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총 5개 협단체, 공동 성명문
업계 관계자 "업계 현실 반영 못한 개정안"
이승기가 쏘아 올린 '불공정 계약' 이슈
업계 관계자 "업계 현실 반영 못한 개정안"
이승기가 쏘아 올린 '불공정 계약' 이슈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MZ세대의 시각으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니즈는 무엇인지, 대중에게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걸그룹 뉴진스 다니엘은 19살이다. 해린과 혜인은 각각 18살, 16살이다. 아이브 막내 이서는 17살이다. 이들 모두 그간 근로시간에 따른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활동을 자유롭게 했다.
활동기와 휴식기를 번갈아가며 컨디션 관리를 하는 아이돌로서는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승기법'으로 인해 아이돌들의 활동이 크게 제약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도한 근로시간 제약으로 K팝 자체의 성장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인다.대중음악업계 협단체들이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안 일부 내용을 근거로 반발했다. 해당 개정안은 일명 '이승기 법'이라고도 불린다.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5개 협단체는 16일 공동 성명서를 냈다.
성명문의 중점은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오히려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처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정안은 현실 반영이 제대로 안돼 산업 성장성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보호장치에 대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개정안 골자로는 15세 이상의 연예인의 근로시간을 최대 1주일 35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12~15세는 1주일에 30시간, 12세 미만은 1주일에 25시간으로 제한을 뒀다. 직장인의 주 52시간과 같은 근로시간 제한 규정이다. 총 5개 단체는 "소속사가 정기적으로 회계 공개를 하는 건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근로시간 제약은 비현실적인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법을 개정하면 지금 문제되는 문화예술인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실무자들의 문제제기다.
이들 단체는 "현행법에 청소년에 대한 용역 제공시간 제한규정이 존재한다"며 "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요계를 이끄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미성년자 멤버가 포함된 경우가 대다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는 과반수 이상이 미성년자 멤버다. 개정안이 제정된다면, 당장 연예 활동에 난항을 겪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출장에 소요되는 출입국절차, 비행시간, 대기시간, 현지이동 시간 등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사실상 해외 활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단 얘기다. 이외에도 아이브, 르세라핌 등도 해당되는 문제다.여기에 현재 '아이돌 육성 시스템' 역시 개정안과의 괴리감이 있다. 아이돌은 통상 십대 초반부터 연습생을 시작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아이돌이란 꿈을 위해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많아야 25시간 남짓이다. 아이돌 지망생은 물론, 자금을 투자한 엔터사에게도 부담이 가는 법안이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해당 개정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 노동에 관한 부분'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메이크업을 하거나 이동하는 것 모두 노동하는 시간이다. 개정안을 따른다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 B 씨는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불만이 터질 것"이라며 "개정안을 만들 때부터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의견 반영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개정안은 인정하겠으나, '청소년 노동' 문제는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답했다.처음 개정안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이승기 사태'가 터지면서다. 지난해 이승기와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는 '불공정 계약'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승기가 후크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있던 이후로, 제대로 된 음원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것. 연예인에 대한 처우와 환경이 불안정했음이 드러났다.
음원 정산 분쟁이 원인이지만 본질은 불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였다. 실제로 '이승기 사태' 이후 고용노동부는 연예기획사 등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검사 결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 명세서를 주지 않거나, 휴일근로수당도 미지급한 사례가 43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터져 나왔다. 애당초 개정안을 만들 때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탓이 크다.
무엇이든 법대로 된다면 다행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있다는 말 처럼, 입법자들은 현실적인 부작용을 고려하면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전세계가 K팝에 열광하고, K팝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로서 수출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승기가 쏘아 올린 '불공정 계약' 문제가 제도적 문제로 번졌다. 취지는 좋으나, 업계의 이야기를 외면한다면 악법이 될 수 밖에 없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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