST를 가진 영화 '코코'(2018)는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제가상과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입증하며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2018년 5월 1일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2억 9726달러를 벌어들였고 그 외에도 다른 국가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 누적 관객 수도 350만명을 넘기도 했다. '코코'는 멕시코 고유의 명절 망자의 날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벌어지는 행사로 그 동안 소년 미구엘이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조할아버지로 인해 집안 안에서 음악 자체가 금지됐지만, 그럼에도 미구엘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델라 크루즈의 연주를 연습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는다. 우연히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만지고 죽은 자의 땅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이전 세대의 기억이 이후 세대에 의해 복원되고 음악이라는 풍요를 되찾게 되는 과정은 섬세하게 묘사돼있다. '코코'가 전달하는 메시지인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겁지 않게 다뤄지지 않고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통해 촘촘하게 엮어 명작이라는 평가받기도 했다. '토이 스토리 4'(2019) 감독 조지 쿨리
영화 '토이 스토리 4'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하면서 동시에 감정 깊숙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다. 4개의 시리즈를 공개했고, 이후 '토이 스토리 5'가 정확한 개봉 일자는 모르지만, 제작 중인 상황이다. 영화 '토이 스토리 4'(2019)는 '토이 스토리 3' 이후 9년 만에 개봉한 속편으로 주인공인 우디와 버즈 라이트 이어가 주인인 우디와 헤어진 이후, 독자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는 과정을 그렸다. '토이 스토리 3'에서 새롭게 주인이 된 소녀 보니와 보니가 만든 새 인형 포키의 등장으로 새로움을 더했다. 기존의 인형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 보니에 의해 쓰레기에서 용도를 바꿔 자체 제작된 인형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용도를 인식하지 못하며 더군다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고 뭉치다.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된 점인 포키는 장기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익숙함과 신선함을 잡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주인과 새로운 주인을 거쳐 가면서 일종의 권태로움을 느끼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에게 또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캐릭터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월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었다. 한국의 경우, 누적 관객 수 340만명을 동원하며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강점을 입증했다.

'엘리멘탈'의 장기 흥행은 우리에게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관객들이 호응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픽사와 디즈니가 추구하는 가치가 결합한 디즈니·픽사 영화는 기존의 고정된 틀을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며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사는 세상은 어떠냐고. '엘리멘탈'의 시대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가치 너머의 새로움을 발견하도록 하는 질문에 어쩌면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 아닐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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