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작가의 주말 드라마 경쟁에서 승패가 확연하게 갈렸다. '악귀'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승기를 잡게 됐고, 반면 '막장계의 대모' 임성한(피비) 작가는 굴욕을 면치 못하게 됐다.

김태리 주연의 SBS 금토 드라마 '악귀'가 2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악귀'는 악귀에 씐 9급 공무원 준비생 구산영(김태리 분)과 악귀의 뒤를 쫓는 민속학 박사 염해상(오정세 분)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과 tvN '지리산' 등에서 오컬트 미스터리 소재를 녹여낸 김 작가는 '악귀'에서 대놓고 귀신 들린 여자와 귀신 쫓는 남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림자와 거울, 무의식 속 욕망을 먹고 자라는 악귀 등 토속신앙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재들을 통해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오싹함을 자아냈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태리의 열연도 한몫했다. 김태리는 아버지 구강모(진선규 분)의 유품을 받은 이후 악귀에 조금씩 잠식, 자신도 몰랐던 욕망을 분출하며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갔다.

전작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사랑스럽고도 당돌한 캐릭터였던 김태리는 '악귀'를 통해 섬뜩한 얼굴을 꺼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오묘한 미소와 초점 없는 눈동자는 극의 공포 분위기를 더했다.

김은희 작가의 촘촘한 극본과 이정림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김태리의 연기와 더해지며 시너지를 냈다. 거울을 이용한 영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은 물론, 사소하지만 명확하게 단서가 드러나는 등 극 완성도에 정점을 찍었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2회 합산 시청률 30%를 희망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시청률 상승곡선을 타며 희망 시청률 도달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반면 임 작가의 TV조선 토일드라마 '아씨 두리안'은 1회 4.2%에서 2회 3.4%로 하락했다. '아씨 두리안'은 주말드라마 5파전에서 꼴찌의 굴욕을 맛봤다. 경쟁작으로 꼽히는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악귀', MBC 금토드라마 '넘버스'와 비교해 시청률 꼴찌다.

'아씨두리안'은 첫 방송부터 파격적인 전개를 선사했다. 백도이(최명길 분)의 칠순 파티에서 첫째 며느리인 장세미(윤해영)가 "어머님 며느리로서가 아니고 여자로서 사랑해요", "안아드리고 싶어요. 나도 안기고 싶고. 못 느끼셨어요?"란 대사로 충격을 안겼다. 사상 최초 고부간 동성애를 다룬 것. 파격, 파란을 넘어 불편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존재했다. 여기에 가미된 조선시대 타임슬립 설정은 올드하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전작에서 빙의, 유체 이탈, 암세포 설 등 다양한 파격 소재로 극을 써온 임 작가. 그러나 이번 고부간의 파격 동성애만큼은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첫 방송 이전의 화제성이 더 높을 정도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파격적인 설정을 내세우고도 시청률 몰이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임성한 스타일의 막장 서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업계의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전히 방송가에서 스타 작가들의 영향력은 막대하지만, 이름값을 넘어서 콘텐츠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흥행을 좌우하는 건 극본의 힘이 지배적이다. 임 작가는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맹목적인 막장 소재를 다루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소재를 시도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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