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의 그릇된 판단이 제 가수를 망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데뷔조차 하지 않은 신인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초반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포트'와 관련해 팬들과 소속사의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제로베이스원은 최근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에서 탄생한 9인조 보이 그룹이다. 제로베이스원 9명의 멤버로는 지난달 '보이즈 플래닛' 마지막 방송에서 시청자 최종 투표로 뽑힌 1위 장하오, 2위 성한빈, 3위 석매튜, 4위 리키, 5위 박건욱, 6위 김태래, 7위 김규빈, 8위 김지웅, 9위 한유진이 있다.제로베이스원은 올해 중반기경 데뷔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정식 데뷔 전 오는 13일과 14일 'KCON JAPAN 2023'을 통해 첫 공식 무대를 갖는다.
하지만 가수라는 꿈을 안고 오디션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현재 펼쳐진 건 꽃길이 아닌 흙길이다. 이들의 소속사 웨이크원은 최근 대형 기획사에서도 금지한 서포트를 받겠다고 공지글을 올린 바 있다. 데뷔 조를 꾸리고 게재한 첫 게시글이 '팬레터 및 서포트 신청 안내'였기에 팬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보통 데뷔가 확정된 아이돌의 경우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의이자 관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웨이크원 측은 멤버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보내는지,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세세하게 나열했다.
논란이 된 공지를 보면 '서포트의 수령 여부는 별도로 답변드리지 않는다' '음식물과 깨지기 쉬운 물건은 받지 않는다' '식사 서포트는 일회용기로 준비 부탁한다' '서포트 인증 절차는 없으며 요구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이미 연예계에서 팬들의 '조공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 과거엔 팬덤끼리 고가의 선물 경쟁이 이뤄지며 논란이 된 적도 있으나 이젠 오히려 스타가 팬들에게 '역조공'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예 팬들의 선물을 정중히 거절하는 연예인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칭 5세대 그룹이라 자부하는 제로베이스원은 달랐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보이즈 플래닛' 최종 발표 후 12일이 지났다. 벌써 소속사는 팬들에게 조공을 바라고 있다.
소속사가 상업성 짙은 대응을 계속한다면 팬들은 정식 앨범 발매 전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동시에 팬을 마치 '돈'으로 보는듯한 웨이크원의 대처는 결론적으로 소속 가수에게 '꼬리표'처럼 남는다.
그동안 응원해온 팬들과 스타의 갈등은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다. 커져가는 팬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소속사가 먼저 나서 서포트를 '근절'해야 할 판에 역으로 요구를 하는 모양새는 스타에게 '독'이 된다.
팬들은 웨이크원의 서포트 공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웨이크원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명할 부분이 없다. 공지 그대로다"라고 답변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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