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요섭이 5년 만에 솔로 콘서트는 화이트 초콜릿처럼 부드러웠고, 밀크 초콜릿처럼 달콤했고 ,다크 초콜릿처럼 진했다. 민트 초콜릿처럼 상큼하기도 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양요섭. 팬들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가득 담긴 공연은 팬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10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양요섭의 솔로 콘서트 '비터 스윗(BITTER SWEET)'이 개최됐다.'비터 스윗'은 양요섭이 '백(白)' 이후 5년 만에 준비한 솔로 콘서트다. 앞서 팬클럽 선예매가 오픈된 후 빠르게 매진될 만큼 관객들의 기대를 받았다. 오후 6시 콘서트 시작 전부터 공연장 주변은 팬들로 가득했다. 공연장 내 빈자리도 찾아보긴 어려웠다. 공연장을 꽉 채운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양요섭을 맞았다.
이번 콘서트는 양요섭이 2021년 첫 솔로 정규앨범 '초콜릿 박스(Chocolate Box)'를 발매한 이후 처음 갖는 단독 콘서트인 만큼, 한층 새롭고 풍성한 셋리스트가 준비됐다. 이번 공연은 화이트(WHITE), 밀크(MILK), 다크(DARK)의 세 가지 콘셉트의 순서로 구성됐다. 화이트, 밀크, 다크는 정규앨범 '초콜릿 박스'의 3가지 버전이기도 하다.
양요섭은 팬들의 자신의 첫 정규앨범과 동명의 수록곡 '초콜릿 박스'로 콘서트를 열어 의미를 더했다. 민트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 양요섭의 '초콜릿 박스' 무대는 상큼하고도 달콤한 민트 초콜릿 같았다. 양요섭의 활기 넘치는 무대에 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양요섭은 "2018년에 첫 콘서트 '백' 이후 5년 만에 여러분을 찾아뵙게 됐다. 즐겁게 즐기다 가달라. 정규 1집 '초콜릿 박스' 이후 콘서트를 해야했는데 그때 상황이 여의찮았다. 코로나19도 있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미안하다는 말 싫어하지 않나. 유감이다"며 넘치는 재치로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양요섭은 "'초콜릿 박스'의 연장선에 있는 공연을 만들고자 '비터 스윗'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맛처럼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 싶다. 여러분의 응원이 많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며 저한테 에너지도 많이 달라"고 당부했다. 양요섭은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양요섭은 오프닝곡을 두고 "오랜만에 공연을 하다보니 오프닝곡이 뭐냐를 두고 팬들 사이에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졌더라. '초콜릿 박스' 타이틀곡인 '브레인'을 할 것 같다. 아니면 '초콜릿 박스'를 할 것 같다. '초콜릿 박스'를 할 줄 알았냐"며 팬들에게 질문했다. 팬들이 '초콜릿 박스'로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자 양요섭은 "여러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남자 양요섭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오랜만에 여러분을 보니 참..."이라며 팬들과 '밀당'하더니 '예뻐 보여'를 부르기 시작했다. 팬들의 터져나오는 탄성에서 설레는 마음이 느껴졌다.
양요섭은 올해 초 진행된 하이라이트 팬콘 투어 이후 쭉 솔로 콘서트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너무 행복한데 가끔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여러분께 당부 아닌 당부를 하고 싶다. 몸살, 감기 (등 건강 관리에) 요즘 많이 해이해졌다. 마스크도 해제됐지 않나. 5월은 아픈 상태에서 준비했다. 여러분은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우리 하이라이트와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오래 보자"며 팬들의 건강도 챙기는 다정함을 보였다.
양요섭은 콘서트를 준비하며 예매사이트에서 인상 깊게 읽은 기대평을 소개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오빠, 주제를 좀 아세요. 옆에 체조경기장 두고 올림픽홀이 가당키나 합니까?'라는 기대평이었다. 올림픽홀은 약 3000석, 체조경기장은 약 1만 5000석을 수용할 수 있다. 양요섭은 "나중에는 좀 더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도록 더 넓은 곳을 준비하겠다"며 "올림픽홀 대관도 쉽지 않다. 여러분을 만날 수 있는 이 자리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나중에 노력해보겠다"며 애교를 부렸다. 또한 "더 큰 공연장에서 혼자도 하고 친구들(하이라이트 멤버)과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기대평으로는 '예비신부 프러포즈 선물로 티켓을 구해주려고 했는데 결혼을 못 하게 생겼다. 살려주세요, 요섭이형'이었다. 양요섭은 "이 분 혹시 오셨냐"고 물었지만 객석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이에 양요섭은 "아마 내일 오실지도 모른다. 그때 한 번 찾아보겠다. 만약 못 오시면 유감이다"고 말했다. 양요섭은 '초콜릿 박스'를 비롯해 '나와', '예뻐 보여', '척', '돌 들어오면', '툭', '예스 오어 노(YES OR NO)'로 밝고 쾌활했던 '화이트' 콘셉트의 무대를 마무리했다.
잠시 후 양요섭은 감성 넘치는 '밀크' 콘셉트의 공연을 이어갔다. '위로', '나만', '별', '드라이 플라워(Dry Flower)', '잇츠유(It's You)'까지 오로지 양요섭의 깊고도 청아한 목소리에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양요섭은 "이 감성에 취해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 초반은 순수한 매력의 '화이트 요섭'이었다. 화이트 초콜릿을 먹은 느낌이었다. 이번 콘셉트는 뭐겠나.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긴 낯간지럽기도 하고 손발이 저리기도 하다. '밀크 요섭'이다"며 웃음을 안겼다.
양요섭은 "포스터와 MD 촬영을 위해 최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제가 유럽에서 찍은 사진 단 한 장도 공개 안 하지 않았나. 처음 공개하겠다. 제 핸드폰, 어라운드어스 SD카드, 사진 작가님이 찍은 B컷을 골라왔다"며 사진 몇 장을 소개했다.
그 가운데 양요섭의 귀여운 비주얼이 돋보이는 셀카에는 팬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양요섭은 "찍어 놓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저 귀여운 애를, 제 포켓몬을 공개하게 됐다"며 덩달아 즐거워했다. 전봇대 뒤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사진을 보고는 "저렇게 귀여운 애를 어떻게 안 보여주냐. 귀엽다"며 자찬해 팬들을 웃게 했다. '인스타에 올려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양요섭은 "앞으로 천천히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블랙 셔츠, 블랙 팬츠로 갈아입고 무대에 다시 오른 양요섭은 '다크' 콘셉트로 공연을 이어갔다. '카페인', '네가 없는 곳', '느려도 괜찮아', '바디&소울(Body&Soul)'까지 애절한 감성이 돋보이는 무대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양요섭이 '네가 없는 곳'을 부르기 시작하자 팬들은 준비한 '슬로건 이벤트'를 했다. 슬로건에는 '....'라고 적혀 있었다. 1절을 부르고 나서야 슬로건을 발견했다는 양요섭은 노래를 마친 뒤 "이벤트를 준비해준 줄 몰랐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 "온갖 멋있는 척하고 있었는데 나를 함박웃음 짓게 만드는 사람, 여러분"이라며 '팬 사랑꾼' 면모를 드러냈다.
한 곡만을 남겨둔 양요섭.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됐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양요섭은 "여러분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이 콘서트가 아닐까 한다. '인트로' 콘서트에서는 두준 씨도 저도 눈물바다가 됐다. 그게 콘서트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을 만날 이 시간을 기다리며 힘든 순간이 많았다. 5월부터는 떨어지지 않는 각종 감기와 싸우다가 2주 전에 코로나가 찾아왔다. 여러분께 '나 아프다'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제가 가진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여러분께 주고 싶지 않아서 꽁꽁 숨겨왔다. 그런데 여러분을 보니 다 말하고 싶다. (지금은) 아주 괜찮다"고 고백했다.
양요섭은 "여러분이 듣고 싶은 곡이 있었을 텐데 제가 온전한 컨디션이 아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자'며 이렇게 큐시트를 만들어봤다. 혹시라도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말했다. 양요섭은 팬들이 요청한 곡을 무반주로 짧게 부르며 팬들을 행복하게 했다.
양요섭은 "오랜만에 솔로 가수 양요섭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오늘 하루가 여러분에게 초콜릿처럼 달콤 쌉싸름한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마지막 곡으로는 그간 오프라인 무대로 선보이지 못했던 '브레인(BRAIN)'을 처음으로 들려줬다. 은유적 가사와 어우러진 절제된 퍼포먼스와 가슴 깊이 파고드는 보컬로 환호를 자아냈다.
5년 만의 콘서트에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양요섭은 무대에 다시 올라 '문라이트(Moonlight)', '룩 앤 미 나우(Look At Me Now)', '러브 데이(LOVE DAY)' 등 앵콜로 화답했다.
팬들과 함께 앵콜곡을 부르며 양요섭은 벅찬 표정을 지었다. 양요섭은 "여러분과 함께 노래 부를 이 날만을 여러분 만큼이나 저도 기다렸다"며 팬들과 '단체 인증샷'을 제안했다. 이때 '#양요섭'으로 올라온 SNS 게시물로 만든 영상이 재생됐다. 팬들은 영상 BGM인 '위로'를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 불렀고, 양요섭은 그런 팬들의 모습을 애정 어린 눈으로 하나하나 담았다. 양요섭은 "귀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팬들은 "사랑한다"고 외쳤다.
양요섭은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며 "2시간이 넘도록 여러분과 노래도 함께 부르고 여러분의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니 벅차오른다.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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